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방탄엔 지쳤지만 …'금태섭-김종인' 조합은 물음표
거대 양당에 염증…신당 창당 토양 갖춰
시대정신 읽는 새로운 정치세력 필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 이슈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대안적 성격의 '제3지대' 등장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금태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쏘아올린 신당 창당 가능성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합류 의지를 보이면서 여야 중립지대에 선 신당 출현이 가시화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과거 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진 제3당들의 전력, 기성 인물의 한계, 간과할 수 없는 국내 정당들의 조건 등을 볼 때 '김종인-금태섭' 조합의 신당은 핑크빛보다 신중론에 힘이 실린다.
신당 창당, 성공의 조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아무 정당이나 새롭게 출현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4~5가지의 성공 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 중 하나는 '양당 정치의 실패'다. 정확히는 혁신의 실패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빠진 국민의힘, 방탄프레임에 갇힌 민주당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지 않는 이상 새롭게 나올 정당의 성공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점쳤다. 거대 양당이 정쟁에 빠진 현 상황에 대해 조 교수는 "이번만큼 신당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일찍부터 제3당 출현 가능성을 수차례 시사해왔다.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조 교수의 진단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공유한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살생부 명단'에 쓴소리를 쏟아낸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천기누설 하나 할까. 방탄국회 이탈 의원들은 민주당 공천도 어렵지만, 받아도 당선을 확보하기 어렵다. 차라리 명분 쌓아 제3당 만들어 나가면 당선에 훨씬 유리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금 전 의원이 수도권 30석을 목표로 하는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조 교수가 언급해왔던 제3당 출현 예고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조 교수는 양당서 이탈한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신당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실제 이날 포럼에는 김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웅·김미애·김형동 의원, 민주당에서는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참석해 초당적인 자리가 됐다.
하지만 아직 신당 성공을 장담하기는 섣부르다. 과거에도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새로운물결'이 등장했지만, 이들은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흡수됐다.
"김종인-금태섭, 될 일도 안될 조합?"신당을 요구하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됐다고, 새로운 정당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 줄기차게 요구하는 '시대정신'도 신당 성공에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신당 창당에 가장 먼저 깃발을 든 '김종인-금태섭' 중심의 신당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정당이 성공하려면 지역·세대·특정이념 등 대표성이 있어야한다"며 "그런데 김종인-금태섭의 신당에는 그런 게 없다"고 짚었다.
엄 소장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호남지역 지지가 있어서 38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이들의 신당에는 어떤 지역, 어떤 이념, 어떤 세대를 담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덕담을 주고 받는 정도라면 신당을 끌고갈 힘은 부족해보인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 역시 "이 시대가 원하는 '시대정신'을 읽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면서 '김종인-금태섭' 중심의 신당은 회의적으로 봤다. 조 교수는 "둘은 전혀 시대적 시대정신과 거리가 멀다"며 새로운 인물론을 강조했다.
단순히 '윤핵관도 싫고 개딸도 싫다'는 이유로, 혹은 여야 주류에서 이탈했다는 이유만으로 중도 정치인이 되어 창당하고 시너지를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뉴페이스'가 등장해 신당을 이끌게 될 경우에는 내년 총선서 과반 의석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역대 선거를 앞두고 양당 정당의 대안으로 등장했다가 결국 양당에 흡수된 제3당들의 전력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이클, 국민의 정치 의식 등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신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치는 막장에 이르고 국민은 외통수에 걸렸다"
제3지대 신당 창당의 '성공 가능성'보다, 마땅히 등장해야만하는 '당위성'에 주목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은 신당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양당이 우리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나와야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양당이 대립구도 속에서 적대적 공생을 유지하고 있어, 국가가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는 진영에 갇힌지 오래"라며 "의식도 이런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정치는 막장에 이르고 국민은 외통수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양당 구조가 오래되다보니 공고한 진영을 스스로 벗어날 용기나 인식이 부족한데, 지금은 (신당의 성공)가능성을 따지는 것보다 해보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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