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강제퇴소 8번 금쪽이, 오은영의 자신있는 처방
[김종성 기자]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21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는 'ADHD 완전 정복' 편으로 꾸려졌다. 이번 주 금쪽이는 8세 남자아이였는데, 학교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말썽을 피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금쪽이는 친구들 책상을 거침없이 밀고 발로 차는 등 폭력성을 보였다. 또, 싸움을 제지하는 선생님의 손을 할퀴어 상처를 내기까지 했다. 심지어 선생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일까지 있었다.
금쪽이의 문제 행동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됐는데, 그 때문에 강제 퇴소되는 바람에 유치원을 졸업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유치원 강제 퇴소만 무려 8번이나 겪었으니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금쪽이의 일상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주의가 산만한 금쪽이는 학교를 가는 중에도 샛길로 빠지기 일쑤였고, 그 때문에 지각을 밥먹듯 했다. 겨우 등교한 후에도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우선,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갑자기 책상을 밀치고, 사인펜을 부수고, 책상에 낙서를 했다. 큰소리로 게임 흉내를 내기도 했다. 갈수록 어수선한 수업 태도에 선생님에 통제하려 했지만, 금쪽이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엄마는 입학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상담 전화만 5~6번을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금쪽이의 마음을 몰라 그저 답답할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행동이 유독 눈에 띤다며, 빨리 이유를 찾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쪽이의 문제 행동은 점점 더 심해졌는데, 자연스럽게 교실에서 벗어나 복도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기어다녔다. 심지어 굴러다니고, 개구리처럼 펄쩍 뛰기도 했으며, 계단을 기어내려가기도 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부모는 할 말을 잃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금쪽이는 전형적인 ADHD예요." (오은영)
오은영은 보통 새 학기가 시작됐을 때 아이들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개월이면 환경 변화에 충분히 적응하는데, 그 기간을 지나도 어려움이 있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ADHD와 관련한 100여 년 전 기록에도 'Worm-like Movement', 다시 말해 벌레 같은 움직임이라는 내용이 있다며, 금쪽이의 행동은 전형적인 ADHD 증상에 부합하다고 설명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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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금쪽이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으려고 했으나 2번이나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극도의 산만함 때문에 뇌파 검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신경안정제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산만한 탓에 대뇌가 깨어있는 것처럼 보여도 ADHD는 대뇌 활성이 안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진정시키는 약을 먹으면 더 난리가 나는 것이다.
"ADHD 치료의 핵심은 대뇌 활성화예요." (오은영)
학원에서 받아쓰기를 하던 금쪽이는 어려운 단어가 나오자 급발진했다. 포기 선언 후 시험지에 그림을 그리더니, 잠시 후에는 집어던지고 찢어버렸다. 선생님에게 말대꾸를 했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점점 난폭해지는 금쪽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엄마가 제지하자, 금쪽이는 침을 뱉으며 저항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금쪽이의 행동에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ADHD가 전문 분야인 오은영만큼은 익숙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ADHD의 대표적인 특징에 대해 언급했다. 우선, 필요한 생각을 유지하기 어렵다. 잡생각이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또, 생각 조절이 힘들어 참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경향이 있다. 오해받기 딱 좋은데, 충동성이 높아 상황에 맞게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대꾸를 하는 것도 관련이 있다.
ADHD의 경우 충동성 덕분에 소리 반응이 빨라 말을 일찍 배운다. 금쪽이도 11개월부터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글씨 쓰기는 다르다. 눈과 손이 협응해야 가능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에 ADHD에게는 울화통 터지는 일일 수밖에 없다. 한편, 오은영의 설명이 이어지는 와중에 금쪽이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튜디오에 난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과연 금쪽이가 나아질 수 있을까.
영유아기 때 보이는 ADHD의 특징
① 젖을 길게 안 빤다
② 화장실에 앉아있는 걸 힘들어한다
③ 위험한 행동을 즐겨 한다
우선, 궁금증을 풀고 넘어가도록 하자. ADHD는 유전되는 걸까. 엄마는 어린 시절에 자신이 왈가닥이었다고 말했고, 아빠는 생활기록부에 '머리는 좋으나 주의가 산만함'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ADHD가 유전 질환은 아니지만, 자기 조절과 억제 기능은 유전된다며 ADHD는 80~85%가 유전이라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부모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다음 날 저녁, 금쪽이네는 외식을 하러 식당을 찾았다. 물론 금쪽이는 식당 앞 배수로 덮개를 빼며 놀고 있었다. 결국 아빠가 출동해야 했다. 식사를 마친 금쪽이는 밖으로 냅다 뛰어나갔다. 잠시 후, 금쪽이가 걱정되어 따라갔던 (친한) 누나가 금쪽이가 자신에게 침을 뱉었다며 울며 돌아왔다. 아빠가 훈계하러 갔지만 금쪽이는 도망쳤다. 얼마 못 가 붙잡혔고, 아빠의 지시에 따라 사과했다.
금쪽이는 이내 자리를 피해버렸다. 아빠는 금쪽이를 쫓아가 훈계했다. 금쪽이는 혼나는 중에도 계속 딴청을 피웠다. 버릇 없어 보일 법한 행동이었다. 금쪽이는 진심을 담아 사과를 했는데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화가 났던 것이라고 속상해 했다. 진심과 달리 오해를 받아왔던 금쪽이의 마음에 응어리가 진 것이다. 아무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기분이었으리라.
"ADHD는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엄마 아빠가 옳고 그름을 안 가르쳐서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자기 조절과 억제를 하는 능력이 나이보다 미성숙할 뿐이에요." (오은영)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 채널A |
금쪽이의 속마음은 어떨까. 금쪽이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칠판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금쪽이가 그린 건 '머리(뇌)'였다. 어떤 이유일까. 금쪽이는 자신의 머리에 못된 세균이 있어서 머리를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대로 안 되는 머릿속을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머리에 나쁜 병이 숨어 있"다고 말할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웠을까.
금쪽이는 보육원 앞에서 엄마와 실랑이를 벌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엄마가 말을 듣지 않는 금쪽이에게 홧김에 "보육원 가."라고 했던 말이 가슴에 박힌 듯했다. 엄마와 아빠는 후회와 죄책감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금쪽이는 엄마 아빠가 좋다며 그 이유를 "말을 안 들어도 보육원에 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버림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은영은 ADHD는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고 못박았다. 금쪽이 엄마 아빠는 지금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었다. 오은영은 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약물 치료를 강력히 권고했다. 또, 연구 결과 93%가 호전된다며 희망을 불어넣었다. 지금 금쪽이는 당장 공부를 잘하는 걸 기대하기보다 우선 교실에서 편안하게 적응하는 능력부터 키워야 했다.
솔루션 첫날, 금쪽이는 승마장을 찾았다. 말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집중력과 조절 능력을 키웠다. 2일 차, 거실에 마주 앉은 엄마와 금쪽이는 정해진 시간 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충동성을 낮추는 연습을 했다. 금쪽이는 금방 꿈틀댔고, 책장 위에 올라가 엄마 속을 긁었다. 겨우 솔루션이 시작돼 1분 가만히 앉아있기에 성공하자, 엄마는 칭찬과 보듬기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에는 금쪽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놀이 형식으로 솔루션을 진행해 나갔다. 엄마는 금쪽이와 '그대로 멈춰라'를 하며 집중력과 통제력을 높이는 연습을 이어나갔다. 이때 멈춰 있는 공간을 좁혀가면 더 빠르게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 약물 치료를 통해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학교 측과 선생님도 적극적인 도움을 줘 금쪽이의 변화를 도왔다.
마지막으로 템플 스테이에 참여한 금쪽이네는 나란히 앉아 명상을 하고, 108배 절을 올렸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던 금쪽이도 차분히 따라왔고, 긴 시간인에도 끝까지 집중했다. 솔루션의 효과는 확연히 나타났다. 이제 금쪽이는 등교도 혼자 씩씩하게 하게 됐고, 학교에서도 문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하루하루 발전해 나갔다. 금쪽이의 변화가 놀랍고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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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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