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공부, ‘랜선 학교’에 접속하세요
시대에 따라 신학과 복음에 궁금증을 가진 이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도구는 다양하다. 한반도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기 전엔 만주 우장에서 존 로스, 존 매킨타이어 목사에 의해 번역된 쪽복음서가 의주와 소래, 서울로 퍼져나가며 성경 속 진리를 확산시켰다.
1960~80년대 폭발적인 한국교회 부흥기를 경험한 ‘586세대’들에겐 각인된 장면들이 여럿 있다. 전국 방방곡곡의 크고 작은 예배당, 빼곡하게 예배당에 들어찬 성도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열정적 부흥사도 그중 하나다. 주택가 거실은 물론 자가용과 시내버스, 택시를 가리지 않고 라디오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든 유명 목회자와 사역자의 설교가 흘렀다.
CD, MP3 등 새로운 오디오 포맷에 담겨 전달되던 복음은 영상 미디어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TV 설교, 성경 교육 프로그램, 유튜브로 확장됐다. 이 모든 과정의 바탕에는 복음의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성도들의 열망이 있다. 메시지가 담기는 방식의 변천사가 곧 그 열망에 따라 최적의 도구를 접목하는 시대적 응답인 셈이다. 엔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의 신학을 향한 관심은 어떻게 표출되고 있을까. 그 관심에 응답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봤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주택가. 지난 20일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한 편에 은은한 조명과 모던한 느낌의 서재로 꾸며진 스튜디오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 근본주의 신학에 대한 진단 콘텐츠도 의미 있고 반응이 좋았어요.” “최근 인터뷰했던 분도 랜선신학교 강사진으로서 역량이 충분해 보였습니다.” “현대 철학과 종교를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콘텐츠도 한 번 더 시도해봐도 좋겠다 싶었어요.”
진지하게 회의를 진행하던 이들은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랜선신학교’의 핵심 3인방 장민혁 학장, 전원희 교학처장, 최혜영 대외협력교수학습지원센터장이다. 랜선신학교는 장로교(통합 합동) 감리교 성결교 등 한국교회 여러 교단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온라인 신학 강의 플랫폼이다.
장 학장은 “매주 줌(Zoom)으로 회의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 회의를 하는데 오늘은 주축 멤버 중 강릉에 거주하는 조교가 오지 못 해 아쉽다”며 웃었다.
랜선신학교의 시작은 신학 공부 유튜버로 활동하던 장 학장으로부터였다. 그는 구독자 5만4000여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신학 콘텐츠 채널 ‘오늘의 신학 공부(오신공)’의 운영자다. 2019년 2월 채널 개설 후 3년여 만에 신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 신학에 관심 많은 평신도가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로 유명세를 탔다. 그동안 ‘개신교 8대 교파 30분 만에 총정리’ ‘존 파이퍼, 존 레녹스, 톰 라이트, 월터 브루그만 신학자별 코로나 입장 순삭 정리’ 등 기독교인은 물론 비기독교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교회와 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안정화된 유튜브 채널 운영자로서의 길목에서 신학 강의 플랫폼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튜브 오신공 콘텐츠를 통해 신학을 소개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신앙생활 가운데 신학적으로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성도들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죠. 반면 신학교 축소의 영향으로 국내외 뛰어난 신학자들이 강단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 전선을 지키는 모습도 확인했습니다. 이 둘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서도록 하나님이 ‘발견의 기회’를 주신 것 같아요.”
발견을 통한 결심은 이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세 사람은 랜선신학교를 개교하기 위해 손을 모았다. ‘문턱은 낮게, 시야는 넓게, 고민은 깊게’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유튜브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이 신학교의 캠퍼스다. 목회 구약학 신약학 조직신학 기독교윤리 등의 주제로 프리미엄 콘텐츠에 등록된 카테고리엔 44개(2023년 4월 17일 현재)의 강의 관련 콘텐츠가 업로드돼 있다.
이미 ‘인문·교양’ 분야에선 구독자 수 상위에 랭크돼 있다. 강의안을 내려받고 강의 영상을 보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 콘텐츠이지만 최근까지 1400명 넘는 수강생이 랜선신학교 캠퍼스를 찾고 있다.
“최근 한 신학대 교수님들 모임에서 ‘사람들이 신학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을 피력한 분이 있었다고 해요. 그러자 옆에 있던 교수님이 ‘신학에 관심 없는 게 아니라 신학교가 그 사람들의 필요를 못 채워줘서 그런 것이다.>
랜선신학교에 사람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 그 방증이다’라고 반박하셨다고 하더군요. 용기도 되고 책임감도 느꼈습니다.”(전 교학처장)
최 센터장은 “신학에 호기심을 가진 성도들에게 ‘시원한 답’에 대한 불만족이 늘 있지만, 신학교에 등록하고 신학생이 되는 것은 적잖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신학적 호기심에 대한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데 쓰임 받는 게 랜선신학교의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랜선신학교가 쪽복음서, 카세트테이프, 온라인 설교 등 그간의 매개체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소통이다. 강의에 댓글과 대댓글을 남기는 수강생들, 최종 강의안과 콘텐츠가 나오기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하는 강사들이 모두 소통 대상자들이다.
장 학장은 “역량 있는 강사들을 통해 양질의 신학 콘텐츠가 전달되고 강사들에게 합당한 수익이 배분되도록 최적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고민도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장 학장에게 신학을 더 탐구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향한 포부를 묻자 신학과 종교개혁을 아우르는 본질적 대답이 돌아왔다.
“마르틴 루터는 ‘우리 모두가 제사장이며 사제’라고 말했지요. 만인 제사장이 되려면 모두가 성경을 이해하고 일상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독교가 핍박을 받고 진리를 분별하기 어려워지는 시대일수록 성경과 하나님을 잘 아는 다수의 크리스천이 필요합니다. 신학이 소수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도록 고민을 계속해나갈 겁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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