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양용버스도 4일만에 없던 일로...설상가상 김포 '골병라인' [현장에서]
최근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교통대책이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제시한 대책 중 눈길을 끈 것은 수륙양용버스였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여러 방안과 함께 수륙양용버스도 운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다소 생소한 낯선 교통수단인 수륙양용버스는 곧바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4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수륙양용버스 도입 4일 만에 없던 일로
수륙양용버스는 김포에서 출발해 한강공원 선착장까지 한강 위로 이동하고, 한강공원서부터 인근 지하철역까지는 도로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좌석은 일반버스(45석)보다 5석 정도 적다. 입석이 불가능해 일반 시내버스보다 효율성은 떨어진다.
속도와 비용도 문제다. 수륙양용버스는 물에서 시속 15㎞ 수준으로 달린다. 대당 20억~30억원으로 일반 버스(약 1억원)보다 수십 배 비싸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주로 관광용으로 쓴다. 미국 보스턴 덕투어, 충남 부여 백마강 버스 등이 있다. 반면 정체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강으로 다닌다는 장점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랐다. “아예 장갑차에 태워 출퇴근 시켜줘라” “수륙양용(?) 테마파크 사파리냐”등이었다. 정부도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에 가깝다”고 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 18일 수륙양용버스 대신 리버버스를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륙양용버스가) 출·퇴근 등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당초 이 방안은 김포시 쪽에서 제안한 것을 서울시가 특별대책으로 내놨다고 한다.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발표했다가 여론에 혼쭐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서울시가 김포골드라인 대책보다는 다른 쪽에 마음이 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다. 수륙양용버스도 골드라인 대책보다는 한강 프로젝트 목적으로 생각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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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라인 된 꼬마열차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김포골드라인은 경기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를 잇는 23.67㎞ 구간 경전철 노선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출자한 자회사 김포골드라인운영㈜이 운영한다. 그런데 열차는 2량으로 편성됐다. 처음에는 4량으로 편성됐다가 경제성이 없다며 절반으로 줄였다. 역사 승강장도 2량 규모(33m)에 맞춰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강신도시 교통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 노선은 2019년 개통 이후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지난 11일엔 승객 2명이 호흡곤란 증상 등을 호소하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이에 ‘골병라인’이란 오명이 붙었다.
결국 김포골드라인은 잘못된 설계란 ‘시한폭탄’이 터진 데다가 수습도 제대로 안 되는 모양새다. 이런 마당에 수륙양용버스 운행 같은 급조된 방안이 이용객을 더 짜증 나게 하고 있다. 당장 혼잡도를 해결할 임시 대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얼마나 현실적인 방안인지를 충분히 따진 다음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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