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최강 로비스트' 김인섭…"그의 횟집, 이재명·정진상 아지트"
검찰이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파고들수록 세간의 관심은 김인섭(70·구속)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입에 쏠리고 있다. 김씨가 2015년 4월 ‘성남 빗물 저류조 공사 비리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을 당시 지인 A씨에게 보낸 편지가 언론에 흘러나오면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최근 2015년 4월부터 1년간 김씨가 옥중에서 보낸 편지를 확보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 윗선에 잘 통하는 사람”, “가장 센 ’허가방’”이라고 불리던 김씨는 2015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백현동 개발사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의 대가로 77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지난 14일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에도 김씨의 지시로 성남시와 시의회를 상대로 사업 인허가 필요성 등을 설명·제안한 의혹을 받는 서울 마포구의 설계용역업체를 압수수색하며 김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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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이 '인섭이형'이라 불러”
보도된 편지에 따르면 2015년~2016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김씨를 두 차례 찾아가 특별면회했다. 특별면회는 사람 사이에 플라스틱 가림막이 없고, 대화내용도 녹음되지 않는다. 일반 면회실이 아니라 수감시설 내 별도의 공간에서 만나기 때문에 시간 제한도 자유로운 편이다.
편지에서 김씨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사장’이라고 표현했다. 정 전 실장과 고(故) 전형수씨(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가 면회를 왔다고 전한 뒤 “사장이 재판 초기부터 끝까지 모두 파악한 것 같다. 당신(이 대표 본인)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 걱정 말고 출소 때까지 건강 챙기라고 전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이 편지를 김씨가 ‘옥중 로비’를 계속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2015년 1월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된 김씨는 채 3개월이 안돼 다른 건으로 구속됐지만 공공성 부족을 이유로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을 반대하던 성남시는 2015년 4월 토지용도를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을 결정하고, 2016년 1월엔 100%를 요구했던 임대주택 비율을 10%로 하향 조정해줬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는 민관합동개발방식도 포기해 완전 민간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개발조건을 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해줬다. 아파트 공사 현장의 함바집도 김씨와 특수 관계의 인물이 운영했다고 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기억도 검찰의 의심으로 뒷받침한다. 유씨는 2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15년 초, 정진상이 전화가 와서 ‘인섭이형이 하는 일이니 (원하는 대로) 잘 해줘라’고 했다”고 말했다.
'원조' 이재명 측근… "김씨 소유한 식당은 성남시청 아지트"
김씨가 2010년대 초반 성남시 사송동에서 운영하던 ‘나로도 횟집’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도 자주 찾았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정진상은 각각 약속을 잡을 때도 ‘나로도’에 자주 갔고, 직원들에게도 가서 많이 팔아주라고 했다. 아지트처럼 쓰였다”고 말했다. 성남시 간부를 지낸 한 인사도 “시청 회식, 기자간담회 등도 나로도 횟집에서 했다”며 “김씨가 이 시장과 친한 걸 다들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로비스트로서 김씨의 영향력은 다른 민간사업자 사이에도 소문이 났다. 위례신도시 및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민간업자 남욱씨는 검찰에서 “김인섭이 이 시장과 대면할 수 있는 사이라고 들었다. 국장급도 함부로 못한다고 했다”, “성남에서 가장 센 로비스트로 알고 있다”, “김인섭 부탁은 어지간한 건 다 들어주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친분' 부인하는 이재명-김인섭… 유동규 “특혜 확실해”
이에 대해 유씨는 “김씨 입장에선 ‘나보다 늦게 이재명에 합류했는데 이것저것 맡았구나’는 생각으로 내가 고깝게 보였을 것”이라며 “다만 나는 공직을 맡은 신분이었고, 김씨는 비선 아니겠나. 이재명의 분신인 정진상이 로비스트 김씨를 챙긴 것부터 특혜의 증거”라고 말했다. 김씨와 정진상 전 실장은 백현동 개발이 추진되던 2014년 4월부터 1년 간 115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역시 백현동 개발과 김씨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이 대표 측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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