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문화 영부인'으로 안다...바이든도 언급한 '김건희 전시회'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문화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시 기획자’로서의 김 여사의 이력을 잘 알고 있어서다.
지난 5월 방한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김 여사가 2015년 기획했던 ‘마크 로스코 전(展)’에 대해 “미국 국립미술관(내셔널갤러리)이 한국에 대규모로 그림을 빌려준 첫 번째 사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해 김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담긴 도록과 경대를 선물했다.
마크 로스코는 스티브 잡스가 심취했던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로 추상 표현주의 거장이다. 그의 어둡고 흐린 분위기의 작품은 2차 세계대전에서 비롯된 서구 사회의 우울감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다수 작품이 워싱턴 국립미술관(내셔널갤러리)에 전시돼있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릴 만큼 해외에 대규모로 반출된 적이 없었지만, 2015년 미술관의 내부 수리 사실을 파악한 김 여사가 그의 작품 50여점을 국내로 들여왔고, 기획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마크 로스코전은 3개월 동안 무려 25만명의 관객이 찾았다. 배우 이영애·안성기씨, 임권택 감독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찾아 소감을 남겼다. 이듬해 마크 로스코 전은 예술의전당이 제정한 제2회 예술대상에서 최우수상과 최다관객상, 기자상을 받았다. 전시회 뒤 마크 로스코의 인생 실화를 다룬 연극 ‘레드’가 국내 무대에 올랐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김 여사의 문화 행보와 관련해선 과거 전시 기획자로서의 이력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5일 김 여사가 참석한 주한 프랑스대사관 개관식도 단적인 예다. 김 여사는 프랑스와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코바나컨텐츠 대표 시절인 2012년 ‘에펠탑의 페인트공’으로 알려진 프랑스 사진작가 마크 리부 사진전(展)을 시작으로 2016년엔 프랑스의 세계적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展)을 국내 최초로 열었다. 직원들과 프랑스를 직접 찾아 전시회의 모든 사항을 직접 조율했다.
당시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에도 국내 유수의 인사가 참여했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는 현대식 아파트의 창시자로도 불린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며, 이 시대의 문제와 사회적 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건축에 있다”는 말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 글귀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공유했다. 지난달 3·1절 기념사를 준비할 당시 참모들에게 “연설문을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처럼 만들어 달라”는 주문도 했다고 한다. 간결하고 핵심만 남기는 그의 설계 스타일대로 본질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 시절 좌천을 당하는 등 어려운 시기에도 김 여사의 전시회를 찾아 위로를 받곤 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개관식에 참석한 프랑스 대사관은 르 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 제자인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곳이다. 김 여사와의 인연이 깊은 셈이다. 김 여사는 당시 개관식 기념사에서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에서 프랑스 대사관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소개하며 “르 코르뷔지에를 사사한 유일한 한국 건축가 김중업 선생이 대사관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관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안도 다다오가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 당시 ‘안도 다다오 특별 세션’을 마련했다. 김 여사는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 때도 안도 다다오와 오찬을 함께 했다. ‘전시 기획자 김건희’로 맺어온 오랜 인연이 ‘영부인 김건희’가 된 현재까지도 이어진 셈이다. 당시 김 여사는 일본 동경한국학교를 찾아 “정치에는 국경이 있지만, 문화와 교육에는 국경이 없다”며 한·일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여사는 2017년엔 스위스 작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展)도 기획했다. 자코메티는 피카소도 작품에 대한 비평을 요청할 만큼 세계적 작가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스위스 순방 당시 취리히의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을 방문해 알렉산더 졸스 회장과 환담하고 작품을 둘러봤다.
문화 행보가 눈길을 끌긴 하지만 여전히 김 여사의 행보 대부분은 약자와 봉사 중심으로 채워져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 어려운 약자를 보듬겠다는 본질에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에도 대전 새마을회의 이동식 빨래방을 찾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김 여사는 그 뒤 음주운전으로 숨진 고(故) 배승아양의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했다.
20일엔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미추홀 학교를 방문해 발달 장애 학생의 직업교육 현장을 찾았다. 김 여사는 “학생을 직접 보니 무한한 잠재력과 열정이 느껴진다”고 격려했다. 지난달에도 김 여사는 서울 맹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학업 지원을 위한 신형 노트북 점자판을 전달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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