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수백 그루 나무 싹쓸이 벌목, 왜?

정수근 2023. 4. 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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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예천 미호교에서 오신교 사이 3㎞ 구간... "형사 고발감" 지적도

[정수근 기자]

 우리 하천 원형의 아름다움 간직한 하천 내성천 왕버들 군락이 무참히 잘려나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미호교에서 오신교 사이 구간 3킬로미터 나무들이 싹쓸이 벌목 당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 전체가 모래강의 강이자 우리 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 국보급 하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전해야 할 하천으로 평가받고 있는 내성천에서 심각한 나무 싹쓸이 벌목 사태가 벌어졌다.

예천군은 지난주에 예천군 보문면의 미호교에서 오신교 사이 3㎞에 이르는 버드나무 군락지에서 일명 싹쓸이 벌목을 했다. 벌목 주체는 예천군 안전재난과로 예천군 보문면장의 요구로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수종은 주로 왕버들이고 소나무와 참나무, 미루나무 등도 섞여 있었다.

내성천 왕버들 싹쓸이 벌목 현장에서

지난 21일 현장을 살펴보니 잘린 나무 밑둥치는 대부분 다른 데로 옮겨졌고, 그 일부가 오신교 부근에 쌓여 있었고 잔가지들은 벌목 현장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은 산지와 연결 구간이고 산을 깎아 길을 낸 곳으로, 제방을 축제한 구간도 아닌 자연스레 산 사면이 제방 구실을 하는 무제부 구간이 대부분으로, 이곳에 누가 심어 가꾼 나무도 아닌 자연스럽게 활착해 자라난 주로 왕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던 곳이다.
 
 수령이 20년 이상 된 나무들도 무참히 잘려나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종을 가리지 않고 싹쓸이 벌목이 단행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밑둥치의 나이테를 살펴보니 수령이 20년 이상이 된 나무도 있었다. 왕버들은 우리 옛 선조들이 하천변에 일부러 심어서 제방 구실을 해주던 것으로 무제부 구간에 자연스럽게 자라난 왕버들은 제방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이런 나무들의 싹쓸이 벌목을 예천군에서 단행한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내성천을 찾아왔던 필자는 이 구간을 지날 때마다 하천변에 자연스레 자라나 강의 일부로서 기능을 하는 나무와 강이 어우러진 풍경을 아름답게 바라봐 왔는데, 지난 21일 하루아침에 이곳이 싹쓸이 벌목된 것을 우연히 지나가며 보고 깜짝 놀랐다.

나무는 이 기후위기, 탄소중립의 시대에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존재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해 주고 수온을 낮추어 준다. 특히 하천변의 나무들은 그늘을 만들어 강물의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막아주는 등 하천 생태계에도 유익한 역할을 한다.

특히 물속으로 뻗은 왕버들 뿌리는 물고기들의 서식처 기능도 하고, 그 자체로 산새들의 집이자 천연기념물 수달 등의 서식처로도 기능을 한다. 특히 인간 생활에도 도움을 주는데 홍수 때에는 유속을 완화해줘 하류 지역의 피해를 막아주는 등 정말 여러 유익한 기능을 많이 한다.

나무의 싹쓸이 벌목이 단행된 현장을 보고서 큰 슬픔과 절망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내성천 같은 보존 가치가 충분한 하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곤 상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수준이 아직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면서 너무 슬펐다.

보문면장의 자의적 판단... "내가 다 책임지겠다"
 
 공사 전인 2022년 9월의 예천군 작곡리 내성천의 모습. 정면에서 오른쪽 사면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 있다. 이들이 모두 베어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주 이곳의 모든 나무들이 무참히 베어졌다. 경북 예천군이 싹쓸이 벌목을 단행한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하천 관리를 담당하는 예천군 안전재난과에 전화를 걸어 담당 주무관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무가 자라나 제방에 균열을 가해 심하면 제방을 붕괴시킬 수도 있어서 제방의 수목을 원래 제거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구간은 대부분 산과 연결된 무제부 구간으로 제방을 인위적으로 축제한 곳이 아니다. 그리고 보호해야 할 민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산이고 일부 농경지가 있을 뿐이다. 몇 가구 집들도 산 위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제방 붕괴 운운은 전혀 엉뚱한 소리로 들렸다.

재차 물었더니 자신은 "이 구간 공사를 진행한 실 주체가 아니라서 정확히 모른다"는 설명과 함께 "일반적인 상황 설명으로 답을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공사 담당자를 연결해달라 했더니 3시간이나 지난 후인 오후 6시경 어렵게 공사를 실지로 진행한 담당 공무원과 연결됐다.
  
 2022년 9월의 모습이다. 산을 따라 울창이 자란 나무들이 보인다. 저 나무들이 모두 베어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유수의 흐름에 방해를 주는 하천 안 나무를 그대로 두고 산지 제방의 자연스레 자란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는 보문면사무소 면장이었다. 처음에 전화가 온 이는 면사무소 주무관이었는데 그에게 나무를 벤 경위를 묻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면장이 전화를 바꿔서 이후 그와 오랜 시간 통화를 하면서 사건 경위를 파악하게 됐다.

처음엔 수목을 제거해달라는 민원이 있었다고 했다. 작곡리 이장이 "운전할 때 시야를 방해한다"면서 나무를 제거해달라는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원도 있었고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을 고려해서 벌목 공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나무가 유수의 흐름에 지장을 준다. 시야를 가린다. 쓰레기 투기가 발행한다. 가시박이 많이 자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제반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자신의 판단하에 벌목했다는 것이다.

나무의 여러 공익적 기능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나무를 싹쓸이 벌목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 이유가 있어서 자른 것인데 왜 그러느냐? 사람살이가 먼저지, 주민들 위해서 한 일인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 환경운동도 좋은데 그깟 나무 좀 자른 것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산을 깎아 길을 내었고, 그 길에서 강이 안 보인다면서 자연스레 자란 왕버들 군락을 모조리 잘라 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옥신각신하다가 백번 양보해서 필요하다면 꼭 필요한 구간만 공사를 한다든지 해야지 이렇게 마구잡이 싹쓸이 벌목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엔 "저렇게 잘라놓으니 얼마나 좋으냐. 강의 모습도 시원하게 보이고 얼마나 좋은데 사람들도 좋아하고 나도 잘했다 생각한다. 1.5㎞ 정도 남은 나머지 구간도 마저 공사를 할 것이다. 내가 다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싹쓸이 벌목은 형사 고발감

상황 설명을 다 들은 국립한경대학교 토목공학과 백경오 교수는 "나무가 유수에 지장을 준다는 것인데, 그럴 때도 나무가 있을 때 홍수위와 나무를 제거했을 때 홍수위를 비교한 계산 자료를 근거로 벌목해야지 아무 근거 없이 벌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유수에 방해된다고 하면서 강 안의 그 많은 나무는 그대로 놔두고 제방의 나무만 벤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정작 제거해야 할, 유수의 흐름을 방해하는 하천 안 나무들은 그대로 놔두고 산지 제방 쪽 나무들만 모조로 베어버렸다. 가로수만 덩그러니 남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필자가 보내준 자료 사진을 다 살펴보고 나서 내성천 싹쓸이 벌목 사태를 이렇게 평가했다.

"산림청이 나무를 함부로 베고 관리하니 시군에서도 너무 함부로 나무를 베는 것 같다. 내성천 왕버들은 내성천의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는 핵심요소 중 하나인데 그런 왕버들을 싹쓸이 벌목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경파괴 행위다. 합리적인 근거자료도 없이 싹쓸이 벌목을 단행했고 그로 인해 내성천의 경관마저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이것은 형사 고발감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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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십수년년 동안 내성천을 오가면서 내성천을 기록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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