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천장화 저택'서 쫓겨난 미국 출신 伊 왕자비

김현정 2023. 4. 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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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태생의 이탈리아 왕자비가 20년 넘게 거주해온 이탈리아 로마의 '빌라 아우로라'에서 강제 퇴거당했다.

리타 왕자비가 퇴거 명령에 불응하자 로마 당국은 이날 경찰을 동원해 강제 집행에 나섰다.

리타 왕자비는 문화재급 가치가 있는 이 저택을 이탈리아 정부가 구입해 보존하길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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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관리 부실·유료 투어로 법원 강제 퇴거
지난해 6868억원 경매 시작…유찰로 1000억대

미국 태생의 이탈리아 왕자비가 20년 넘게 거주해온 이탈리아 로마의 '빌라 아우로라'에서 강제 퇴거당했다. 이 저택은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카라바조가 그린 유일한 천장화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1년 빌라 아우로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리타 왕자비[이미지출처=로이터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리타 옌레테 본콤파니 루도비시(73) 왕자비는 경찰의 입회하에 반려견 푸들 4마리와 함께 로마의 '빌라 아우로라'에서 퇴거했다.

지난 1월 로마 법원은 외벽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등 건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당국 허가 없이 저택 유료 투어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리타 왕자비에게 퇴거 명령서를 발부했다. 리타 왕자비가 퇴거 명령에 불응하자 로마 당국은 이날 경찰을 동원해 강제 집행에 나섰다.

리타 왕자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에서 "지난 20년 동안 사랑스럽게 돌봐온 집에서 잔인하게 쫓겨났다"며 "이는 불법이고 불필요한 퇴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누군가는 내가 여자이고 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난 잘 모르겠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게 돈 때문"이라는 말도 했다.

리타 왕자비는 루도비시 가문의 후손인 니콜로 본콤파니 루도비시 왕자의 세 번째 아내다. 이탈리아에서는 왕정이 폐지됐지만 왕가의 후손인 니콜로 본콤파니 루도비시는 계속해서 왕자로 불렸으며, 그의 부인들에게는 왕자비라는 호칭이 붙었다.

본명이 리타 카펜터인 리타 왕자비는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배우와 방송기자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부터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니콜로 왕자와의 결혼 전부터 미국의 유명 인사였다. 텍사스 대학을 졸업한 뒤 텍사스 공화당에서 활동한 그는 미국 하원의원이던 존 젠렛과 결혼했다. 남편이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자 이혼한 뒤 '의원 아내의 해방'이란 제목으로 플레이보이 표지모델로 등장해 남편의 불륜을 폭로하기도 했다.

니콜로 왕자와 만난 것은 부동산 사업을 통해서였다. 이들은 2003년 로마 인근에서 호텔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만나 서로 첫눈에 반했고, 2009년 결혼했다. 니콜로 왕자는 결혼 당시 리타 왕자비에게 평생토록 빌라 아우로라에서 살 수 있도록 하면서 만약 저택이 팔릴 경우에는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셋과 수익을 나누도록 했다.

왕자 사망 후 의붓자식들과 상속 분쟁

2018년 니콜라 왕자가 사망하자 리타 왕자비는 의붓아들들과 상속 분쟁을 벌여 왔다. 결국 로마 법원은 저택을 매각해 수익금을 나눠 가지라고 판결했고, 이에 저택은 지난해 경매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월 시작가 4억7100만 유로(약 6868억원)로 열린 경매는 계속 유찰됐고 이에 오는 6월30일로 예정된 다음 경매 시작가는 1억4500만 유로(약 1114억원)까지 떨어졌다. 이탈리아 문화유산법에 의해 보호되는 이 저택을 낙찰받은 사람은 복원 비용으로 1100만 유로(약 160억원)를 추가로 내야 한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조가 그린 천장화의 모습[이미지출처=EPA 연합뉴스]

1570년 건립된 이 저택은 대지 2800㎡(약 847평) 규모로, 십자가 모양의 6층짜리 건물과 넓은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루도비시 가문은

1621년 이 저택을 별장으로 구입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 이 저택에는 카라바조가 남긴 유일한 천장화로 1597년 완성한 '목성, 해왕성, 그리고 명왕성'이 있다. 법원이 평가한 그림의 가치는 3억1000만 유로(약 4520억원)다.

리타 왕자비는 문화재급 가치가 있는 이 저택을 이탈리아 정부가 구입해 보존하길 희망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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