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죄수에 "죽을래 입대할래"…병력부족 러, 잔인한 협박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병력이 부족해지자 러시아 정부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인 죄수들을 대거 입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가 HIV 양성 죄수에게 효과적인 치료 약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겁을 줘 입대를 자원하게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죄수의 20%가 HIV 보균자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여름부터 약 5만 명의 죄수를 입대시켜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 이는 전체 죄수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어 NYT는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죄수 출신 러시아군의 증언을 소개했다.
HIV 양성인 이 러시아군은 수감 시절 교도소 의사가 갑자기 기존 HIV 치료제 투약을 중단하고 효과가 의문시되는 치료제로 처방을 바꿨다.
10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던 이 러시아군은 새롭게 처방된 치료제로는 교도소에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그는 러시아 용병대 바그너그룹에 자원했다. 그는 6개월간 바그너그룹에 복무하는 대가로 사면을 받았고, 효과적인 HIV 치료제 제공도 약속받았다.
그는 군대 경험이 없었지만, 2주간의 기초 훈련 이후 전방에 배치됐다. 소총과 탄약 120발, 헬멧과 방탄조끼만 배급받은 그는 배치된 첫날에 전투에서 포로로 붙잡혔다. 다른 동료들은 대부분 전사했다.
그는 NYT에 "나에겐 (전쟁터에서) 빨리 죽거나, (교도소에서 AIDS로) 천천히 죽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며 "난 빨리 죽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 같은 방식으로 입대시킨 HIV 보균자와 C형 간염 보균자들을 구별하기 위해 각각 빨간색과 흰색의 고무 팔찌를 착용토록 의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터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쉽게 눈에 띄게 하겠다는 목적이었으나, 오히려 팔찌를 찬 군인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등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남성들에게 평균 월급 4배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입대를 촉구하고 있다. 병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약 5만 명의 죄수를 입대시켜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 이는 전체 죄수의 10%에 해당한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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