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서 인스타그램 지웠습니다 [쿠키청년기자단]
과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으로 우울이나 불안 등 부정 감정을 느끼는 청년이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세대별 SNS 이용 현황’에 따르면 만 25~38세인 밀레니얼 세대의 SNS 이용률은 83.5%였다. 만 9~24세인 Z세대의 이용률도 72.6%로 높았다.
데이터를 수집해 청년들의 SNS 이용 현황을 알아봤다.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총 30명의 대학생을 조사했다. SNS를 얼마나 자주 이용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29명(96.7%)이 ‘거의 매일’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주로 카카오톡(29명, 96.7%), 인스타그램(27명, 90%), 에브리타임(21명, 70%)을 사용했다.
SNS를 이용하는 목적은 지인·친구와 교류하기 위해(83.3%), 메신저 서비스로 소통하기 위해(73.3%), 흥미 위주 콘텐츠를 접하기 위해(70%) 순으로 많았다.
SNS를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묻자,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어서(60.7%),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서(53.6%), 남들의 반응이 신경 쓰여서(35.7%), 싫어하는 사람의 소식도 접하게 돼서(35.7%)라고 응답했다.
설문 참여자 30명의 SNS 중독 경향성과 외로움, 우울, 불안도 측정했다. SNS 중독 경향성은 대학생용 SNS 중독 경향성 척도개발 및 타당화 연구(정소영, 김종남)에서 개발한 척도를 사용했다. 외로움 척도는 UCLA Loneliness Scale 한국판을, 우울 척도로는 CES-D 한국판을 사용했다. 사회불안을 측정하기 위해 사회적 상호작용 불안 척도(SIAS)와 사회적 공포 척도(SPS)를 함께 사용했다.
응답 결과를 계산해 X축은 SNS 중독 경향성으로, Y축은 각각 외로움·우울·불안 척도로 설정한 뒤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파란색 선은 회귀선이다. SNS 중독 경향이 높아짐에 따라 외로움·우울·불안이 각각 어떻게 변하는지 나타낸다. 하늘색으로 칠해진 부분은 신뢰 구간으로 폭이 좁을수록 오차가 적다.
응답 결과에 따르면 SNS 중독 경향이 높을수록 외로움, 우울, 불안을 많이 느꼈다. 회귀선이 가장 가파른 불안이 SNS 중독 경향성과 연관성이 크다. SNS를 많이 하면 불안을 느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오차 폭이 가장 적은 두 번째 그래프는 SNS를 적게 할수록 우울을 적게 느낀다는 것을 뜻한다.
SNS를 줄이면 외로움, 우울, 불안이 감소할까. 3주 동안 SNS를 끊어보겠다는 참가자를 모집했다. 참가자 세 사람은 모두 20대 중반 여성이다. 이들은 지난달 13일부터 3주 동안 카카오톡을 제외한 SNS를 일절 하지 않았다. 카카오톡은 문자 기능을 대신하기에 제외했다.
남정현(26·여·가명)씨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면 종일 스트레스를 받았다. 게시물을 몇 명이 볼지, 좋아요를 몇 개나 받을지 걱정이었다.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응을 신경 쓰다 보니 언젠가부터 게시물을 올리는 데 4시간씩 고민하게 됐다. 인스타그램을 일일 평균 1시간16분 사용한 남씨는 SNS를 하면서 가장 허무함을 느꼈던 건 지난해였다고 했다. 그는 “여행을 떠났고 SNS에 관련 게시물들을 올렸다. 장기간 여행이라 힘든 일도 많았는데 행복한 얘기만 쓰는 자신을 발견했다”며 “그때 SNS와 현실 사이에 괴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3주간 SNS를 끊자 남씨의 외로움은 42 → 38, 우울은 37 → 31, 불안은 30 → 21.2로 낮아졌다. 남씨는“무엇보다 ‘나’를 생각하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그는 “뭘 먹고 뭘 하던 남들에게 알리지 않으니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생각하게 됐다”라며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불안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또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오히려 SNS를 안 하니까 덜 외로웠다. 신기했다”고 했다.
남씨는 “돌이켜보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을 때 게시물이나 스토리를 올렸고, 반응을 보며 안심하고 좋아했던 것 같다”며 “공허하고 일시적인 방법인데, 그렇게 외로움을 채웠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3주 기간 동안 SNS를 할 수 없으니 가끔 텅 빈 느낌이 찾아올 때 현실에서 해결하려고 했다”며 “전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SNS에 공유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그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진아(26·여·가명)씨는 SNS 중 인스타그램을 많이 이용했다. 일일 평균 53분을 인스타그램을 보는 데 썼다. 취업준비생인 정씨는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막상 앱을 켜면 시간이 지나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을 보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깝다”고 말했다.
정씨는 “재작년쯤 중독이다 싶을 정도로 많이 들어가서 한 달 동안 안 하려고 인스타그램을 지웠었는데 일주일만에 다시 설치했다”며 “이번에 제대로 된 변화를 관찰하고 싶다”고 밝혔다.
SNS가 없는 3주를 보낸 정씨는 “SNS가 내 삶에 꼭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전에는 친구들을 만날 때도 SNS에 뭘 올릴지 생각했다”면서 “실험 기간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정씨의 외로움과 우울함은 30 → 27, 30 → 22로 꽤 낮아졌다. 불안도 24 → 23.6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시 SNS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예전처럼 습관적으로 하진 않을 것 같고, 지인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소식이 있으면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은주(25·여·가명)씨는 한 주간 SNS 이용 시간이 총 23시간10분으로 하루 평균 3시간이 넘는 시간을 SNS에 쓰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1주일간 8시간36분 이용했다. 김씨는 “취업준비생이라 친구들이 직장에 다니는 일상을 올리면 아무래도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했다. 또 “주변에 일찍 취업했거나, 좋은 직장에 들어간 사례를 보면 ‘나는 뭐 하고 살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SNS를 지우려고 해봤지만, 친구들 소식에서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두려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작할 때 SNS 중독 경향이 가장 강했다. 그러나 외로움·우울·불안 수치는 특이하게 높지 않았다. 수치상 변화가 외로움 20 → 20, 우울 25 → 24, 불안 17.6 → 17.2로 크진 않았지만, 3주간 느낀 게 많다.
김씨는 “남들 소식에 뒤처질까 걱정했는데 인간관계에 크게 지장이 없었다”며 “SNS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간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효과도 있었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을 안 하면서 포토샵 앱도 거의 안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SNS에 올릴 사진을 보정하면서 외모 자존감도 낮아졌다. 요즘엔 기본 카메라로 자연스러운 내 얼굴을 사진첩에 남긴다”고 밝혔다. 김씨는 3주가 지난 뒤 “불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오히려 좋았다”며 “앞으로도 SNS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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