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에 샀던 판화 80배 수익...배우 겸 갤러리 대표 이광기 “지금 미술 투자할 때” [신기방기 사업모델]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인근의 한 갤러리에선 인간 신체를 다양하게 해석한 작품 전시가 한창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화가 5인(권순철·박치호·서정태·정현·한효석)이 참여, 각양각색의 장르, 기법을 뽐내 관객 입장에서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갤러리 끼 파주’에서 진행되는 ‘들숨날숨 인간풍경’전 얘기다.
이광기 대표는 2000년부터 미술품 콜렉터로 활동해왔다. 100만원에 구매한 쿠사마 야요이 판화로 80배의 수익을 거둔 것은 콜렉터로서 그의 선구안을 엿볼 수 있다. 그런 그가 2018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스튜디오 끼’를 설립, 상업 전시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광기 대표는 스스로를 ‘아트 디렉터’라고 정의한다. 아트 디렉터가 정확히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요리사’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같은 식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아트 디렉터로서 그는 작품이라는 좋은 재료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전시 방향을 잡아주는 요리를 하는 것이다.
그가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미술에 빠지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미술품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아트테크(미술+재테크)’를 지금 당장 시작해볼 만할까.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A.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미술할 형편이 안 돼 묻어두고 지냈었다. 그러다 2000년 ‘태조 왕건’ 촬영 중 우연히 미술을 좋아하는 분을 알게 돼 함께 전시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많은 작품을 접하다 보니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미술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더라. 작품 감상에 흥미를 갖고 계속 전시회를 다니던 중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길래 한 번 구매해봤다. 그런데 집에 걸어놓으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아닌가(웃음). 그때부터 괜찮은 작품이 있으면 하나씩 구매하기 시작했다.
Q. 미술품 경매도 10년 이상 하고 있다. 경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방송사 제안으로 현장을 직접 방문했었다. 당시 아들을 떠나보낸 아픔이 있었던지라 오히려 그곳의 아이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 귀국 후 아이들에게 받은 이 선물을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하다가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새로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자선 경매를 시작했다.
A. 몇 년 동안 여러 경매 플랫폼과 미술 전문 공간과 협업해 경매를 진행했다. 계속 하다 보니 다른 업체와 일정을 조정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2014년 파주에 땅을 매입했다. 그때만 해도 이곳은 거의 황무지라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반대했었다. 하지만 근처에 출판단지가 들어서 있어 앞으로 이곳이 문화예술 쪽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본격적으로 개관한 것은 2018년이다. 원래 일반 미술관, 갤러리로 운영하려고 했지만 2021년 김태호 작가 전시를 시작으로 전시 기획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A. 유튜브로 온라인 경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매를 해서 수익을 올리자는 목적이 아니라 유튜브라는 대형 플랫폼을 이용해 젊은 작가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냥 작가와 작품을 소개만 하면 재미가 없어 현장에서 경매를 했던 것에 사람들이 열광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Q. 요즘엔 재테크 방법도 워낙 다양해졌다. ‘아트테크’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A. 현물로 존재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주식 같은 경우는 수치에 불과하고 내가 직접 볼 수 없지 않는가. 요즘 미술품을 비롯해 한정판 물건을 통한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내가 매력을 느끼는 물건과 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다. 만약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샀다면 소중한 소장품 하나가 생긴 것이니 말이다.
A.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른바 MZ세대들이 많이 유입됐다. 미술 전시 자체가 워낙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활성화됐고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도 예전보다 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도 오르고 경기가 전체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조금 빠져나간 느낌이다. 재밌는 점은 세대별로 인기 있는 작품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다. 젊은 콜렉터들은 미술사적 스토리보다는 딱 봤을 때 예쁘고 ‘폼’나는 작품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 시장에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 구축된다고 보면 된다.
아트테크를 하기엔 지금이 적기다. 항상 어두울 시기에 사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경기가 좋으면 누구나 사려고 하기 때문에 남들이 접근하지 않을 때가 바로 기회다.
Q. 작품을 고르는 팁이 있다면.
A. 초보자가 처음부터 좋은 작품을 고르기 쉽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 아트페어 등을 다니며 많이 봐야 한다. 보다 보면 유행이 어떻게 흘러갈지 보이는 눈도 생긴다. 그리고 초반에는 작가의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이 가장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냥 투자 목적으로만 구매했는데 투자금이 회수가 안 되면 애물단지가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내게 감동을 준 작품은 꼭 투자 관점이 아니더라도 구매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번 전시의 경우 서정태 작가의 ‘푸른 초상’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나더라. 이런 감동이 있는 작품이 있다면 사보는 것이다.
A. 일단 5월에 열리는 부산 아트페어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게 목표다. 국내외 수많은 갤러리가 모이는 자리인 만큼 갤러리 끼만의 색깔로 전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앞으로도 배우로서 그리고 아트디렉터로서 다방면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뵐 수 있을 것 같다. 미술 전문 화랑으로서는 작가와 그림을 좋아하는 애호가를 연결해주는 갤러리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그 연결점에서 많은 사람들을 작품으로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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