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종이접기를 굳이 검색해서 찾는 이유

최새롬 2023. 4. 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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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상급의 종이접기를 마스터 하면 얻게 되는 '어려움의 매력'

아무도 부러워 하지 않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의 종이접기'. <기자말>

[최새롬 기자]

벚꽃 축제가 끝났다. 꽃을 다 떨어뜨린 나무는 그 자리에 연둣빛 이파리를 꼼꼼하게 채운다. 꽃이 지는 걸 보러 가는 축제는 아무 데도 없지만 지는 것도 틈틈이 구경했다. 나무들마다 지는 전략이 달랐다. 가벼운 것은 가벼운 대로 바람에 날려 보내고 무거운 꽃은 무거워서 바로 아래 꽃잎을 뚝뚝 떨어뜨렸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부터, 오래 연습한 것 같다.

쉬운 꽃 종이접기 

봄꽃은 지고 없지만 우리에겐 종이가 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제법 꽃다운 모양을 접다 보면 꽃이 피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종이접기에는 대표적인 검색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쉬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려운'이다. 응용하면 다음과 같다. 쉬운 꽃 종이접기, 어려운 꽃 종이접기.

쉬운 꽃 종이접기의 대표적인 것으로 해바라기가 있다. 꽃잎을 대량으로 접어 연결하는 것이 있다. 같은 것을 여러 개 접어서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난이도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 접기에 실패할 확률도 0에 수렴할 것 같지만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왕왕 실패한다.

접는 사람이 이것을 시시하게 여겨 그만두는 것이다. 실제로도 쉬운 것을 하지 못해서 끝까지 습관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쉬워서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에게 해바라기 접기를 권해본다. 진득이 앉아서 하나씩 접다 보면 마침내 왕 해바라기를 접을 수 있다.

이 접기는 경험이 쌓이면 손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려준다. 머리로 다른 일을 생각하면서 이것을 접을 수 있다. 꽃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보지도 않는데 점점 더 정교하고 빠르게 접을 수 있다. 그러니 크고 멋진 해바라기에 가려진 것은 이런 것들 아닐까. 크고 멋진 일 속에는 작은 일들이 알알이 있다. 그러니 시시함에 지쳐 꽃잎 접기를 포기하지 말자.
 
▲ 백합처럼 보이는 백합 종이 꽃 돌담에 핀 종이 백합
ⓒ 최새롬
종이 한 장으로 만들 수 있는 쉬운 꽃으로 백합 종류의 꽃이 있다. 꽃대가 길고 비어 있으며 꽃잎이 언제나 네 개인 꽃을 접는다. 종이 하나로 꽃 하나를 완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언제나 백합 종류의 꽃만 접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꽃대에 너무 많은 공력을 써 꽃잎이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는 구조. 어떤 면에서는 같은 것을 여러 장 접어 완성하는 것보다 더 쉽다. 언뜻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좀 아는 이들에게는 생각보다 쉬운 접기이다. 이제 다음 꽃 접기로 나아갈 때이다.
 
▲ 작은 연꽃 직경 3cm 종이 연꽃
ⓒ 최새롬
 
어려운 꽃 종이접기

다음으로 소개할 꽃은 연꽃이다. 연꽃은 쉬운 접기 중 하나지만 종이를 뒤집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종이를 접는다기 보다는 살살 달래는 것에 가깝다. 이런 접기는 빠르고 정확하게 익히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 더디고, 지진부진하고 접을까 말까 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 빨리 뒤집어 봐야 연잎이 찢어지는 결과물을 얻을 뿐이다.

정사각형 종이를 별 기교 없이 접고 뒤집어 꺾는 것만으로 입체적인 연꽃을 만들 수 있고 난이도에 비해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은 매우 작은 결과물이다. 보통 15센티 종이로 접으면, 직경 3센티의 소박한 꽃을 얻을 수 있다.

손바닥 만한 연꽃을 갖고 싶다면 손바닥보다 5배쯤 큰 종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김없이 인생에 빗댈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연꽃을 보다면, 그보다 다섯 배쯤 큰 종이를 상상해야 하는 것이다. 어디에서 손바닥만 한 연꽃이라도 보게 된다면 그것을 접었을 엄청나게 큰 면적을 생각해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가위를 쓰는 종이접기를 소개한다. 종이접기인들에게 가위란 용납할 수 없는 도구이지만 시작을 정사각형이 아니라 다각의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 딱 한 번만 쓴다. 정사각형이 아니라 이를테면 오각형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몇 번 접어서 한 번을 잘라 완벽한 오각형을 얻는다. 이렇게 시작하는 꽃은 풍성한 꽃잎을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다.
 
▲ 자세히 보면 장미 보호색을 띈 장미꽃
ⓒ 최새롬
이것부터는 살짝 어렵다. 왜냐하면 이때 쓰이는 선이 지금까지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축을 이동해서 새로운 각을 운용하는 데 있다. 중앙을 중심으로 180도를 접거나, 45도를 접거나, 45도의 반을 접는 것은 쉽다. 그러나 120도를 접거나, 270도를 접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이 위에는 더 많은 금이 있어야 하고, 그 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선을 뽑아내 겹칠 수 있어야 한다. 방법은 다르지만 종이를 구기면 입체적인 모양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종이에 없던 선으로 예측할 수 없는 각도를 주면 종이에 안과 밖이, 그늘이 생긴다.
 
▲ 돌 사이에 핀 장미꽃 종이 장미
ⓒ 최새롬
중간이 없는 종이접기

꽃 중에서 가장 어려운 종류는 장미의 다양한 변용인데, 너무 많이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단한 설계를 하기 위해 수 없이 선을 접는데 초심자들은 여기서 포기하고 만다.

장미 비슷한 것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는데 종이가 이미 넝마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잘 따라와도 실제로 접을 때 가이드, 즉 내가 만들어 놓은 선이 많아 실패한다. 길이 너무 많아 어떻게 이어서 접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고난을 이겨내면 장미 비슷한 것을 접을 수 있다.

이 작은 종이 위에 겨우 내가 만든 선을 잇는데 실패하고 종이를 달래고 설득하고 꼭꼭 접어 여러 꽃을 도모하는 일이 일어난다. 쉬워서 부딪히는 난관이 있고, 빠르게 익힌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도움이 될 가이드가 많아서 어디서부터 연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도착하기도 한다. 인생이 쉬우면 마냥 좋을 것 같은데 실상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종이를 접으면서 이해하게 된다.

종이접기를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은 '쉬운' 것을 검색하지만, 이것을 깬 사람들이 찾는 다음 검색어는 '어려운' 종이접기이다. 어떤 종이접기라도 한 번 완성해 보면 그것은 더 이상 어려운 상태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운 종이접기'만이 남게 되는 중간은 없는 종이접기.

시시한 것에 물려 완성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어려움의 매력에 빠져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종이접기를 은밀하게 추천한다. 이 취미에 성취라는 단어를 가져오는 것은 몹시 거창하지만, 다음 단계를 바라보게 하는 동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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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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