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땀 닦은 송영길 "민주당 탈당, 월요일 3시 귀국"

박소희 2023. 4. 2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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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현지서 결백 주장... "검찰 요구 없지만, 귀국하면 바로 불러달라" 당의 적극 대응도 주문

[박소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 3구 한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3.4.22
ⓒ 연합뉴스
 
"당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지겠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당을 이탈한 적 없다. 그러나 결단하겠다. 저는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 당연히 상임고문도 사퇴한다. 국회의원, 지역위원장도 아니고 당원도 아닌 국민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탈당하겠다"고 22일 말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체류 중인 그는 다음날 곧바로 비행기에 탑승해 오는 24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다음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돈봉투 의혹은 여전히 몰랐던 사안이라며 "이 문제는 돌아가서 하나하나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송 전 대표는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후 11시경 파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약 30분간 입장을 밝혔다. 그는 6.1 지방선거 패배 후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이 끝나고 난 연말에야 출국했고, 당시에도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관련 수사 상황이 진행 중이었지만 검찰의 출석 요구 등이 없었던 만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지난 4월 12일 이정근 전 부총장의 1심 선고 바로 전날 갑작스레 검찰의 돈봉투 의혹 수사가 진행됐다고 했다.

이후 송 전 대표는 파리 현지에서 한국 기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며 '이정근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꼬리 자르기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인터뷰를 두고 "진의가 잘 전달되지 못했다"며 "그래서 저의 명확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했다. 또 "제가 파리에 살면서 혼자 생활하고 있어서 혼자 진행하게 된 점 양해바란다"고 말한 뒤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모든 책임은 제게... 당당하게 돌파할 것"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 3구 한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앞서 기자회견문을 꺼내고 있다. 2023.4.22
ⓒ 연합뉴스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대응해 나가겠다. 먼저 2년 전 전당대회와 관련하여 돈봉투 의혹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세력도 계보도 없는 저 송영길의 당선을 위해 자신의 돈과 시간과 정성을 쏟아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준 국회의원과 당원 동지께 매우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경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전쟁으로 옮겨붙을지 모르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서민경제를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나가야 할 민주당이 할 일이 태산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지게 되니까 더욱 더 전 당대표로서 뼈아프고 통절한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국회의원, 당원 동지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번 사태는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캠프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전적으로 제게 책임이 있다. 법률적 사실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저를 도와준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억측, 논란도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돌파해 나가겠다. 

어떤 방식으로 책임져야 할 것인가 고민했다. 저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정권교체 프레임을 정치개혁 프레임으로 바꿔보고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아쉬운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를 미련 없이 사퇴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당의 총력 대응을 위해, 뻔히 승산이 어려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 저를 다섯 번이나 의원으로 뽑아주신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천 계양구 주민들과도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당대표도, 국회의원도, 지역위원장도 아닌데 불출마도 선언한 마당에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제가 당대표 시절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실태조사와 관련해 논란됐던 12명의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바 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 우상호를 비롯한 12명에게 가혹한 요구를 한 바 있다. 모두 무혐의 처분받고 깨끗이 의혹을 해결했다. 이 자리를 빌려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당을 위해 부담을 감수하고 고군분투해 이겨내신 열두 분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같은 원칙은 저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 전 대표는 탈당 선언 후 "민주당은..."이라고 하다가 잠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1997년 민주당 인천시당 당직자로 입당, 올해로 26년째 당원이다.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 중간 중간 난감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지 다섯 번이나 눈가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기도 했다. 

"(민주당은) 단순한 정당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를 지키는 보루다. 민주당이 저의 탈당을 계기로 모든 사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대응하여 국민의 희망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길 기원하겠다. 

검찰이 소환도 하지 않는데 귀국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러나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더 제가 이곳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속한 시간 내에 저와 함께 했던 교수님들, 저를 격려했던 정치인들과 면담, 전화 등으로 인사드리고 귀국을 준비하겠다.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 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줄 것을 부탁한다. 검찰 조사에 적극 임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다음은 그가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개인적 일탈' 발언, 돈봉투 논란과 별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 3구 한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앞서 기자회견문을 꺼내고 있다. 2023.4.22
ⓒ 연합뉴스
 
- 민주당에선 '들어와서 직접 진상을 밝혀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밝힐 생각인가.

"오늘 기자회견은 저의 정치적 책임, 총괄적 책임을 밝히고 조기귀국 의사를 밝히면서 그 책임의 일환으로 26년 사랑하는 민주당을 떠나는 결단을 표시하는 자리다. 제가 지난번에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 때 약간 오해가 있던 게 뭐냐면, 제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에 대해서 감시감독을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했는데 이걸 갖고 일부 언론, 국민이 봤을 때 '당대표한 사람이 무책임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그때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 안 된 것 같다.

그때는 이정근씨가 박모라는 사업가와 본인은 지금도 개인적인 채권채무관계로 주장하지만 알선수재혐의로 1심에서 실형 4년 6개월이 선고된 날이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제가, 물론 아직 항소심 재판이 남아있지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고. 돈봉투 논란과 전대 논란하고는 별개의 말씀이었다는 걸 다시 확인하고, 전체에 대해선 총체적 책임을 지고 구체적 사안은 귀국해서 하나하나 점검하고 대응하겠다. 아마 당에서 어떤 조치가 있을지, 제가 귀국하면 당의 입장을 들어보겠다."

- 녹취록에 대표님이 직접 돈봉투를 뿌리는 과정에서 구성원과 확인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모든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여기서 논박을 벌이면 논란이 되기 때문에 돌아가서 하나하나 설명드리겠다."

- 검찰에서 과도한 수사를 한다는 말도 있다. 정치탄압이라고 보는가.

"그 문제는 제가 여기서 발언하지 않겠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 할 얘기가 많지만, 오늘은 저의 책임을 국민 앞에 토로하고 사죄하는 자리다."

- 당내 강경 발언이 섭섭하거나 그런 심정 없나.

"충분히 의원들의 그런 심정은 이해된다. 그래서 조기귀국해서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해가겠다."

-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정계은퇴 얘기까지 했다.

"저는 정치를 직업이나 생계로 하지 않았다. 제가 정치를 한 이유는 학생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민족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위한 사명으로 하고 있다는 말씀만 드리겠다."

- 이재명 대표와 통화할 때 어떤 말씀을 나눴는가. 또 (지난 17일) 이 대표의 (대국민 사과 및 조기귀국 요청) 말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가 당대표 입장이라도 얼마나 곤혹스러운 상황이겠나. 말씀드린 대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 의원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여러 가지로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단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겠다. 이재명 대표와 통화 속에선 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잘 설명했고, 이재명 대표의 입장을 서로 듣는 시간이었다. 기자회견 하라마라 이런 얘기가 있지만 저는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나가고 들어가고, 무슨 일을 하고 안 하고 할 때 분명하게 국민 여러분께 공개하고 투명하게 행보해왔다. 제가 파리에 놀러와 있는 것도 아니고 프랑스 대사 추천으로 학교와 계약을 맺고 와 있는 기간인데 그냥 소리 없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왜 그런지 분명한 설명을 하는 것이 그래도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제1당 당대표를 한 사람의 도리라 생각한다."

"몰랐다... 즉시 귀국해 월요일 인천 도착"

-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어도 돈봉투 의혹 관련해선 전혀 몰랐다는 발언을 유지하는가.

"네, 그렇다. 제가 (2021년) 4월 15일에 당대표 출마회견을 했더라. 일정표 받아서 보니까. 그리고 4월 18일부터는 후보 등록 이후에 전국 순회 강연, TV토론 등으로 그때 세 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세 후보가 30분 단위로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였다. 후보가 그런 캠프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드린다."

- 윤관석 의원이나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관련해서 보고받은 기억이 전혀 없나.

"예 그렇다. 사실 제가 우리 민주당 역사에서 계보 없는 사람이 당대표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 아니었나. 참 어려운 선거였다. 그러나 제가 세 번 출마했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계속 앞서고 있었고, 나머지 두 후보의 단일화 얘기가 나올 정도의 상황이었다. 정말 자신의 돈과 시간을 내서 저를 도와주신 전국의 당원, 대의원 동지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이번 일로 괜히 누를 끼쳐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

- 강래구 한국감사협회 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는데.

"그것도 가서 보겠다만, 강래구 회장은 지난 총선 때 출마를 포기하고 수자원공사 감사가 됐기 때문에 저의 전당대회 땐 캠프에 참석할 신분과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만 말씀드린다. 저는 즉시 귀국하도록 하겠다."

- 오늘인가.

"내일 비행기표를 티케팅 해놨다. 저녁 8시 아시아나 비행기로 출국해 월요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당당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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