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바지 알바생” 고민…이런 소통이 된다고? [사연뉴스]

이정헌 2023. 4.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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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바지. 구글 검색화면 캡처


MZ세대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을 둔 업주들에게 직원과의 소통은 늘 어려운 이슈입니다. 이건 직원으로서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그런데 진짜 좋은 소통의 예시를 제대로 보여준 사연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한 편의점 사장님의 사연입니다.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 A씨는 얼마 전 “수면 바지를 입고 오는 알바 때문에 고민”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손님이 드문 주말 야간 시간에 근무하는 한 남학생 직원 B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A씨는 일단 B군이 “일도 잘하고, 인사성도 좋고, 손님들과 가벼운 대화도 잘 이끌어가는” 나무랄 점이 없는 알바생이라면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딱 한 가지 ‘수면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것이 고민의 원인이었습니다.

아끼는 B군이 행여 불쾌하게 느낄까 봐 뭐라 말하지 못하던 A씨는 “이게 눈에 거슬리는 저는 꼰대인가요”라면서 누리꾼들의 의견을 물었죠.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누리꾼들 대다수는 “일터에서 수면 바지는 잘못됐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여기는 관리를 안 하는 곳으로 생각할 것 같다”는 겁니다. B군에게 ‘수면 바지 입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조언들도 이어졌죠. “수면 바지 입을 거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라”는 강한 반응도 있었습니다.

여러 의견을 살핀 A씨는 잠시 뒤 “좋은 의견들 감사하다”면서 “잘 타일러 보겠다”는 댓글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약 3시간 뒤 “수면 바지 입는 알바 친구에게 얘기했습니다”라는 제목의 후기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이 글엔 A씨가 수면 바지 문제와 관련해 알바생 B군과 나눈 문자 대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먼저 A씨는 알바생에게 “오픈한 후로 좋은 알바 친구들, 좋은 손님들 덕분에 내가 인복은 참 타고 났구나 생각했다”면서 “(B군도) 그중에 한 명이다. 손님들이 인사성도 바르고 일도 잘한다고 칭찬을 얼마나 하던지”라며 B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이어 “제가 나이가 더 많음에도 B씨를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인품은 나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고 새삼 느꼈다”는 진심도 적었죠.

A씨는 이어 본론인 복장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근무 복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그동안 B씨가 수면 바지를 입고 오는 것에 대해 터치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 손님이 불편함을 표시했고, 저 역시 손님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면 바지를 입은 B씨 태도를 탓하기에 앞서 ‘근무 복장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한 겁니다.

A씨는 이어 “수면 바지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조거팬츠라던가 예쁜 츄리닝도 많으니 그렇게 입고 와줄 수 있는지”라고 조심스레 묻고는 “작지만 츄리닝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의 보너스를 급여 계좌로 송금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번 일로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근무 잘 해줘서 고마워요”라는 말까지 덧붙였죠.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혹여 마땅한 옷을 찾지 못할 B군의 사정까지 살핀 A씨의 태도에 누리꾼들은 “소통의 정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 누리꾼은 “점장이 수면바지 착용을 ‘복장 불량’이 아니라 근무 복장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한 바 없어 발생한 착오로 취급했다”면서 “이런 접근이야말로 혼내기가 아닌 업무상 착오를 바로잡게 하는 모범적인 예”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A씨의 문자에 알바생 B군의 답장도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는 “저희 어머니도 수면 바지는 아니지 않냐고 몇 번 말씀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집 앞이라 괜찮다고 했던 제가 부끄럽다. 역시 어른들 말씀은 하나 틀린 게 없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습니다.

두 사람의 문자 대화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어떻게 조언할까 고민한 사장님도, 명쾌하게 받아들인 직원분도 현명하고 훈훈하다” “역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진짜 어른에, 예의 바른 알바. 사람들이 다 이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쏟아졌죠.

A씨는 이런 누리꾼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편의점주 A씨와 아르바이트생 B군의 대화는 조금만 불편해도 삐딱하게 대치하기 쉬운 요즘 시대에 특히 더 소중해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두 사람처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상대의 처지를 생각해보는 배려가 있다면 ‘좋은 소통’은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것일 수 있습니다. 실망하고 상처받길 두려워 벽을 치는 대신, 애정 어린 눈과 태도로 상대와의 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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