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결합 두고 과열?…"HD현대 때리기로 흘러서야"
대우조선, ‘주인집’ 눈치보기?…불필요한 감정싸움 지적도
관련기업들 'K조선 부상과 국가경쟁력 강화' 우선해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매듭짓기도 전부터 동종업계 1위 HD현대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여기에 ‘주인집’ 눈치라도 보기 시작했는지 대우조선해양까지 이 신경전에 가세해 양측의 공방전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완료한 바로 다음 날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제출했다. HD현대중공업이 자사 자료를 빼돌려 기본설계사업 수주를 따냈다는 내용이었다. HD현대중공업이 현재 진행 중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사업의 사업자 선정 과정과 사업 진행에 있어 적법·위법성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대우조선측은 지난 2020년 8월 자신들의 KDDX 개념설계 자료를 HD현대중공업이 활용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자신이 우선협상대상자임을 확인하는 취지의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이후 방위사업청도 이와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울산지법은 현대중 직원들이 제안서 작성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몰래 촬영 후 제안서 담당 직원들과 공유했다고 인정하면서 직원 9명에게 징역 및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며, 이중 8명은 형이 확정됐으며, 1명만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지역에서도 계속 문제가 제기돼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타이밍상 대우조선의 이같은 움직임에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모회사가 되는 한화의 눈치를 미리부터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HD현대를 비롯한 복수의 경쟁사들이 공정위에 독과점 피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공정위의 심사가 길어지자 한화는 일부 언론사에 HD현대가 심사를 발목 잡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HD현대가 수주 방해를 위해 인수 작업을 지연시키고 양사 기업결합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었단 게 골자다.
HD현대 때리기 과열조짐…불필요한 갈등유발만
이처럼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대우조선이 위치한 거제 지역의 HD현대중공업을 향한 민심까지 싸늘해졌다.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일부 세력이 이의를 제기하며 딴지를 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방산사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경쟁제한을 핑계 대지 말고 기업결합을 ‘무조건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은 공정위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셈이다.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수십년 만에 주인을 찾으면서 이제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덜할 것으로 예상하고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며 “양사의 기업결합을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 조선업계가 스스로 경쟁력을 해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화는 방산 시장 특성상 경쟁사 봉쇄가 이뤄질 수 없단 입장이지만, 경쟁자로서는 그런 상황을 우려하는 게 사실이다. 레이더·항법장치 등 한화가 독과점 공급하는 10종 안팎의 군함 부품에 관한 기술 정보를 경쟁사에 충분히 알려주지 않거나 가격을 올릴 경우, 군함 입찰에서 대우조선은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통상 군함 입찰은 기술 평가 80%·가격 평가 20%로 구성되기에, 무기의 성능이나 적절한 군함 탑재 방식에 관한 정보력 차이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단 점에서다. 공정위 심사관도 지난 18일 ‘군함 시장 내 차별 금지’를 조건으로 승인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한화 측에 발송하고 전원회의에 상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전원회의도 심사보고서와 유사한 수준의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며 "관련기업들도 K조선의 부상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필요한 감정싸움도 자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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