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짐 전락한 DJ '젊은 남자' 송영길…부메랑 된 그의 말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더불어민주당을 덮치면서 의혹의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대표도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86세대 선두주자’로 꼽혔고, 야권의 차기 잠룡군에도 속한 그가 폭풍우를 만나면서 정치적 미래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이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오랜 주류였던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중에서도 엘리트 출신이었다. 1984년 직선제로 뽑힌 첫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고, 인천에서 용접공과 택시 기사를 하며 주경야독으로 1994년 사법시험(36회)에 합격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도 가졌기 때문이다. 전남 고흥이 고향인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이던 1980년대 인천 지역에서 노동운동에 투신하며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정치권 진입 후 그는 순탄한 길을 달렸다.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처음 도전한 1999년 인천 강화·계양갑 재선거에선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지만, 이듬해 2000년 16대 총선에선 곧바로 설욕했다. 첫 금배지를 달았을 때의 나이가 37세에 불과했다. 이미 그는 그때부터 민주당 내부에서 ‘차기 지도자 그룹’으로 평가받았다. 16대 총선 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서울 지역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이 ‘젊은 피’로 수혈돼 국회에 입성했고, DJ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은 그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특히 눈여겨봤다고 한다. 여야가 인재 영입 경쟁을 하던 당시 DJ가 말하던 ‘차기 지도자가 될 초선’에 가장 부합하는 젊은 인재로 봤기 때문이다. 당시 박지원 장관은 DJ에게 송 전 대표를 추천하며 “늘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어려운 사람이 있는 현장으로 달려간다”고 인물평을 했다고 한다. 그런 선구안이 맞아서인지 송 전 대표는 인천 계양에서 5선(16·17·18·20·21대) 국회의원을 했고, 2010년 지방선거 때 인천광역시장에도 당선됐다.
인천에서는 빠른 속도로 중량급 정치인이 됐지만 중앙 무대에서 빛을 발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손학규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친노무현계와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졌고 이후 당내 비주류로 분류됐다. 그런 까닭에 당권을 잡기 위해 나선 2016년과 2018년 전당대회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3수 끝에 2021년 5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취임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서도 중심에 서게 됐지만, 이 때의 성공이 현재 송 전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당시 송 전 대표 당선을 목적으로 조성된 불법자금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윤관석 의원 등을 거쳐 민주당 의원들과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건네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내에선 송 전 대표에 대한 자진 탈당 요구가 들끓고 있고, 2021년 6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강조하며 탈당 권고를 했던 사실도 회자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당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을 탈락시킨 것도, 국회의원직을 박탈한 것도 아니다”며 “절차적 하자도 있고 과도한 것도 안다. 하지만 우리 당에 내로남불 프레임이 씌어져 있고, 사건을 자체 처리하는 것에 대해 불신도 크다”며 동료 의원들의 자진 탈당을 촉구했었다. 송 전 대표가 던진 말이 2년도 안 돼 부메랑처럼 그에게 돌아오고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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