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맨'과 전세사기범, 그들은 왜 인천 떠나 동해서 손잡았나
인천 미추홀구 전세 보증금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모(61)씨가 2018년 강원도에서 67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도정 사업을 따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권 유력인사 배후설의 연기를 피운 건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지만 불씨가 된 건 남씨를 사업 시행자로 유치한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의 실무자들이 송영길 인천시장 시절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인자청)에서 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하던 인사들이라서다.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건설업자와 인천 공무원들은 어떻게 강원도에서 손을 잡게 됐을까.
인천 사업가와 공무원은 왜 강원도로 갔나
인하대를 졸업한 남씨는 줄곧 인천에서 회사명을 바꿔가며 건축사업을 해오던 2017년 돌연 강원도 동해로 기수를 틀어 그해 8월 동해 천곡동에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 유한회사(동해이씨티)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동자청이 추진하던 망상1지구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이었다.
전년도인 2016년만 해도 인천에서 인자청이 추진하던 로봇랜드 사업 참여를 궁리하던 남씨가 동해에 나타난 건 당시 동자청에 있던 투자유치본부장 A씨(사망)와 투자유치 2부장 B씨의 제안 때문이었다는 게 동해이씨티 공동설립자 C씨의 설명이다.
A씨는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2004년 인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일 때 인자청 투자유치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송 전 대표는 재직 당시 “A씨는 1%의 가능성을 100%로 만든 것”이라며 그의 투자 유치 성과를 공개 칭찬한 적도 있다. 그러나 송 전 대표가 재선에 실패하고 유정복 시장이 취임한 뒤 특정 감사와 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5년 6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A씨는 이듬해 동자청 공고를 보고 지원해 2016년 8월 재취업에 성공했다. 강원도 관가에선 두 사람의 재취업을 두고 “송 전 대표가 힘을 쓴 것”“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배경”이라는 등의 말들이 분분했다. 이에 대해 최문순 전 지사 측은 “동자청은 산자부 입김이 작용하는 곳”이라며 “강원도지사가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중책을 맡은 뒤 망상1지구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던 A씨는 인천에서 알게된 지인을 통해 남씨를 소개받고는 브리핑을 위해 인천을 찾았다고 한다. 동해이씨티의 공동 설립자인 C씨는 “남씨는 전세사기를 저지르기 이전에도 허세가 센 스타일이었지만 당시엔 A씨의 절박한 요청에 응하는 모양새였다”고 말했다.
‘유력 정치인 뒷배’ 풍문에 김진태 긴급 감사 지시
사업진행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탄치 않았다. 남씨의 자금 동원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고 외자 유치도 불발됐다. 반대하는 시민들은 비대위를 꾸려 2020년 10월 검찰에 사업자 선정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했지만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같은 해 12월29일 사건을 무혐의 종결했다. 2018년 11월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남씨가 동해이씨티의 자본금 등 규모를 부풀리는 등 조작한 서류를 제출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은 지난해 11월이 되서다.
남씨의 배후가 송 전 대표라는 의혹이 부풀대도 부푼 상황이지만 아직 뾰족한 근거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남씨의 동업자인 C씨는 한때 송 전 대표의 근거지였던 인천 계양구의 문화·체육 단체에서 직함을 맡기도 했다. C씨는 “송 전 대표를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없고 남씨는 송 전 대표를 아예 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 정가의 한 여권 인사도 “남씨가 동해에서 마치 ‘송영길 사람’ 행세를 하고 다니긴 했지만, 그게 진짜인지 사기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문순 전 지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업 과정을 아는 복수의 인사들은 “최 전 지사가 사업 시행자들에게 별도로 술을 사주며 ‘강원도를 위해 힘써달라’고 격려하는 등 특별히 신경 쓴 건 맞다”면서도 “도정의 일환으로 볼 여지도 크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러 풍문이 도는 가운데 김진태 강원지사는 21일 도 감사위원회를 통해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망상1지구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 최 전 지사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업이 전임 지사 재임 기간에 진행된 이유로 전세 사기 사건과 마치 관련성 있다는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영ㆍ허정원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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