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카요 사카' 극장 동점골, 아스널이 얻은 천금의 승점 1
[심재철 기자]
▲ 고개 숙인 아스널 선수들 |
ⓒ AP/연합뉴스 |
19년 만에 노리고 있는 우승 트로피가 가물가물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축구의 신은 6만715명 아스널 팬들의 염원을 외면하지 않았나보다. 90분에 홈팀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며 근래에 보기 드문 3-3 점수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로써 아스널 FC는 2위 맨체스터 시티보다 2게임을 더 뛴 상태에서 승점 5점이 많은 1위 자리를 겨우 지키게 됐다. 그런데 바로 다음 일정이 맨체스터 시티와의 어웨이 게임이다. 목요일에 사실상의 프리미어리그 결승전이 이어지는 셈이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스널 FC가 한국 시각으로 22일(토) 오전 4시 런던에 있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사우스햄튼과의 홈 게임을 3-3으로 겨우 비겼다. 1-3으로 패색이 짙은 게임을 88분과 90분에 연속골로 돌려놓은 것이다.
아스널과 맨시티의 우승 경쟁 '점입가경'
우승 가능성이 높은 1위 팀 아스널 FC와 강등 위기에 직면한 20위 사우스햄튼의 게임이었기에 홈 팀 아스널 FC의 승리를 의심하는 팬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 시작하자마 뼈아픈 실수로 아스널 FC가 먼저 골을 내주고 말았다. 골키퍼 아론 램스데일이 돌이킬 수 없는 패스 미스를 저지른 것이다. 1분만에 사우스햄튼의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빈 골문에 오른발 로빙 슛을 꽂아넣었다.
이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았는지 아스널 FC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추가골을 내줬다. 14분, 첫 골 주인공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기막힌 스루패스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아들어가는 시오 월콧을 빛낸 것이다.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낮게 깔아서 넣은 시오 월콧은 이전 소속 팀 아스널 FC를 존중하는 의미로 골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전반 15분도 안 되어 최하위 팀에게 0-2로 끌려가기 시작한 아스널 FC는 20분에 1골을 따라붙으며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부카요 사카가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살짝 띄워준 컷 백 크로스를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으로 넣은 것이다.
후반전에 반전 드라마를 노린 아스널 FC는 57분에 레안드로 트로사르를 바꿔 들여보냈지만 66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추가골을 내주는 바람에 정말로 완패 분위기를 실감했다. 사우스햄튼 미드필더 제임스 워드-프라우스의 오른쪽 코너킥을 아르멜 벨라-코차프가 가까운 쪽 포스트 앞에서 헤더로 방향을 돌려놓았고 반대쪽에서 달려온 크로아티아 출신 두예 칼레타-카르가 프리 헤더로 골을 넣은 것이다.
'아스널 1-3 사우스햄튼' 점수판 그대로 게임 종료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믿기 힘든 축구 드라마가 또 한 편 완성됐다. 88분에 아스널 FC의 따라붙기 골이 터진 것이다. 사우스햄튼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은 '벤 화이트 - 마르틴 외데고르'의 작품이었다. 외데고르의 그림같은 왼발 감아차기는 아일랜드에서 온 사우스햄튼 골키퍼 가빈 바주누가 막기 어려운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래도 어웨이 팀 사우스햄튼이 1골 앞선 상황이었기 때문에 3점의 승점은 온전히 한쪽으로 쏠려있었다. 여기서 더 믿기 힘든 극장골이 이어졌다. 90분, 아스널 FC 선수들이 노린 공간은 반대편인 왼쪽 모서리 부근이었다. 요즘 축구장에서 이 지역을 어떻게 차지하고 활용하는가를 잘 설명해주는 명장면이었다.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왼쪽 모서리 밖에서 가브리엘 제주스를 겨냥하여 찔러준 스루패스부터 심상치 않았다.
가브리엘 제주스가 상대 수비를 등지고 짧게 내준 공을 후반전 교체 멤버 리스 넬슨이 낮게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는데 사우스햄튼 골키퍼 바주누가 잡지 못하고 쳐낼 수밖에 없었다. 이 세컨드 볼 기회를 아스널 FC의 에이스 부카요 사카가 놓치지 않고 왼발 극장 골로 차 넣은 것이다. 2분 전까지 1-3으로 패색이 짙은 게임을 3-3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6만여 홈팬들은 펄펄 뛰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 트로사르의 왼발 슛이 사우스햄튼 골문 크로스바를 때린 것까지 감안하면 대역전승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기에 아스널 FC 선수들은 몹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무엇보다도 귀중한 승점 1점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제 아스널 FC는 27일(목) 오전 4시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찾아가서 2위 맨체스터 시티와 만나는 사실상의 프리미어리그 결승전을 준비해야 한다. 20위로 강등 위기에 놓인 사우스햄튼은 그 다음 날 14위 AFC 본머스와의 홈 게임(세인트 메리's 스타디움)이 있다.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22일 오전 4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 런던)
★ 아스널 FC 3-3 사우스햄튼 [득점 : 가브리엘 마르티넬리(20분,도움-부카요 사카), 마르틴 외데고르(88분,도움-벤 화이트), 부카요 사카(90분) / 카를로스 알카라스(1분), 시오 월콧(14분,도움-카를로스 알카라스), 두예 칼레타-카르(66분,도움-아르멜 벨라-코차프)]
◇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아스널 FC 75점 23승 6무 3패 77득점 34실점 +43
2 맨체스터 시티 70점 22승 4무 4패 78득점 28실점 +50
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59점 18승 5무 7패 46득점 37실점 +9
4 뉴캐슬 유나이티드 56점 15승 11무 4패 48득점 24실점 +24
5 토트넘 홋스퍼 53점 16승 5무 10패 57득점 45실점 +12
6 아스톤 빌라 50점 15승 5무 11패 44득점 40실점 +4
7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49점 14승 7무 8패 54득점 37실점 +17
8 리버풀 FC 47점 13승 8무 9패 56득점 36실점 +20
9 브렌트포드 43점 10승 13무 8패 47득점 42실점 +5
10 풀럼 FC 42점 12승 6무 12패 42득점 41실점 +1
11 첼시 FC 39점 10승 9무 12패 30득점 33실점 -3
12 크리스탈 팰리스 36점 9승 9무 13패 31득점 40실점 -9
13 울버햄튼 원더러스 34점 9승 7무 15패 26득점 42실점 -16
14 본머스 33점 9승 6무 16패 31득점 59실점 -28
15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31점 8승 7무 15패 29득점 41실점 -12
16 리즈 유나이티드 29점 7승 8무 16패 40득점 60실점 -20
17 에버턴 27점 6승 9무 16패 24득점 46실점 -22
18 노팅엄 포레스트 27점 6승 9무 16패 24득점 56실점 -32
19 레스터 시티 25점 7승 4무 20패 41득점 55실점 -14
20 사우스햄튼 24점 6승 6무 20패 27득점 56실점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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