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 피해자의 용서는 끝이 아닌 시작
[이준목 기자]
학창시절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징계를 받았던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김유성이 최근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구단 측은 지난 21일 ‘김유성이 최근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고, 피해자 쪽도 받아들였다’고 알렸다
김유성은 고교 시절 김해고의 에이스로 황금사자기고교야구대회에서 전국대회 첫 우승을 이끌며 최고의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투수다. 2020년에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에 신인 1차 지명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 지명 직후, 김유성이 내동중학교 재학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유성은 학교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교내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 이듬해인 2018년 2월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는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학폭에 민감해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 김유성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악화되자 부담을 느낀 NC는 고심 끝에 결국 김유성에 대한 1차 지명을 철회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김유성에게 1년 자격 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김유성은 프로행을 포기하고 대안으로 고려대 진학을 선택다.
한동안 세간의 시선에 잊혀졌던 김유성은, KBO가 2023 신인드래프트부터 4년제(3년제 포함) 대학교 2학년 선수가 프로 입단을 시도할 수 있는 얼리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2년 만에 다시 신인드래프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려대 진학 후 학폭과 관련된 징계를 모두 소화하여 김유성의 신인드래프트 참가와 지명에 법적인 걸림돌은 더 이상 없는 상태였다. 두산 베어스는 2라운드 9순위로 김유성의 이름을 호명했다.
여론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실력과 잠재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역시 문제는 도덕성과 여론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대부분의 야구 팬들은 여전히 학폭 전력이 있는 김유성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무엇보다 김유성이 당시에도 여전히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도마에 올랐다. 어느덧 성인이 되고 프로에 입단했음에도 여전히 뒤에 숨어서 여론을 회피하려는 듯한 김유성의 태도는 오히려 팬들의 더 큰 분노를 자아냈다. 김유성이 내세운 자숙과 반성의 진정성에도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소속팀 두산 역시 이미 소속 선수인 이영하가 학폭 논란에 연루되어있던 가운데,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슷한 사례인 김유성까지 또 지명한 것은 엄청난 비난을 자초할 밖에 없었다.
김유성을 바라보는 팬들의 인식이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은 두산 입단 이후에 나왔다. 지난 2022년 11월 20일, JTBC <최강야구>를 통해 방송된 최강 몬스터즈와 두산 베어스의 이벤트 매치에서는 김유성도 두산의 신인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유성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공식석상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유성이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를 하자, 적지않은 팬들로부터 큰 야유가 쏟아질 만큼 싸늘한 반응만 확인했다.
지난 10월 두산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승엽 감독에게도 김유성 논란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이승엽 감독은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유성이 충분한 사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나도 함께 가서 사과할 용의가 있다. 김유성이 진심으로 피해자께 사과하길 바란다”는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김유성을 1군에서 기용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김유성은 이제야 가장 큰 숙제였던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통과했다. 두산 구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김유성은 피해자 측에 모든 잘못을 다 인정했고 뉘우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엽 감독도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경기를 앞두고 김유성을 다시 언급하며 "피해자 측이 유성이를 용서해 줘서 앞 길을 터준 것 같다. 팀의 감독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유성은 이로서 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으며 프로 선수로서 새 출발을 기약할수 있게 됐다. 올해 퓨처스(2군)리그 2경기에 등판해 1승무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 중이었다. 그간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두산은 김유성을 활용하는 데 제약이 없어짐에 따라 장기적으로 마운드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았다고 해서 다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승엽 감독은 김유성이 피해자와 합의한 것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 김유성이 진정한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면 마음, 몸, 정신 상태까지 모든 게 프로답게 거듭나야 한다”고 뼈있는 조언을 덧붙였다.
용서는 피해자가 선택한 배려일 뿐, 가해자가 편안해지기 위한 ‘면죄부’로 해석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죄수가 형기를 다 채우고 나오더라도 전과 기록은 남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폭을 저질렀던 과거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여전히 많은 팬들은 피해자의 용서와 별개로 학폭 전력이 있는 선수가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버젓이 프로야구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적지않다. 혹시 비슷한 학폭 사례를 경험한 또다른 피해자들에게는 김유성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야구팬들은 피해자와의 관계 정리와는 별개로, 김유성이라는 선수가 앞으로도 ‘프로로서, 인간으로서’ 더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다. 두산 구단 역시 김유성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관리해야할 책임이 있다.
김유성이 팬들의 신뢰와 응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좀더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또한 단지 야구만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생활과 프로의식에서도 새롭게 거듭나려는 속죄의 진정성을 꾸준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예방강연이나 사회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노력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김유성에게 용서란 끝이 아닌, 속죄의 또다른 시작이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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