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K짜장 보냈더니 난리…수출 비밀병기 '먹방' 타고 난다
세계 입맛 사로잡는 한국 식품
서울에 사는 중국인 유학생 웅모(28)씨는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최근 짜장면(?) 24그릇을 보냈다. 편의점 GS25에서 산 ‘유어스공화춘자장면’ 1팩을 고향으로 보내는 택배 상자 안에 넣은 것이다. 웅씨는 “부모님한테 한국식 중화요리라고 소개하면서 맛을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좋아하셔서 또 보냈다”며 “일반 라면처럼 간편한 조리로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전했다. GS25 운영사 GS리테일은 100년 전통의 국내 최초 중국집(중식당) 공화춘(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만든 짜장면을 이런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생산 중이다. GS리테일은 중국·대만 등 중화권으로 수출한 이 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PB 상품으로 지난해 약 12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한국 짜장면이 중화권으로 수출되는 사이 한국 우동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수영(33)씨는 여행 마지막 날 밤늦게 숙소 근처 마트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이씨는 “모처럼 일본에 왔는데 우동을 못 먹은 게 아쉬워 마트에서 인스턴트 우동이라도 살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농심 ‘너구리’ ‘튀김우동’ 등 한국에서 많이 보던 상품들이 진열돼 있어서 순간 내가 귀국을 했는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한국 수출의 히든카드로 꼽은 K푸드가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20억 달러(약 16조원)로 2년 사이 20% 증가했다(2020년 99억 달러). 주요 수출 품목은 ▶즉석면류(8억6200만 달러) ▶김(6억5600만 달러) ▶참치(6억300만 달러) ▶음료(5억1300만 달러) ▶쌀가공식품(1억8000만 달러) 등이다. 특히 즉석면류의 수출 신장세가 돋보인다. 1년 전보다 수출액이 12% 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사상 최다인 143개국에 수출됐고 중국(1억9100만 달러)과 미국(1억2000만 달러), 일본(6800만 달러)에서 성과가 좋았다. 이에 46만t의 즉석면류를 전 세계에 수출한 중국에 이어 26만t 수출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즉석면류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한 품목은 라면(7억6500만 달러)이지만 짜장·비빔면과 우동, 국수 등도 불티나게 팔리면서 사상 최대 수출액으로 이어졌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즉석면류는 올해 들어서도 1~2월 수출액이 1억4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할 만큼 기세가 무섭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즉석면류 수요가 급증한 데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유튜브 ‘먹방’(먹는 방송) 등의 K콘텐트를 통해 K푸드의 인지도가 높아진 결과”로 해석했다. 외국인들이 김치 등 K푸드 특유의 매운 맛에 손사래를 친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청양고추에 버금가는 맵기인 4400스코빌지수(SHU)의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56%나 증가한 6057억원에 달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 역시 67%로 껑충 뛰었다.
불닭볶음면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매운 맛에 도전하는 콘셉트로 찍어 공유하는 동영상이 유튜브 등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수출 효자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그러자 근래 들어 일본 최대의 라면 업체인 닛신식품이 이 불닭볶음면을 거의 그대로 베낀 ‘짝퉁’ 상품을 출시할 만큼 견제 대상이 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상품명이 달라 상표권만으로 법적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K푸드의 얼큰한 국물 맛은 즉석면류가 아니더라도 인기가 높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국물요리는 인도 등 약 40개국에 진출해 있다.
과자와 치킨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K푸드다. 오리온 ‘꼬북칩’은 미국·호주 등 23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오리온 측은 인도와 베트남에서도 원활한 공급을 위해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고 17일 밝혔다. 제너시스BBQ는 미국·일본·독일 등 57개국에서 약 700개의 치킨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치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약 250개의 매장을 운영할 만큼 성과가 좋다. BBQ 관계자는 “대량으로 튀긴 다음 소분해서 판매하는 미국 치킨과 달리, 한국 치킨은 고객의 주문 즉시 튀겨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데다 다양한 양념으로 차별화해 인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K푸드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힘입어 올해도 수출 전선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K콘텐트의 인기에 편승한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와 관련 업계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K푸드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K푸드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했지만,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알 수 있듯 이제 해외 소비자들은 재미난 경험 측면에서 K푸드를 수용하고 있다”며 “변화상에 맞게 전략 상품을 다각화하는 한편 맛과 향 등의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에도 꾸준히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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