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는 눈치 주고, 지갑은 ‘텅텅’...몸 아파도 회사 나가야죠 [오늘도 출근, K직딩 이야기]
몸이 좋지 않아 ‘유급 병가’를 써야 하는 상황임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직장인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직장 사회에서 아파도 무리하게 출근하는 현상인 ‘프리젠티즘’ 현상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임금노동자 프리젠티즘 결정 요인 비교 연구’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 1585명을 대상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평소와 같이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 만큼 몸이 아픈데도 직장에 나와서 일을 한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50.5%가 “그렇다”고 답했다.
수입이 낮고, 회사 복지가 체계적이지 않을수록 ‘유급 병가’를 쓰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월 임금 400만원 이상인 사람은 400만원 미만인 사람보다 프리젠티즘이 적게 나타났다. 또, 회사에 유급 병가 제도가 없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프리젠티즘이 유의하게 높았다. 활성화된 노조가 존재하는 직장에 근무하는 직장인은 노조가 활발하지 않은 곳보다 ‘프리젠티즘’ 문제를 낮게 겪고 있었다.
아파도 일을 출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인력 부족’이었다. 블록체인 기반 리서치 플랫폼 ‘더폴’이 2만33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6.9%가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서’ 출근했다고 답했다. 이어 업무 특성상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서(15.9%), 눈치가 보여서(13.1%), 직장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11.4%)라고 답했다.
직장인들과 전문가들은 프리젠티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급 병가’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아직 한국은 유급 병가가 제도화돼 있지 않다. 더폴 설문조사 응답자 60%가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유급 병가’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희주 카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유급 병가가 프리젠티즘을 낮추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프리젠티즘은 직업 환경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 자신이 주 수입원인 경우에도 아파도 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게 된다. 특히 이들은 유급 병가가 없으면 결근으로 생기는 수입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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