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되면 어쩌죠” 걱정 가득, 인생 첫 홀덤펍 [눈 떠보니 올인②]
중독되면 어쩌지. 홀덤펍 체험을 마음먹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홀덤이 무슨 게임인지도 모르는데 할 수 있을까. 돈을 다 잃으면 어쩌지. 혹시 이러다 도박에 빠지지 않을까. 홀덤펍 얘긴 들어 봤지만 직접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인터넷으로 방문 후기를 찾아보니 생각처럼 무서운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두려움 속에서 한 줄기 호기심이 피어났다. 용기를 내 홀덤펍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월요일 오후 4시에 홀덤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지난 17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서교동은 평화로웠다. 홀덤 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라는 얘길 들었지만, 선뜻 믿기 어려웠다. 술집도 문을 열지 않은 대낮에 홀덤펍에 사람들이 모인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찜찜한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도착한 홀덤펍 안에선 이미 게임이 진행 중이었다. 스무명 가까운 사람들이 두 테이블에 둘러앉아 딜러의 손끝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어둡고 무서울 거란 예상도 빗나갔다. 생각보다 밝은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도박장보단 친구들과 가는 보드게임 카페에 가까웠다.
완전 초보라고 순순히 신분을 밝혔다. 매장 직원은 빈 테이블에서 간단한 게임 방법과 규칙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열심히 배웠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기분이었다. 외워야 하는 규칙과 낯선 용어가 많았다. 카드를 확인한 후 할 수 있는 선택 범위가 넓었다. 어떤 카드 조합이 더 좋은지도 다 외우지 못했다. 오늘 게임에 참여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지금 시간대에 여성분은 공짜”라는 말에 홀린 듯 게임 테이블로 이동했다. 다른 분들이 잘 알려줄 거란 말에 용기가 생겼다. 믿을 건 손에 쥔 카드 조합 족보뿐. 홀덤펍 입장 20분 만에 인생 첫 홀덤 게임이 시작됐다.
세 번째 테이블엔 이미 2명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금방 테이블 인원이 7명으로 늘었다. 카운터에 별명을 등록하고 받은 5000, 1000, 500 칩을 자리에 놓자, 곧 게임이 시작됐다. 초보자는 혼자였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별생각 없는 듯 게임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가며 서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아는 사이가 많아 보였다. 어쩌면 처음 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는 것 아닐까.
몇 차례 게임이 지나갔다. 딜러가 준 카드 두 장을 슬쩍 확인하니 연속된 숫자 카드였다. 높진 않지만, 다섯 장의 카드가 연속된 스트레이트로 이길 그림이 그려졌다. 가능성을 확인하고 상대의 배팅에 콜을 외쳤다. 상대는 배팅 금액을 더 올렸다.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낸 돈을 모두 포기하고 죽어야 할까. 아니면 결과가 어떻든 콜을 외쳐야 할까. 모두가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바닥에 진땀이 났다. 결국 폴드를 외치고 게임을 포기했다. 옆자리에서 지켜보던 플레이어가 “이럴 땐 그래도 ‘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돈을 쓸어간 상대의 패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의 카드는 대체 뭐였을까. 궁금했다.
손에 쥔 카드 조합 족보를 볼 여유는 없었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딜러가 곧바로 승자를 알려줬지만, 승패의 이유를 이해할 시간도 부족했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카드 두 장이 손에 들어왔다. 연속된 알파벳 카드. 마침 여기저기서 배팅이 이어졌다. 옆에서 ‘올인’도 나왔다. 좋은 카드를 쥐었다는 생각에 승부욕이 생겼다. 올인을 외쳤다. 딜러가 테이블에 공유 카드 다섯 장을 하나씩 오픈할 때마다 주변에서 탄식이 나왔다. 결국 가장 높은 ‘AA’ 카드를 가진 사람에게 판돈이 돌아갔다. 모든 칩을 잃었다. 첫 게임 시작 1시간30분 만이었다.
아쉽게 져서일까. 시간이 지나도 게임의 기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승리의 맛은 짜릿했고, 패배의 맛은 씁쓸했다. 한 번 더 가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순간 아차 싶었다. 이렇게 중독되는 건가 싶어 섬뜩했다. 카드 두 장으로 승패가 갈리니 사실 운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게임이나 스포츠로 친구들과 즐기는 홀덤은 추천한다. 하지만 깊이 빠지는 건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자제력을 잃으면 한순간 불법 도박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묘하게 자꾸 생각난다. 딱 한 번만 더 가볼까.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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