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훈장 독립장, 대전국립묘지 안장

김삼웅 2023. 4. 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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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 63] 공적에 비해 등급이 너무 낮다는 평이다

[김삼웅 기자]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여성독립운동가 정정화의 일대기를 다룬 <장강일기>
ⓒ 학민사
 
어머니를 닮은 아들(김자동)은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 남들은 없는 말도 엮어내고 부풀리는 데도, 그는 선대의 독립운동 사실을 좀체로 알리려 하지 않았다. 절친 중의 절친이던 송건호가 <녹두꽃>의 추천사격인 <중국대륙에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여인의 이야기>에 쓴 내용이다.

내가 그의 집안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김 형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남을 통해서였다. 그 후로도 그가 집안 이야기를 자랑삼아 얘기하는 것을 좀처럼 보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김 형의 집안은 '독립유공자'의 가족 속에 들어가지 않았다가 아주 뒤늦게야 다른 사람이 대신 추천하여 겨우 알려지게 되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항일애국운동에 참여했던 김 형으로서는 자신이 그 나이 또래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일본어를 통 모르는 것만 봐도 결코 평탄하지 않았을 집안의 숨은 이야기들을 충분히 기록으로 남길만도 한데, 무슨 뜻에서인지 그런 의사를 내비치지 않다가 이번 기회에 김 형 자당께서 회고록의 붓을 드신 것이니 반갑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김 형 자당의 회고록이 나오게 된 데에는 나도 전혀 관련이 없지 않았으므로 한 마디 안할 수가 없다.

몇 년 전 나는 모 잡지 기자에게 김 형 자당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 기자가 대단한 관심을 보여 김 형을 만났고 자당을 취재하여 기사화했었다. 그러나 지면과 형식의 제약으로 자당의 이야기나 집안의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기에는 미련이 남았던 탓에 주위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김 형이 자당을 도와 여든 여덟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자당께서 직접 회고록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주석 2)

이 책은 1987년의 정치사회적 격변 속에서도 보름만에 재판을 찍는 등 반짝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6월항쟁과 개헌정국, 연말의 제13대 대통령선거 등으로 잊혀지는 듯 하고, 출판사도 문을 닫고 말았다.

저자 사후인 1998년 8월 학민사에서 <장강일기(長江日記)>로 제목을 바꾸고 장정을 새롭게 가다듬어 재간하면서 시중의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제까지 독립운동사 기술은 남성 위주, 사건 중심을 벗어나지 못한 경향이었으나, 이로부터 모습을 달리하게 되었다. 독립운동 '뒷바라지' 수준에서 당당한 주연급으로 소환된 기록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장강일기>가 뒷표지에 쓴 발문에서 이 책의 가치를 살피게 한다. 

장강 푸른 물결위에 실린 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겨레와 가족에 대한 사랑!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상하이 임시정부로 탈출, 민족의 자주 독립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투쟁한 '한국의 잔 다르크' 정정화의 일대기! 김구·이시영·이동녕·차이석 등 임정 요원 일 백여 명과 함께 중국대륙 수만리 피난길 위에서 펼쳐지는 민족의 대서사시! 이 책 <장강일기>는 고난의 한국현대사 속에 묻혀 있던 역사의 외마디 비명을 들려준다.!! (주석 3)

김자동은 책의 말미에 붙인 <어머니에 대하여, 시대의 부름에 두 손을 모으고>에서, 어머니의 가르침을 적었다.

"어머니는 중국에서도 충실한 가정주부였다. 며느리의 도리를 다했다. 그리고 소아와 대아를 나누어 보고 어느 것을 택하는 게 옳은 것인지를 스스로 터득했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나는 대아를 위해 살도록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다." (주석 4)고 돌이킨다.

김자동은 어머니가 노령에 회고록을 집필한 때의 모습을 상기한다.

어머님은 원래 기억력이 뛰어나기로 주위 사람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었으나 근래에 들어서는 실력 발휘를 다하지 못하신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끝마칠 때까지 나는 어머니의 한숨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아는 바나 기록에 나온 자료들을 어머니께 알려드렸고, 어머니께서 다시 기억을 되살려 무릎을 치곤하였다. (주석 5)

정정화 여사의 유해는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되고, 정부는 이에 앞서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드렸다. 공적에 비해 등급이 너무 낮다는 평이다.
   

주석
2> 앞의 책, 10쪽.
3> 정정화, <장강일기> 뒷표지.
4> 앞의 책, 332쪽.
5> 앞의 책,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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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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