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입원하나요?" '식집사'를 위한 식물병원 인기

한승곤 2023. 4. 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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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키우는 '식집사' 늘며 전용 병원도
'풀멍' '플랜테리어' 신조어도

"식물을 좀 알고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치료도 받을 수 있으니 좋죠."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인근에서 만난 강지원 씨는 이른바 '식물 병원'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강 씨는 "식물도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다르지 않다. (키우는 사람이 붙여주는) 이름도 다 있고, 애정을 (당연히) 쏟는다"고 말했다.

최근 '식집사'들 사이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려식물 병원' 후기를 공유하는 일이 늘고 있다. '식집사'는 집사처럼 식물을 돌보며 애정을 쏟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여기에 , '풀멍'(식물 멍때리기), '플랜테리어'(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 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반려식물 클리닉센터에 한 식물이 온도 습도 등 관리를 받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전문 치료센터도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경북 경주시는 지난해부터 반려식물 치료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려식물 활성화 및 산업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내에 반려식물병원을 개원했다. 이 병원에는 진단실, 처방실, 입원치료실과 시민들이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반려식물을 키우고 관리하도록 기본적인 재배 방법을 알려주는 실습장도 갖췄다.

동네병원 역할을 하는 반려식물클리닉도 4개 자치구(종로구, 동대문구, 은평구, 양천구)에 문을 열었다. 반려식물클리닉은 상태가 경미하거나 종합병원 격인 반려식물병원을 찾기 전 들르는 일종의 동네병원이다. 전문가가 식물재배에 관한 상담과 간단한 처치 등을 해주고 상태가 심각한 경우엔 반려식물병원으로 연계해 돌봐준다.

이렇게 반려식물 문화가 확산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와 연관이 있다. 농촌진흥청이 2021년 시민 726명을 대상으로 식물 기르기에 대한 인식과 효과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은 식물 기르기를 통해 공간이 아름답고 화사해지는 기분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우울한 기분이 사라진다는 효과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동과 보람, 아름다운 식물을 볼 때, 식물에 의해 공간이 쾌적하다고 느낄 때 등을 통해 심신 안정이 이루어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 반려식물 클리닉센터. 정현주 식물 전문가가 식물 관리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지난 19일 기자가 찾은 동대문구에 있는 반려식물 클리닉센터에서 만난 식물 전문가 정현주 씨는 "반려식물병원 문을 연 뒤 많은 사람들이 상담차 방문한다"면서 "보통 20~30대가 많이 오지만 연세가 있는 분도 찾는 등 다양한 세대가 고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의 경우 '선물로 받은 식물이 아픈 것 같다'며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식물 관리를 할 때 온도와 습도도 매우 중요하다"며 "상담을 할 때 식물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많이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은 '사춘기 아이' 대하듯 해주는 게 가장 좋다.(웃음)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관찰을 많이 하면 잘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반려식물 클리닉센터에서는 ▲실내식물에 대한 궁금증이나 간단한 반려식물관리 문제를 상담해 주는 '전화상담' ▲분갈이병충해관리 및 식물관리 요령을 직접 알려 주는 '방문진료' ▲당일 치료가 어려운 병든 식물에 대한 집중관리를 위해 '서울식물병원'(서초구 내곡동)으로 인계해 주는 '입원치료' 등을 제공한다.

식물전문가 선발 요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김영미 동대문구청 공원녹지과 주임은 "(지원자는) 원예 계통에서 2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 기본적으로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 반려식물 클리닉센터.사진=한승곤 기자

동네병원 성격이자 일종의 거점 병원인 식물클리닉 센터에 대한 '식집사'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평소 식물 관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힌 40대 자영업자 박모씨는 "집에 꽃이나 식물이 있으면 화도 좀 수그러들지 않나"라며 "그렇게 식물을 하나 둘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전문적으로 교육과 상담,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생겼다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집사' 회사원 박태윤(28) 씨는 "식잡사들 사이에서 병원은 주기적으로 꼭 가야 하는 곳이다"라며 "식집사들끼리 정보도 많이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반려식물병원과 클리닉 이용을 원하는 시민들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누리집에서 신청하면 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단위로 신청할 수 있고 선착순 마감된다. 이용료는 무료다. 예약 후 해당 날짜에 반려식물을 지참해 병원 또는 클리닉을 방문하면 되고 1인당 월 1회, 최대 3개 화분까지 진료해준다. 진료받은 식물관리 방법과 유의사항 등을 안내해 사후관리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재용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반려식물병원과 클리닉은 반려동물이 아프면 수의사 진료를 받는 것처럼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시들거나 병에 걸렸을 때도 식물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반려식물을 통해 시민들의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펼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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