[베이징 다이어리]찜통으로 돌아오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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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이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끝없이 음식을 삼키며 전진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그 작은 괴물이, 이 도시에 사는 제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 같은 수치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4.5%)으로 성장한 와중에 나온 것이다.
경제 흐름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 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라는 얘긴데, 구직자들이 모인 대도시를 찜통으로 비유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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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맨'이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끝없이 음식을 삼키며 전진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그 작은 괴물이, 이 도시에 사는 제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2020년 화제가 됐던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의 주인공 왕만니는 첫 화에서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상하이의 화려한 명품 매장에서 근무하던 그는 대도시가 주는 압박과 개인적 사건에 지쳐 8년 만에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만니는 결국 상하이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선택한다. 가까스로 먹고 살 수준의 낮은 임금,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인생 유일의 목표로 여기는 지방 소도시의 삶이 그를 더욱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 만니와 같은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의 강퍅한 생활과 부족한 일자리 탓에 낙향했다가, 최근 다시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같은 1선 도시로 상경하려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후이롱퍄오(回籠漂)'라고 부르며, 일종의 신조어까지 양산했다.
후이롱은 식은 음식을 찜통에 넣고 다시 쪄서 데운다는 의미이고, 퍄오는 대도시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외지인들의 표류상태를 상징한다. 지역 호적 없이 베이징에서 일하는 외지인을 '베이퍄오(北漂)'라고 부르는 것도 이 맥락에서다. 전후 상황을 따지면 후이롱퍄오는 '치열한 떠돌이의 생활로 돌아온다'는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다수의 중국 매체들은 이 같은 사회현상을 앞다퉈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창멍 채용웹 연구소장이 발표한 데이터를 인용, 지난 15개월 동안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을 떠난 구직자들의 23%가 다시 1선 도시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도시의 경쟁은 치열한 반면 실력을 따지는 공정한 시장에 속하고, 철저히 인맥과 배경에서 일자리가 탄생하는 소도시에서 오히려 청년들이 좌절한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지목했다. 1선 도시 대비 소도시의 임금은 많아야 절반에 불과하며, 유망한 기술을 새로 습득하거나 업계에서 알아줄 만한 경력을 추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주 때마침 발표된 중국의 3월 말 기준 청년(16~24세) 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19.6%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4.5%)으로 성장한 와중에 나온 것이다. 경제 흐름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 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라는 얘긴데, 구직자들이 모인 대도시를 찜통으로 비유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위드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되면서, 요즘 중국 내 분위기는 오랜만에 꽤나 고무적이다. 하지만 중국 내 언론들도 청년들의 실업 문제에 대한 시의적절한 해법이 절실하다는 점을 알고 '후이롱퍄오' 보도를 이어갔을 테다. 그간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시킨 버팀목 중 하나가 안정적 고도성장에 힘입은 '풍부한 일자리'였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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