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미국판 천원숍'에 몰리는 연봉 8만달러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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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미국 중소도시를 여행할 때다.
미국에서는 저가 생활품을 주력으로 한 달러스토어, 이른바 '미국판 천원샵'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일부 미국인들은 달러스토어들을 방문하는 것조차 꺼린다.
연초 공개된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이 달러스토어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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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가 바꾼 풍경
달러트리 달러제너럴 신선식품 비중 대폭 늘려
언젠가 미국 중소도시를 여행할 때다. 지인과 함께 소규모 대안 미술관을 방문한 후, 잠시 주변을 산책하며 이 동네의 치안이 어느 수준인지를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제법 운치 있으면서도 묘하게 스산했던 탓이다. 그리고 그 말을 끝내자마자 ‘달러 제너럴’과 ‘달러 트리’가 불과 두 블록 거리에 나란히 위치한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동시에 쓴 웃음을 지으며 황급히 돌아섰다.
미국에서는 저가 생활품을 주력으로 한 달러스토어, 이른바 ‘미국판 천원샵’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이 존재한다. 다수의 매장이 저소득층 밀집지역, 범죄율이 높은 지역 등에 몰려있고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다. 뉴욕시만해도 달러스토어들이 위치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범죄율이 높은 이스트할렘, 브롱크스 지역이 다수다. 미국 곳곳에서 매장 내 사건사고 보도도 잇따랐다. 이 때문에 일부 미국인들은 달러스토어들을 방문하는 것조차 꺼린다. 당시 인접한 달러스토어들을 발견하고 황급히 동네를 빠져나간 우리의 판단도 이러한 인식에 기인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간 달러스토어를 둘러싼 풍경은 확실히 바뀌고 있다. 몇십년만에 최고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그 배경으로 꼽을 수 있겠다. 치솟는 물가로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는 미 소비자들이 한푼이라도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달러스토어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연초 공개된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이 달러스토어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저소득층이 주력 고객층이지만 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중산층 소비자들의 비중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 위틴스키 달러트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콘퍼런스콜에서 “달러트리의 신규고객 대다수가 연간 가계소득 최소 8만달러 중산층”이라고 밝혔다. 달러스토어들 외에 저럼한 가격을 앞세운 파이브빌로우, TJX 등 할인점도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내 매장 수를 대폭 늘렸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확대 등으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약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20일 오후 방문한 맨해튼 미드타운의 달러스토어 ‘잭스99센트’에서도 식료품 코너 인근에 다수의 사람이 몰려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퇴근길에 종종 이곳에 들른다는 30대 직장인 크리스티나 차우니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매장에서) 99센트짜리를 찾긴 어렵지만, 홀푸드 같은 마트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작년에 와본 후 만족도가 높아 그 후론 음료, 냉동식품, 시리얼 등을 자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인 데이비드 씨는 "소비재들이 주로 판매되고 있긴 하나, 지난해 여름부터 식료품을 구입해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달러스토어들 역시 변화의 흐름에 함께 하고 있다. 작년부터 신선식품을 보관하는 냉장고, 냉동고를 늘리고 식료품 비중을 대폭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달러스토어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달러제너럴과 달러트리는 올해 리모델링 매장 수도 전년 대비 각각 11.4%, 25.6% 늘릴 계획이다. 건강 관련 상품 등까지 판매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은 달러스토어마저 짓누르고 있다. 달러스토어로 향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실적 전망이 부진한 배경이 여기 있다. 고물가 시대에 이제 1달러짜리 제품을 찾기란 힘들다. 또한 최근 달러스토어들의 인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99센트 스토어들이 급부상했던 상황도 연상시킨다. 곧 경기침체기가 임박했다는 또 하나의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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