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피해 상가주택으로 이사 후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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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살았던 빌라는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공동 임대 주택이었다.
딸이 초등학교 졸업을 해서 이사를 하니 막 뛰어다니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작은 소음에 민감한 곳으로 갔다가 뉴스에 나오는 층간소음 갈등이라도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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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 기자]
▲ 제주 중산간마을에 위치한 공동주택에서 이사를 하는 모습 |
ⓒ 임병도 |
올해 제주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빌라에서 시내로 이사를 했다. 9년간 살았던 빌라는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공동 임대 주택이었다.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조건으로 저렴한 연세만 내면 졸업 때까지 거주할 수 있었다.
12가구 모두 아이들이 있다 보니 도시 아파트처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불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커가면서 늦게 자거나 활동하니 아이들이 아직 어려 일찍 잠을 자는 아래층에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들이라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사를 앞두고 제일 고민이 '층간소음'이었다. 딸이 초등학교 졸업을 해서 이사를 하니 막 뛰어다니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작은 소음에 민감한 곳으로 갔다가 뉴스에 나오는 층간소음 갈등이라도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층간소음을 피해 상가주택으로 이사했다 집을 알아보는 와중에 제주시청 앞 대학로 주변 상가주택 임대 광고를 봤다. 4층 건물에 1층과 2층은 상가이고, 3·4층은 가정집이었다.
부동산 업자는 상가주택은 '층간소음'과 무관하다고 했다. 아래층 상가가 밤이면 영업을 하지 않으니 TV나 음악을 크게 틀거나 방에서 뛰어다녀도 괜찮다고 했다.
사무실도 겸해야 해서 제주에서 가장 교통편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장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이들 학교도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에 음식점도 많아 배달도 되지 않은 시골 마을에 살았던 우리 가족에게는 도시 생활로의 업그레이드였다.
무엇보다 연세도 저렴해서 낡은 집인데도 불구하고 4층짜리 건물 중 3층에 입주했다. 1.2층이 모두 상가라 밤 9시 이후에는 집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 이사한 상가주택 주변은 제주에서 20대가 가장 많이 찾는 대학로 번화가이다. |
ⓒ 임병도 |
중산간마을에서 완전히 이사하기 1년 전에 사무실 짐부터 옮겼다. 당시에는 코로나 시국이라 대부분의 식당과 술집이 밤 9시면 문을 닫았다. 제주에서 가장 큰 번화가였지만 나름 조용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영업시간 규제가 풀리면서 각종 소음에 시달렸다.
밤새 영업을 하는 지하 바에서는 새벽까지 음악을 틀어 놓는다. 아무리 명곡이라도 똑같은 곡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다 보면 짜증이 난다. 계속 틀리는 피아노 소리를 밤새 듣는 것과 같았다. 제발 음악 선곡이라도 바꿔달라고 가게 주인에게 얘기할까 지금도 고민이다.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옆 건물 코인 노래방에서는 누가 제일 높게 올라가는 시합이라도 하는지 찢어질 듯한 고음이 들린다. 앞 건물 24시간 해장국 가게에서는 밤새 술을 마시는 취객들의 고성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민감한 아내는 가끔씩 자다가 깜짝 놀라지만 다른 가족들은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잔다. 소음에 면역이 된 셈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함께 뒹굴고 뛰어다녀도 눈치를 안 보니 그것 또한 마음에 든다.
누군가는 이렇게 시끄러운데 어떻게 사느냐고도 한다. 하지만 내가 내는 소음으로 갈등이 생길 바엔 더 큰 소음 속에 나를 숨기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래도 가끔 조용하고 한적했던 중산간 마을의 시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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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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