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서세원 사업 일으키려던 중 비보…의료사고는 아냐”

김성훈 2023. 4. 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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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현지 지인 인터뷰
“코로나19로 사업 어려움 겪어”
“평소 당뇨 심해 거의 뼈만 남아”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원에 마련된 고 서세원씨의 임시 빈소.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제공


캄보디아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방송인 겸 사업가 서세원씨가 최근 어려워진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도 활발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의 장례는 시신이 한국으로 돌아온 뒤 국내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회장을 지낸 박현옥 아시아한인총연합회 부회장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주말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도 당뇨로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정도의 건강상태는 아니었다”며 “코로나19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고, 최근 다시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던 도중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매스컴 보도에서는 수조원대 사업을 했다고 하는데 서씨는 돈이 하나도 없었다”며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캄보디아 관광을 진행했고, 방송국 사업도 진척이 있었다. 하지만 현지 고위층한테 사기를 당해 어렵게 지냈다”고 전했다.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원에 마련된 고 서세원씨의 임시 빈소.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제공


서씨는 현지에서 미디어 사업 및 호텔·카지노 등 부동산 건설 사업을 벌였다. 일각에선 사업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론 정부 관계자에 속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박 부회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도중에도 사역 활동을 열심히 했고, 현지의 어린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봉사도 많이 했던 분”이라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원에 마련된 고 서세원씨의 임시 빈소에 화환들이 놓여져 있다.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제공


프놈펜의 한 사찰에 마련된 서씨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박 부회장에 따르면 고인의 시신은 사찰 내 냉동시설에 보관돼 있으며 장례 절차는 한국에서 유족이 도착하면 협의 후 정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서씨의 딸이 이날 밤 도착할 예정이라 이후 장례절차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족이 현지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을 반대해 시신이 한국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절차만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인 코미디언 엄영수씨는 회원의 유족이 원하면 코미디언협회장으로 서씨 장례식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유가족들의 상태에 대해선 “아내분이 큰 충격을 받아 혼절까지 한 상태로 지금까지도 울고 또 울고 있다”며 “영안실에 있으면 계속 슬픔에 잠겨있을 것 같아 공항에 딸을 마중 나가도록 했다”고 전했다.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원에 차려진 고 서세원씨 임시 빈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제공


박 부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료사고 의혹에 대해 “지병을 앓아왔기 때문에 의료사고로 사망한 것은 전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뇨가 있으면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데 캄보디아는 한국보다 (음식이) 열악하다. 식사를 제때 못해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고인 시신 사진, 동영상을 다 찍어 놨는데 엄청 말라서 거의 뼈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다른 교민도 “고인이 당뇨합병증으로 고생한다고 문의해온 적이 있다”며 “당뇨가 심해 급격히 살이 빠졌고, 혈관이 막히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서씨는 전날 오후 1시쯤 수도 프놈펜 소재 한인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던 중 심정지에 빠졌다. 이후 오후 3시쯤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그맨 출신 서세원씨가 20일 캄보디아 한 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4년 2월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심포지엄에 당시 감독을 맡은 고인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979년 TBC 라디오로 데뷔한 서세원은 1990년대 ‘청춘행진곡’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서세원쇼’ 등 토크쇼 진행자로 입지를 다졌다. 1995년에는 KBS 코미디대상 대상을 수상했고, 1997년엔 문화체육부장관상 표창을 받는 등 스타 MC로 왕성히 활동했다.

2001년에는 영화 ‘조폭 마누라’ 제작자로 나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로도 영화배급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2002년 제작한 ‘긴급조치 19호’, 2004년 제작에 이어 연출까지 한 ‘도마 안중근’ 등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시 영화계와 멀어졌다.

2003년에는 그가 설립한 프로덕션이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또 회사 자금 횡령 의혹, 해외 도박·도피 논란 등이 겹쳐 KBS 출연 금지 처분을 받게 됐고, 결국 연예계를 떠났다.

그는 배우 서정희씨와 1982년 결혼했으나 2015년 이혼했다. 이혼 사유는 가정폭력으로, 서씨는 폭행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슬하에는 아들인 가수 미로(서동천), 딸인 미국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씨가 있다.

그는 이혼 이듬해인 2016년 23세 연하 해금 연주자 김모씨와 재혼해 1녀를 뒀다.

서씨는 캄보디아 소재 개척교회에서 목회 활동도 해오면서 신도들에게 안수기도를 해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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