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불운 김은중, 24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U-20 월드컵
[이준목 기자]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 남자축구 대표팀의 U-20 월드컵 조편성이 확정됐다. 21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추첨에서 2포트를 배정받은 한국은, 프랑스(1번 포트), 온두라스(3번 포트), 감비아(4번 포트)와 함께 F조에서 16강 진출을 두고 맞붙게 됐다.
U-20월드컵은 총 24개국이 출전해 4개국씩 6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상위 2개국이 16강에 직행하고, 각 조 3위 중 상위 네 팀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합류한다. 한국은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U-20 아시안컵에서 4강에 올라 이번 대회 티켓을 따냈다.
성인 축구와는 달리 U-20 월드컵은 항상 변수가 많아서 예측이 어렵다. 일단 조편성 자체는 나쁘지 않아보인다. F조에서 전통의 축구강국이자 U-20 월드컵에서도 유일하게 우승 경력이 있는 프랑스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온두라스와 감비아는 해볼만한 상대라는 평가다.
피파랭킹으로 순위를 매기는 성인축구와 별개로, U-20 월드컵 본선 통산 성적을 기준으로 한 랭킹으로는 의외로 한국이 F조에서 가장 서열이 높다. 한국은 역대 U-20 월드컵 본선에 총 15회 출전하여 60경기에서 승점 71점(19승 14무 27패)을 기록하며 1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고 성적은 2019년 대회의 준우승이며, 아시아 국가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성적이다.
한국보다 한 계단 아래인 13위가 바로 프랑스다. 축구강국의 명성과 달리 U-20 월드컵에서 는 의외로 한국의 절반도 안되는 통산 7회 출전에 그쳤지만, 승점은 66점(20승 6무 9패)을 기록하며 짧고 굵은 족적을 남겼다. 프랑스는 2013년 대회에서 폴 포그바, 사무엘 움티티 등을 앞세워 1회 우승을 거둔바 있다.
온두라스는 U-20 월드컵에서 8회나 출전했지만 승점은 24점(5승 19패)에 그치며 45위에 머물렀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다. 최약체로 꼽히는 감비아는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이었고 2007년 대회에서 승점 4점(2승 2패)을 획득하며 16강에 올라 통산 순위는 61위다.
한국은 U-20 월드컵에서 프랑스와 제법 인연이 깊었다. U-20 대표팀간 역대 전적은 8전 1승 3무 4패로 한국의 절대 열세다. U-20 월드컵본선 에서는 두 번 만났는데 1997년에는 2-4로, 2011년에는 1-3으로 두 번 모두 두 골차 패배를 당했다. 이번 대회 역시 프랑스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4강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전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온두라스와 감비아에게는 한국이 모두 전승을 거두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온두라스는 U-20 대표팀 상대전적에서 2전 2승을 기록 중이며, 감비아와는 난 2007년 수원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유일하게 맞붙어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 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최근 대륙별 U-20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온두라스는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U-20 챔피언십에서 4강에 올랐고, 감비아는 아프리카축구연맹(CAF) U-20 내이션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F조는 1강 1중 2약 구도가 예상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프랑스가 압도적인 1강으로 꼽히는 만큼, 1차 목표인 토너먼트 진출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 편성이다. 또한 프랑스가 강하기는 하지만 홈팀인 아르헨티나, 인접국으로 역시 홈이나 다름없는 우루과이보다는 그나마 덜 부담스럽다. 최소한 1승 2무, 혹은 2승 1무 이상을 목표로 안정적인 토너먼트 진출을 노릴만하다.
이번 U-20 월드컵은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치러진다. 원래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슬람 국가인 이 나라에서 반이스라엘 여론이 심화하면서 FIFA가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하고 아르헨티나로 개최지를 변경한게 변수가 됐다.
한국축구사에서 U-20 월드컵은 단순한 연령대별 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박종환호는 대한민국의 FIFA 주관 대회 첫 4강이라는 신화를 달성했고, 1991년에는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여 8강진출을 이뤄냈다.
2009년 이집트 대호의 홍명보호(8강) 이후로 최근 6번의 대회에서 5번이나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렸고, 특히 지난 2019년 대회에서는 정정용호가 역대 최고성적인 준우승 달성과 함께 이강인이 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까지 수상하며 어엿한 U-20월드컵의 강국으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의 사령탑이 된 김은중 U-20 대표팀 감독은 화려한 프로 경력에 비하여 대표팀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비운의 선수였다. 국가대표 경력에서 성인대표팀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A매치 15경기에서 5골을 넣은게 전부였고, 성인 월드컵 출전 경험은 전무하다. 다만 U-20에서는 AFC U-20 아시안컵과 FIFA U-20 월드컵에 모두 출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통산 11경기 7득점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활약했다.
당시 U-20 대표팀에서 영혼의 투톱으로 함께 활약했던 동갑내기 공격수 이동국 역시 월드컵에서는 비운의 선수로 꼽히지만, 그래도 센츄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까지 가입하며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던 것과 비교하면, 김은중은 정말로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던 편이다.
김은중 감독은 선수 시절 지역예선인 U-19 아시아 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1999년 나이지리아 U-20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하지만 팀은 1승 2패로 조별리그 통과가 좌절됐던 아픔이 있다. 김 감독은 당시 본선에서 득점에는 실패했다.
지도자로서는 U-20 대표팀이 첫 감독 경력이며 부임 이후 10승 4무 2패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무려 24년만에 감독이 되어 다시 돌아온 U-20월드컵은 김은중 감독의 지도자 첫 메이저대회다. 드디어 선수 시절에 못다 보여준 태극마크의 한을 풀 기회를 잡은 셈이다.
홍명보-신태용-고 이광종 감독 등 U-20에서 성과를 낸 지도자들은 올림픽대표팀인 U-23팀까지 맡게 되었던 경우가 많았다. 김은중 감독에게도 이번 대회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지도자 커리어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수 있다.
강성진이나 성진영, 김용학 등이 주축이 된 김은중호는 4년전 정정용호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이강인 같은 슈퍼스타는 없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또 하나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조 편성을 완료한 김은중호는 24일부터 26일까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에 돌입하며, 5월초에 대회를 2주 정도 앞두고 출전명단을 최종확정하여 마지막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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