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간 여성들: 여성환경운동가 이야기
Q : 지난 1월 발행된 〈숲으로 간 여성들〉에서 역사적인 여성 환경운동가들을 사회, 경제, 정치,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로 소개했습니다. 여성 환경운동가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이유는
A : 구정은 그 이유는 실제로 모든 것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죠. 원주민 문제, 식민주의, 인종 문제, 개발과 환경 파괴, 불평등, 사회의 법과 제도, 민주주의 문제가 모두 연결돼 있어요. 환경이 파괴되면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 즉 원주민이나 여성, 빈곤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피해를 입죠. 이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그 의사가 폭력적으로 대응되어선 안 돼요. 하지만 무자비한 폭력이 실제로 벌어지고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합니다. 이를 역사적으로 문제 삼고 싶었어요. 〈숲으로 간 여성들〉의 앞쪽에는 선구적으로 환경 문제를 제기한 서구의 엘리트 여성이 주를 이뤄요. 책 중반부부터 20세기 후반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소수 집단 여성들의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미래 세대가 소개되죠.
A : 오애리 지난여름, 장마철에 우리나라 폭우는 정말 심각했어요. 그날 성수역 지하철로 이어지는 신축 건물에 들어갔더니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샜어요. 최신식 건물도 그 정도의 비를 감당할 순 없나 봐요. 지하철 계단으로 물이 폭포수처럼 넘쳐흘렀죠. 당시 반지하에서 살던 사람이 끔찍한 피해를 입었고, 방방곡곡에서 재해 사고가 발생했어요. 충격적이었죠. 인명 피해에 대한 대안은 더 충격이었어요. ‘반지하를 없애자.’ 사회 구조의 취약함이 여실히 드러났어요. 환경 문제는 인해를 발생시키지만 문제에 따른 해결책을 구하려면 아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Q : 두 분이 지구의 한계를 깨닫고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을까요
A : 구정은 영국의 기후 활동가가 쓴 책을 읽은 적 있어요. 빙하가 녹아내리는 곳처럼 기후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국가를 방문하고 겪은 이야기를 다룬 책이죠. 매번 취재차 자료만 찾던 제게 그 책은 큰 영감이었어요. 국제부 기자로서 지원을 받아 취재할 기회를 직접 만들었어요. 그렇게 보르네오 섬에 갔죠. 보르네오 섬이 대지에서 치솟는 연기로 온실가스 위험에 노출됐다는 이슈를 봤는데, 실제로 가보니 훨씬 심각했어요. 보르네오 섬은 토탄 지대로 이뤄져 한번 붙은 불은 쉽게 안 꺼져요. 그래서 흙이 품은 불씨가 끝없이 연기와 함께 피어올라요. 나무를 심는 기업을 취재했을 때 본 풍경도 충격적이었어요. 팜유를 뽑아내기 위해 야자나무들을 모조리 베어 숲이 텅 비어 있었죠. 열대 지방은 나무가 사라지면 다시는 자라지 않아요. 표층에 양분이 스며 있기 때문에 나무가 베이면서 흙이 깎이면 양분이 사라지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죠. 이런 풍경을 접하며 내 목소리로 환경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A : 오애리 〈숲으로 간 여자들〉을 정은 씨와 기획하면서 ‘왜 여자에 초점을 둬야 할까’ 고민했어요. 유명한 남성 환경운동가도 많거든요. 하지만 책을 완성하고 깨달았어요. 왜 수 세기 전부터 여성들이 환경 보호의 선두에 서서 자연을 지키려고 노력했는지…. 아이를 낳아 양육하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개발로 인해 살 곳을 잃으며 본능적으로 자연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내 아이에게 건강하고 유독성 없는 먹거리와 공간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절박했을까요. 그 절박함에 공감했고, 〈숲으로 간 여자들〉이 동기부여가 됐죠.
A : 구정은 애리 님 말씀도 맞지만, 지금까지 존재했던 환경운동가 관련 도서 대다수가 남성 위주의 이야기예요. 그래서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시대적 당위라고 생각했죠. 사실 왜 여성에 대한 책을 쓰냐는 질문이 아니라 ‘왜 모든 책이 남성 이야기냐’라고 묻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책을 쓰면서 여성의 지혜나 통찰력을 표현할 정치적 공간이나 위치가 없었다는 사실을 크게 인식했고요.
Q : 2021년 11월, 〈뉴욕 타임스〉의 국제기후 담당 특파원이 전한 기후 변화 회의장과 글래스고 환경 보호 시위의 정반대 풍경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충격이었어요. “세계가 얼마나 데워질지 결정권을 지닌 이는 대부분 늙었고, 남성이다. 기후 대응 속도에 가장 분노한 이들은 대부분 젊고, 여성이다.” 전자는 고민스럽게 만드는 한편 후자는 기대감을 만들죠
A : 오애리 특히 〈숲으로 간 여성들〉 끝부분에 환경 문제를 아주 예민하게 느끼는 미래 세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물론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 든 남성이죠.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은 경제 발전, 기회 균등 등 균형적 발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운동가 입장에서만 결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현실적 문제지만 그와는 별개로 지금 젊은 세대는 정말 내 것을 뺏긴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A : 구정은 근본적 문제와 희망이 뒤섞인 문장이네요. 독립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말했어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이 없을 때 문제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로서 표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지면 지속적으로 환경 문제가 제기되겠죠. 젊은 여성 세대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현재로선 미약해 보여도 이후 거대한 결과를 만들어낼 거예요.
Q : 〈숲으로 간 여성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역사적인 여성 환경운동가 중 가장 아끼고 귀감이 된 인물은
A : 오애리 레이첼 카슨과 다이앤 포시입니다. 책 속에는 고생하고 투쟁하는 여성이 많지만, 이 두 사람에게 끌렸던 이유는 인간적인 면 때문이에요.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펴내고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에요. 당시 레이첼은 중증 암 환자였어요. 중년을 넘긴 나이에 아픈 상태에서 살충제와 제초제 등 화학 물질의 유독성을 탐구하며 받았을 고통이 인간적으로 느껴졌죠. 여성이라 폄하받고 대중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은 결과 최초의 유기염소계 살충제인 DDT 사용 금지라는 성과를 이뤘고요. 한편 인도의 여성 환경운동가들도 떠오르네요. 이름도 없고 그저 ‘환경운동을 한 그룹’으로만 알려져 있는 그들은 마을에 커다랗게 자란 나무를 베지 말라며 다 같이 나무를 끌어안고 버티는 시위를 벌였죠. 그런 운동이 오늘날 숲을 지키는 운동으로 발전된 걸 생각하면 과거 많은 익명의 여성이 희생됐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A : 구정은 마마 알레타. 보르네오보다 변방 국가인 티모르 섬 서부에서 자란 알레타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가난한 원주민이었죠. 그런 알레타가 산과 나무가 파헤쳐지는 채굴 현장에서 직물을 짜기로 결심합니다. 알레타를 중심으로 150명의 여성들이 2006년부터 1년간 채석장 대리석 바위에 앉아 전통 옷감을 짜는 시위를 벌였어요. 기업들은 현상금을 내걸었고, 살해를 협박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알레타는 멈추지 않았죠. 그 결과 광부들은 채석장을 떠났고, 이들이 짠 전통 직물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어요. 자연을 잘 아는 여성이 가진 통찰력이 돋보이는 역사적 사건이죠. 알레타의 말 중 가장 흥미로웠던 문장은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것만 팔고,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것은 팔지 않는다. 산과 강, 나무를 팔 수는 없다.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것들이니까. 하지만 옷감이나 옥수수, 우유는 팔 수 있다.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한마디로 재생 불가능한 건 파괴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똑똑한 어린 소녀 알레타가 점점 투사가 되는 과정도 흥미로웠어요. 책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 변호사이자 기후활동가인 스비틀라나 로만코를 소개하고 싶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도 환경 문제를 제기한 용감한 여성이에요. 이분의 말 중 마음 아팠던 부분은 “지구를 구하는 에너지 전환이 우크라이나 동포들의 목숨과 조국이 황폐해지는 걸 대가로 지불하면서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서방 국가를 향해 우리 국민의 고통을 이용해서 러시아산 화석 연료 수입을 금지하면서 평화 세탁하지 마라. 마치 평화를 위해 러시아산 가스를 안 쓴다는 듯이 말하지 마라. 화석 연료는 그 자체로 대량살상무기다.” 러시아의 화석 연료 패권에 맞서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세계 변화, 기후 대응으로 가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전쟁통에 울려 퍼지지 않을 것 같아 소개했어요.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Q : 한편 개인의 노력에 무력감, 피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A : 오애리 얼마 전 친구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어요. 식당에서 물수건을 나눠주니 한 친구가 “물수건 플라스틱이야. 썩지도 않아”라고 말했죠. 그러자 다른 친구가 “이 물수건 하나 안 쓴다고 달라지냐. 우리가 타고 온 버스 때문에 환경이 더 파괴되겠어”라고 말했어요. 식사 자리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것도 재미있고,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라는 사실도 재미있죠. 지금도 그래요. 오늘 제가 텀블러를 가져왔지만, 집에 갈 땐 차를 타고 가죠. 자동차로 인해 결국 환경 문제가 불가피하죠.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문제의식과 ‘모순’되는 것들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환경 보호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A : 구정은 예전에 헤어스프레이의 심각성이 대두하자 규제됐고, 오존층이 복원됐죠. 환경부에서 1회용품 규제를 강화하면서 제품의 재질 자체가 달라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작은 변화가 일궈낸 큰 변화가 많아요. 재활용률이 굉장히 높은 나라예요. 국민의 70%가 재활용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 국가죠. 충분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때 스스로 ‘과연 무의미한가. 단지 내가 지금 귀찮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의심해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Q : 두 분은 먹거리 산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다루는 〈모든 치킨은 옳을까?〉 저자이기도 해요. 전 세계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취재하는 건 어땠나요
A : 구정은 음식이 항상 고민거리죠. 건강 문제와 직결되니까. 문제는 쇠고기예요. 공장식으로 축산하는 거대 농축산업이 야생을 파괴시키고, 야생동물과 가축들의 서식지가 교차하면서 야생동물에게 있던 질병 유전자가 가축으로 넘어오죠. 그 가축을 먹으면 질병은 인간에게 넘어오고요.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훨씬 빨리 돌기 때문에 팬데믹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런 현상은 곧 다가올 미래이기도 해요. 저는 실험실 고기도 찬성하지만, 한쪽에선 실험실 고기의 위험성을 걱정하더라고요.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됐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을 설득할 순 없죠. 연어도 마찬가지예요. 연어가 식탁에 오른 건 30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옛날에 없던 식재료가 갑자기 자주 보이면 깊이 고민해 봐야 해요. 예전엔 제주도 가면 오분자기 해물탕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더라고요. 모두 전복으로 바뀌었습니다. 전복은 많이 양식되고 러시아산도 수입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일본의 철학가 후지타 쇼조가 이렇게 말했어요. “내 앞에 책상이 있구나. 이 책상은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나. 마호가니구나. 그럼 이 마호가니는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보라.” 산업 구조의 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연결돼 있으니 먹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먹어야 합니다.
Q : 최근 발견한 환경 문제가 있을까요
A : 오애리 패스트 패션 문제는 많이 알려져 있죠. 다만 현재 재단을 만들어 패션 업계의 환경 보호 일을 하는 맥신 베다의 〈Unraveled〉를 번역하면서 패스트 패션에 대해 알게 됐어요. 특히 청바지가 일으키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이 책은 청바지 한 벌을 만들어 유통 과정을 거쳐 결국 가나에 있는 의료 쓰레기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의류 쓰레기 문제를 시민의식과도 연결짓죠. 몇 년 전에 방글라데시에서 의류 공장이 무너져 많은 여성 노동자가 피해를 입었어요. 이처럼 아주 많은 사람이 저개발·저임금 노동을 하는 중이죠. 그 사건 이후 규약이 만들어져 업체들이 잘 지키는 것 같지만요. 의류 쓰레기가 수거돼 최종적으로 도달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되고 저임금 구조에서 고통받는 일이 발생해요. 책의 저자는 이 모든 단계에서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올바른 소비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팬데믹 이후 더욱 심각해진 쉬운 소비, 침대에 누워 ‘옷 하나 사볼까’ 하는 소비. 이런 소비 문화를 바꿔보자는 것이 결론이죠.
Q : 반면 최근 발견한 긍정적 환경 변화도 있을까요
A : 오애리 1년에 한두 번은 제주 올레길을 걸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닷가에 어구 쓰레기가 정말 많았죠. 스티로폼이 둥둥 떠다녔어요. 알다시피 스티로폼은 아주 작은 조각으로 분리돼 흩어져버려요. 저는 제주도를 사랑하는데, 스티로폼이 바닷가에 밀려와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최근 방문한 제주도는 꽤 발전된 모습을 보였어요. 2년 전보다 많이 나아졌죠. 쓰레기를 강력 단속하지 않으면 길가에 ‘어디 묻을 데도 없으니까 모두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붙더라고요.
A : 구정은 자동차 산업이나 에너지 산업 전체가 변하고 있어요. 많은 자동차 기업이 내연기관을 아예 없애기로 했죠. 정부나 기업이 앞서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런 주도를 이끌어내는 게 글로벌 시민사회의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탄소 발자국만 남기는 산업과 기업은 도태되지 않을까 합니다.
Q : 플라스틱 용기 사용 금지와 장바구니 활용, 쇼핑 줄이기 등 기본적으로 의식하는 수칙 외에 우리가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지만 잊고 사는 환경보호법이 있을까요
A : 구정은 병에 든 생수 사 먹지 않기. 병에 든 생수 1리터를 생산하려면 대량의 물이 필요해요. 생수에 비해 버려지는 물이 너무 많죠. 저는 수돗물 틀어서 그냥 마셔요. 끓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리고 다른 집에 비해 재활용 쓰레기가 덜 발생한다는 긍정 효과도 있죠. 수돗물이 의심된다면 끓여 마시면 됩니다.
A : 오애리 큰 마트에 가면 야채든 생선이든 모두 비닐 팩에 들어 있잖아요. 과일은 만져볼 수도 없죠. 눈대중으로 보고 비닐 팩에 담아 구매해야 합니다. 반면 외국은 야채와 과일을 직접 만져보고 덜 시든 걸 가방에 담아 가죠. 비닐 팩이나 스티로폼, 포장지 등 과대 포장을 줄여야 해요. 그리고 배달 업체의 배달 방법도 마찬가지예요. 한 사이트에서 여러 제품을 사면 각 제품의 업체가 모두 달라 따로 담겨 와요. 포장 문제도 중요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기를 바라죠. 음식으론 아보카도를 끊었어요. 아보카도 1개를 재배하기 위해 평균 320리터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이 외에 바 샴푸, 바 세제 사용도 실천 중이에요. 조금씩 넓혀가야죠.
Q : 마지막으로 〈숲으로 간 여성들〉에도 등장하는 문장이죠. ‘소중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과연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요’
A : 구정은 내가 하고 있는 행동과 사용하는 물건, 먹는 것이 지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 생각해 봅시다. ‘알기만 하면 뭐 하냐, 실천을 안 하는데’라는 말에 낙담하지 마세요. 일단 아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요.
A : 오애리 그렇죠. 자그마한 일이라도 쌓이면 커지니까요.
저자 나오미 클라인은 캐나다와 미국, 이중 국적의 독립 저널리스트다. 나오미가 처음부터 환경운동가였던 건 아니다. 그녀는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에서 저임금 제조업, 섬유 업체를 고발하는 르포를 꾸준히 써왔고, 그녀의 글은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그녀는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중 한 권이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기후 환경 이슈를 비롯해 모든 문제가 이어져 있다는 점, ‘경제 발전이 먼저냐, 기후 대응이 중요하냐’는 물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기후 대응이 경제와 정치를 포함해 모든 것을 규정할 결정적 변수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신문기자로 일하던 때 글을 써왔던 분야는 주로 분쟁과 환경, 재난, 테러다. 시간이 흘러 더욱 깊이 있게 환경을 탐구하고자 국제지정학이나 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국제지정학과 전쟁 분야는 인간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 저개발과 빈곤이 만나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세계를 뒤덮은 쓰레기다. 그 쓰레기의 최종적 형태는 쓰이고 버려지는 사람. 이것이 가장 적나라한 세계의 현실이라고 생각해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펴낸 고전 서적. 말기암 투병 중에도 살충제의 위험성 탐구를 지속한 레이첼. ‘침묵의 봄’은 살충제 때문에 봄이 와도 새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끔찍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 책은 유기염소계 살충제와 농약, 무차별적인 화학 물질 사용에 의한 환경 파괴를 널리 알렸고, 화학 물질 사용률을 줄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필독해야 한다. 최근 꿀벌이 눈에 띄게 사라지면서 농작물 수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꿀벌과 새가 살 수 없는 세상에선 인간도 살 수 없다. 유기염소계 살충제나 농약 등 문명의 이기들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건 아니다. 사회적으로 그 기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심을 기울이자는 점에서 〈침묵의 봄〉은 현재도
유의미한 책이다.
〈안개 속의 고릴라〉 〈에덴의 벌거숭이들〉
유인원 연구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저작물 두 권. 모두 연구서지만 충분한 흥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연구에 매진하고, 동물과 환경 보호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여성 학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는 책. 또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두 저자를 향한 ‘팬심’을 담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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