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글돈글]니켈 최대 매장국의 시련…'中 기술 의존에 수출길이 막혔다'

이지은 2023. 4.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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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매장량 1위 인도네시아
中 제련 기술과 손잡고 시장 키워
美 IRA로 미국 시장 수출 위기

편집자주 - 전 세계 곳곳에서 돈이 도는 모든 이야기를 재밌게 소개해드립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부터 먼 나라 유럽까지, 각 나라의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돈이 흐르고 있는지 친절한 경제 기사로 접해보세요.

국제 기사를 유심히 본 독자들이라면 희토류라는 광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2010년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일본이 백기 투항을 한 적이 있죠. 중국은 이 희토류를 경제 무기로 삼고 외교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수출을 쥐락펴락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을 이어 인도네시아가 니켈을 글로벌 경제를 휘두르는 무기 자원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니켈이 전기차 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가 되며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인도네시아 니켈 시장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사실상 미국이 광물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이같은 법안을 내놓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미·중 간의 고래 싸움에 인도네시아의 니켈 시장이 타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련 기술 갖춘 중국과 깐부…고부가가치 니켈 생산

인도네시아는 전세계에서 니켈이 가장 많이 매장된 국가입니다. 이곳에 묻힌 니켈 매장량만 무려 2100만t으로, 세계 매장량의 22%를 차지합니다.

그렇지만 이 매장된 광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닙니다. 중국 역시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채굴된 원광의 대부분이 중국 회사의 제련 공정을 거쳐 수출되기 때문입니다.

니켈

매장된 광물이 배터리 등 첨단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자재로 활용되려면 제련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제련은 열이나 전기, 화학적 방법을 통해 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제련 기술이 부족해 원광을 수출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제련 공정을 거칠수록 고부가가치 생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인도네시아는 2014년 자국 광물 산업을 키우고자 원광 수출을 금지합니다.

고급 제련 기술을 갖춘 중국의 기업들은 이틈을 타 대거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중국의 장쑤들롱니켈공업과 칭산그룹은 한화로 41조900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모로왈리와 웨다베이 등지에 대규모 제련시설을 구축했습니다. 또 칭산그룹은 2009년 인도네시아의 광산 채굴권을 매입하기도 했죠.

칭산그룹이 인도네시아 북말루쿠주에 설립한 니켈 제련 공장. [이미지출처=칭산그룹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광물 매장량과 노동력이 중국의 제련 기술과 맞물리면서 광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덕분에 그간 스테인리스강에 사용되던 니켈 선철 수출에 집중하던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수요 증가에 발맞춰 니켈 중간재(MHP) 생산에 시선을 돌릴 수 있었죠. 원광만 수출하던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로 고부가가치 수익을 걷을 수 있게 된것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연간 약 16만4000t의 MHP를 생산할 수 있는 3개의 공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추가로 26개의 공장이 더 세워진다고 하네요. 이 중 3곳을 뺀 23곳은 모두 중국 기업과 관련된 공장이라고 합니다.

중국도 인도네시아와의 협업을 통해 큰 경제적 이익을 누렸습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MHP의 대부분이 저렴한 가격에 중국 기업에 수출되고 있을 것이라 추정했습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니켈을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죠. 영국의 원자재 시장조사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시는 장차 니켈을 다량으로 갖춘 중국과 니켈 부족에 직면한 국가들 사이에서 큰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심기 불편한 미국, IRA로 제동…FTA 나선 인도네시아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양국의 협력이 탐탁지 않았을 것입니다. 승승장구했던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은 미국의 IRA 통과에 제동이 걸리고 맙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IRA를 발표해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수출, 가공된 핵심 광물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어야 세액공제(375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올해는 40%, 2027년부터는 80%의 광물에 이러한 지침이 적용되는데 문제는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서명하고 있다.

IRA에 규정된 '해외 우려 법인' 조항도 인도네시아엔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해외 우려 법인에서 생산되고 조립된 배터리 부품을 탑재한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인데요. 미 행정부는 중국인 또는 중국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최소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모두 우려 기업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니켈 중간재가 중국 제련회사와 협력을 통해 생산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미국의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시장의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산

이에 인도네시아는 부랴부랴 미국과의 FTA를 체결 준비에 나섰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 조정장관은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고립을 해결해야 한다"며 주요 광물에 한해서만 FTA 협정을 제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역시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자 '핵심 원자재법'을 시행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반중 노선을 걷는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의 광물 공급망을 차단하면서 인도네시아 광물 시장의 앞날은 한층 더 어두워졌습니다. 세계 최대 니켈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이 난관을 어찌 헤쳐나갈지 주목되는 오늘입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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