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전사고 책임 범위에 학교장 빠졌다...처벌은 실무자만

안대훈 2023. 4.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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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영운초 방화셔터 사고' 관련, 경남교육청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창원지법에서 ″학생안전사고 학교장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4년 전 발생한 ‘경남 김해 초등생 방화 셔터 끼임 사고’ 관련, 최근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서 책임 범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법적 책임이 학교장이 아닌 행정실장 등 중간관리자급 내지 실무자들만 향해서다.

방화 셔터 사고는 2019년 김해 영운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당시 2학년 학생이 갑자기 작동한 방화 셔터에 목 부분이 10분간 끼었다. 이 학생은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저산소성 뇌 손상’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사지 마비와 심한 인지기능 저하 등으로 병상에 누워 지낸다.


학교 안전사고…처벌은 실무자만


창원지방법원 자료사진. [연합뉴스]
21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창원지법 제5형사부는 전 영운초 행정실장 A씨(50대·6급)와 검찰이 각각 제기한 항소를 기각,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60대)에겐 금고 10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B씨는 학교와 ‘시설관리 대체인력 용역계약’을 맺은 경비용역업체 직원으로, 영운초 시설관리를 담당했었다.

B씨는 사고 당시 방화 셔터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보고 없이 임의로 작동 버튼을 눌러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학교 소방안전관리자로서 B씨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방화 셔터 오작동 시 행동요령을 교직원들에게 교육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반면 당시 영운초 학교장은 직접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불기소 처분이 이뤄졌다.


“소방안전관리자, 학교장이 맡아야”


2019년 발생한 '경남 김해 영운초 방화셔터 끼임 사고' 관련 방화셔터 제어장치. [사진 독자]
경남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학교장 빠진 방화 셔터 사고 재판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교육감과 학교장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학교 근무 노동자 안전을 강화하고 있지만 학생안전사고는 책임자 처벌이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노조는 사고 발생 이후 “제2·제3의 사고방지를 위해서라도 학교장(또는 교감)이 학교 소방안전관리자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학교 특성상 교사·학생이 구성원의 다수인데, 교무 영역에 있지 않은 행정실장이 소방안전과 관련해 이들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단 이유에서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시설 점검·관리뿐만 아니라 소방 훈련·교육 업무도 맡는다.


학교 현장 ‘소방안전관리자=행정실장’


현재 전국 대부분 학교의 소방안전관리자는 행정실장이다. 경남교육청과 노조에 따르면 900개가 넘는 도내 초중고등학교 1~2곳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의 소방안전관리자를 행정실장으로 정해놨다.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이는 대부분 학교에서 사무 분장을 할 때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행정실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 “교사 반발 우려 난감해”


경남교육청. [중앙포토]
하지만 노조는 “교육감이나 학교장 의지만 있으면, 사무 분장을 조정해 학교장 또는 교감이 소방안전관리자를 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교사들의 반발을 우려, 난감하단 반응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사 입장에선 ‘교육이 최우선’이다. 소방 시설 점검·관리 등 소방 업무까지 교무실에서 맡으면 반발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책임 소재를 둔 이해관계가 첨예한 영역이어서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창원·김해=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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