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인천→은퇴' 김광석…"그저 그런 선수였는데, 고마워요 인천" [일문일답]

나승우 기자 2023. 4. 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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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 나승우 기자) 프로 21년차 인천 유나이티드 김광석이 축구화를 벗은 소감을 전하면서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고 그저 그런 선수였는데 은퇴식까지 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2003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한 김광석은 2020년까지 군복무를 제외하고 18년 동안 포항에서 뛰었다. 2007년과 2013년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9년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이어 2020년 인천으로 적을 옮긴 뒤 2시즌을 뛰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구단 스카우트 업무를 맡고 있다.

인천은 21년간 K리그에 헌신한 김광석을 위해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광석은 지금까지 현역 시절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K리그 성실의 아이콘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매년 '1년 더 하자'는 연락이 왔다"며 "선배가 오래해야 어린 선수들도 오래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책임감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축구 인생을 되돌아봤다.

다음은 김광석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은퇴소감은.

과하게 찾아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는데 이렇게 환대 받아야 하나 싶다. 이렇게 은퇴식을 할 줄 몰랐다. 잘하는 선수가 많았고, 난 그저 그런 선수, 화려하지 않았던 선수였는데 인천에서 은퇴식을 열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은퇴 결정 후 지인들 반응은.

'왜 은퇴하느냐, 더 하라'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35살 이후엔 하나하나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가족들은 그만하자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동료들은 더 하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어린 선수들도 있는데 성장을 막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고, 부담도 있어서 은퇴하기로 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인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 인천에서의 첫 승이 기억난다. 첫 승까지 오래 걸렸던 기억이 있어서 더 그랬다.

-선수와 스카우트의 차이가 있다면

축구 외적으로 많은 걸 알게 됐다. 위에서 보는 시각이나 코칭스태프가 한 경기에 얼마나 어떻게 투자하는지도 알게 됐다. 선수 외적으로도 구단이 이렇게까지 생각하는구나를 알게 됐다. 과분한 것 같고, 지금까지 축구를 전혀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하기 가장 어려웠던 공격수가 있다면.

각 팀에 뛰어난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콕 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매 시즌 '이 선수와는 만나기 싫다, 이 경기는 뛰기 싫다'는 기분이 드는 선수들은 꼭 있었던 것 같다.

-스카우트 업무는 어떤가.

스카우트를 하면서 유소년 선수들을 보니 시스템이라든가 축구 외적으로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선수 때는 경기장 안에서만 열심히 하자는 느낌이라면 지금은 축구 업무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느낌이다. 구단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축구만 하면 즐거운데 외적인 부분이 있어서 힘든 것 같다.

-은퇴 결정하고 가장 먼저 연락이 오신 분은.

매년 '1년 더 하자'는 연락이 온다. 선배가 오래해야 어린 선수들도 오래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책임감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성실의 아이콘인데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 다치고 꾸준히 하는게 롱런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하고 다치지 않으면 언젠가 그 빛을 발하는것 같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축구를 오래할 수 있는 방법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데뷔 시절과 최근 유소년 선수들을 비교하면 어떤가.

과거에는 2년에서 3년은 지켜주고 키워주려고 했다면, 지금 선수들은 안타까운 마음이 많다. 성장할 수 있는 R리그나 2군 리그가 없다. 2, 3년만 지켜보면 괜찮을 거 같은 선수들이 많았다. 만약 내가 지금 시대에 데뷔하려고 했다면 저는 방출이었다.

-포항 원클럽맨과 현역 연장을 바꾼 셈인데 아쉽지 않나.

아쉽지 않다. 오히려 은퇴식을 열어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다. 5년, 10년 있었으면 몰라도 2년 밖에 없었는데 이런 대접을 받을 정도였나 싶다.

매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1년 정도는 가족들과 여행 다니고 싶었는데 구단 대표님이나 감독님이 65세까지 쉬면 안 된다고 하셨다. 잠깐 한 눈 파는 건 되지만 쉬면 안 된다고 하셨다. 고마움만 받고 있는 입장이었다. 이제 고마움을 드려야 하는 입장이다.

-스카우트로서 유소년 선수들에게서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은.

잘했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단점보다는 장점을 우선적으로 본다. 프로 선수들도 다 단점이 있다. 장점을 우선적으로 보고 유소년 선수들을 확인하고 있다.

-인천이라는 구단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구단 레전드 한 명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고, 감사한 마음 뿐이다.

-처음 인천에 왔을 때와 지금 인천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맨 처음 왔을 때는 졌을 때 분위기가 달랐다. 포항에서 지면 죽은 것처럼 지냈다. 인천에서는 '괜찮다. 다음에 이기면 된다'고 말하는걸 보고 '내가 잘 못 살아왔나' 생각도 들었다. 졌을 때 분위기가 달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열심히 하는 부분도 있고, 득점을 해야 다음 경기 승산이 있기 때문에 경기장 안팎에서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 선수들한테는 작은 것 하나하나 챙겨주려고 한다. 포항과 인천은 확실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도자 생각 있나.

지금은 전혀 없다. 사실 6개월 쉬려고 했는데 '김카우터'가 돼 버렸다. 지도자 생각은 없다. 유소년 선수들을 생각하는 게 먼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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