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전기차 재시동 건 도요타
일본 도요타는 아직 이렇다 할 전기차가 없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항상 ‘전기차 지각생’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다른 업체와 달리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던 도요타가 잠에서 깼다.
도요타는 지난 1일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14년 만이다. 사토 고지 신임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디자인, 가격, 브랜딩 등 다양한 요소 가운데 ‘성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요타의 DNA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도요타가 신임 사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지난 7일 새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2021년 12월에 전임 아키오 도요다 사장이 발표한 전략을 구체화해 내놨다. 2026년까지 전기차 10종을 출시하고 연간 15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목표가 2030년까지 연간 151만대 생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공격적인 목표치다. 나카지마 히로키 도요타 부사장은 “전례가 없었던 전기차를 투입하겠다. 효율적인 전지 사용으로 최대 주행거리를 2배가량 늘리고 매력적인 주행 성능과 디자인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그동안 느리지만 탄탄하게 전동화 전환을 준비했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도요타는 그동안 전기차 관련 특허를 착실하게 쌓았다. 특허조사 업체 ‘패턴트 리절트’에 따르면 도요타가 보유한 전기차 관련 특허는 7700개 이상으로 독보적인 세계 1위다.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지배할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도 1400개 이상 보유해 가장 많다. 전기차 경쟁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지식재산권에서 한 발 앞서있는 것이다. 도요타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분야도 착실히 준비해왔다. 2018년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인 ‘우븐플래닛홀딩스’를 설립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아린’을 독자 개발 중이다. 2025년 실용화가 목표다. 전기차 확산에 반드시 필요한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움직임도 이미 준비 중이다. 도요타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전기차를 선점하기 위해 일본 충전기 표준을 담당하는 조직인 ‘차데모’(CHAdeMO)를 중심으로 인도표준초안위원회와 전기차 충전기 표준을 협의 중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5월 전기차 bZ4X를 출시했었다. 하지만 품질 불량으로 환불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자존심을 구겼었다. 이후 도요타는 기존 전기차 개발 계획을 전면 쇄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토 사장이 선임된 뒤 “이제 전기차의 때가 무르익었다”고 말한 것도 도요타가 그동안 전기차 개발에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3일 “시장을 신중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뒤 사업을 전개하는 도요타가 드디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제부터 진짜 전기차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요타는 지난 18일 개막한 ‘2023 상하이모터쇼’에서 엔트리급 세단인 ‘bZ 스포츠 크로스오버’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bZ 플렉스스페이스’ 등 2종의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도요타는 전기차에만 매진하진 않는다.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선보여 고객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전기차 판매량 1위인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실적이 급락했다. 테슬라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순익은 25억1300만달러(약 3조3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최근 6차례에 이르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11.4%로 시장 전망에 훨씬 못 미친다. 전 분기(16.0%)보다 4.6%포인트, 전년 동기(19.2%)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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