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앵무새에게 영상통화를 시켰더니…

美 노스이스턴大·MIT 연구팀, 이색 연구
"통화법 익히자 친구 호출해 노래하고 장난도"

반려 앵무새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영상통화로 다른 앵무새와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는 이색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반려 앵무새 18마리를 대상으로 3개월간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먼저 앵무새와 주인을 위한 온라인 교육·코칭 프로그램 '앵무새 유치원'을 통해 참여 앵무새를 모집했다.

연구에 참여한 반려 앵무새들이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에 앞서 연구에 참여한 앵무새들은 영상 통화를 하고 싶으면 둥지에 마련된 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앵무새가 종을 울리면 주인은 다른 앵무새들의 사진이 담긴 화면을 보여줬고, 그러면 앵무새는 스스로 자기가 통화하고 싶은 상대를 골랐다.

영상통화 하는 법을 익히게 되자 앵무새들은 통화에 흥미를 보였고, 점점 자주 친구들을 호출했다. 3개월의 연구 기간 동안 새들은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총 147회의 영상통화를 했다. 연구팀은 총 1000시간이 넘는 영상 자료를 얻어 분석했다.

영상통화의 효과는 놀라웠다. 통화 도중 앵무새들은 노래를 불렀고, 장난을 쳤으며 또 다른 새에게 자기 장난감을 보여주는 행동을 보였다.

앵무새는 높은 지능을 가졌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자극을 원하는데 영상 통화가 이들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켰다.

또 참여 앵무새들은 서로의 행동을 따라하는 '거울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는데, 한 새가 깃털 고르기나 노래를 하면 이를 보고 있는 다른 새도 이에 동조하며 따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새들은 특별히 좋아하는 친구를 금방 만들기도 했다.

앵무새들의 주인은 "(영상통화를 한 뒤) 새들이 예전보다 차분해졌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팀은 "모집한 모든 새가 설계된 통화 방식에 참여했고, 대부분의 새가 강한 동기와 목적성을 나타냈다"며 "모든 새 주인이 영상통화가 유익한 것으로 느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주인은 이 실험이 반려조의 삶이 전환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는데 영상통화로 다른 새를 보면서 먹이 찾는 법이나 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새들의 영상통화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영상통화가 잠재적으로 윤리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모든 영상통화는 사려 깊게 실행돼야 한다"라면서 새들에게 선택 권한을 줘야 하고 그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컴퓨터협회(ACM)가 주최한 '컴퓨터-인간 상호작용 학회 콘퍼런스(CHI 2023)'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