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실내체육관 휠체어석, 이 사진을 봐 주십시오

황준하 2023. 4. 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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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플로어석 뒤 시야 가린 장애인관람석... KGC인삼공사 경기 보러 갔다가 겪은 봉변

[황준하, 김지현 기자]

지난 15일, 아버지와 함께 안양실내체육관에 프로농구 경기를 관람하러 갔습니다. 안양 KGC 인삼공사와 고양 캐롯 점퍼스의 경기였습니다. 저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입니다. 그래서 지난 1월에 새로 생긴 휠체어석(장애인관람석)을 예매한 뒤 입장했습니다.

경기장에 입장할 때는 어떠한 장애물이나 걸림돌 하나 없이 수월했습니다. 경사로도 잘 돼 있었고, 턱들도 비교적 없는 편이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접근권에 있어서 경사로와 턱 등의 요소는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됐습니다. 경기장 보안요원의 안내를 받아 휠체어석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함께 봐주세요.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겠습니까
 
 휠체어석 앞에 다른 좌석을 설치한 안양KGC인삼공사
ⓒ 황준하
 
사진과 같이 전선 연결기구가 놓여 있었고, 앞에는 새로 생긴 2단짜리 플로어석이 있었습니다. 휠체어석으로 이동한 저는 플로어석 때문에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습니다. 경기 자체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저와 아버지는 당황했습니다. "이대로는 경기를 관람할 수 없다"고 말하자, 저희를 안내해준 요원은 'KGC 인삼공사 구단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10분가량 그 자리에 방치되는 모양새가 이어지자 아버지는 다시 한 번 보안요원에게 항의했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보안요원의 추가 안내를 받아 다른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옮겨진 자리는 그냥 테이블석 앞에 동반인 의자 하나를 놓고 관람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경기를 보려는데 이번엔 저희 뒤의 테이블석 관객들이 반발했습니다. 자신들의 시야도 방해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추가 안내를 받아 통로에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모두가 불편해진 상황이 초래됐습니다. 찝찝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인관람석을 여타 체육관처럼 완전하게는 아니어도, 경기를 보는 데 지장 없게 조성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안양실내체육관의 현재 상황은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야만 할까?
 
 지난 1월 안양실내체육관 농구 경기 관람을 위해 매표소로 이동하고 있는 필자.
ⓒ 황준하
 
며칠이 지났지만, 찝찝함과 소외감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공공시설에 있는 장애인관람석이 제대로 운영되고는 있는 건지 의구심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좀 더 확인해봤습니다. 

장애인관람석 등 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을 규정하는 법률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입니다. 법에 따르면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4조)를 가집니다.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어떤 시설을 이용함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안양실내체육관의 총 관람석 수는 6305석입니다. 그중 '장애인관람석'은 몇 개나 있을까요? 없었습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바닥면적이 500㎡ 이상인 체육관은 '운동시설'로 분류됩니다. 현행 시행령의 기준에 따르면 체육관의 장애인관람석의 설치는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입니다.

20일 통화한 안양실내체육관 관계자는 "체육관이 2000년 10월에 준공됐는데, 그때 당시엔 장애인 시설 등이 법적 의무가 아니었다"면서 "중간에 장애인관람석 설치하려 했는데, 이동 통로의 폭이라든가 이동권 측면에서 여러 요건을 충족하는 공간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행사 때마다 주최 측에 장애인관람석을 운영해달라고 이야기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제가 15일에 배정받은 자리는 '장애인관람석'이라 규정할 수 없고, 임의로 배정된 공간이었습니다. 당시 장애인관람석은 4석, 보호자석은 4석이 있었습니다. 

체육관 관계자는 "올 가을 시즌엔 장애인관람석을 정식적으로 설치하려고 검토 및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적 의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체육관은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시설입니다. 2000년 10월부터 만 22년이 지난 상황임에도 장애인관람석이 없었다는 건데, 올해면 나아질까요? 이번엔 안양시에 문의했습니다. 

안양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장애인관람석 설치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에서도 현장 실사를 나가봤는데, 체육관 1층의 경우 접근성을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상태"라면서 "농구 경기시 임시방편으로 구단 측에서 어웨이팀(방문팀) 쪽에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2층의 VIP석이나 기자석 쪽에 공간이 있어서 장애인관람석 설치가 가능한지 알아봤지만, 관람객이 2층까지 가는 데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아 이 방안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안양실내체육관에 가서 KGC 인삼공사의 농구 경기를 관람하려면 KGC인삼공사 구단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구단이 적절히 자리를 배정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시야를 가리지 않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란 얘깁니다.

저는 지자체가 직접 혹은 위탁해 운영하는 시설은 공공성이 있기에 장애인관람석 등의 편의시설은 최대한 보편적으로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수만 이용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접근은 최선이 아닙니다. 이는 곧 누군가의 존재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치되는 것과 같습니다. 안양시와 체육관 그리고 KGC인삼공사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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