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몇장 찍고 버려진다…라쿤·미어캣, 결국 정부가 '임보'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두 초등학생 자녀의 엄마 김모(30대)씨는 지난해 7월 미어캣 3마리를 입양했다. 야생동물 카페에서 버려진 2마리와 개인이 분양한 1마리였다. 손바닥보다 작은 귀여운 새끼들을 분유를 먹이며 애지중지 키웠다. 그런데 몇 달 새 자란 미어캣이 김씨 자녀들을 물기 시작했다. 분뇨 냄새도 강아지보다 심했다. 결국 김씨는 8달 만에 미어캣을 다른 집에 입양보냈다. 그는 “SNS 등에서 사람들이 기르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생각보다 기르기가 까다로웠다. 더 알아보고 입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구조돼도 안락사행…버려지면 죽는 외래 야생동물
환경부는 올해 말에는 국립생태원에, 2025년 말에는 옛 장항제련소 부지에 보호 시설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4종 외에도 관리 대상을 추가해 1100여마리 야생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 별도 보호소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외래 야생동물은 한국 자연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원과 제련소 부지에 만들 보호 시설에는 각각 40억원, 24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기존의 전국 지자체 야생동물구조센터는 토종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한 뒤 방사하는 게 목적이라 외래종은 안락사를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서울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라쿤·미어캣 등 4종 외에도 고슴도치, 늑대거북, 앵무새, 뱀 등의 외래 야생동물 접수가 많다.
파악 어려운 야생동물 수…구조 건수 매년 증가
동물권 단체 카라의 최인수 활동가는 “통상 동물 유기는 반려 유행 후 수년이 지난 뒤부터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며“외래 야생동물은 실내체험동물원·야생동물카페 등을 통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2017년도 이전에는 전국에 10여곳이던 실내체험동물원이 40곳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했다. 특히 SNS나 유튜브에서 야생동물 콘텐트가 인기를 끌면서 외래 야생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늘었다고 한다. 최 활동가는 “이런 콘텐트를 본 개인들이 주거 형태를 생각하지 않고 반려를 시도해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법 강화됐지만…개인 사육은 '사각지대'
다만 개인이 키우는 야생동물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법에 따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동물을 키울 경우, 신고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로 많이 키우는 라쿤은 2020년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지정됐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법률이 지정한 반려 동물 외엔 가능한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인수 카라 활동가는 “공동 주택에 사는 개인은 사실상 야생동물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 복지에 대한 정부와 국민적 인식이 올라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색동물을 유통·거래·사육하는 이들이 있다”며 “종 다양성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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