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서비스 축소가 '혁신안'? 누굴 위한 혁신인가
[김호세아 기자]
▲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무력화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 공공운수노조 |
나는 노동조합에 온 뒤 줄곧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과 함께 소통해왔다. 노조에서 일하는 상근자여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회복지학으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쳤고 복지국가에도 관심이 있어서였다. 그런 나에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특히 눈길이 많이 가는 기관이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는 돌봄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바우처시간과 상관없이 월급을 받으며 시민에게 필요한 돌봄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당연하면서도 민간에서는 어려운 일이었기에 그 취지에 더 공감했다.
민간이 아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라는 공공기관이 어린이집, 데이케어센터 등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맡는 것을 보고,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 나는 과거 후원금을 불법으로 빼돌리는 복지시설(구립복지시설이었으나, 실질적인 운영주체는 종교법인이었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해본 경험이 있었고, 따라서 일부 민간의 비리나 복지시설 운영의 불투명성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서울사회서비스원의 운영 방식이 더욱 반가웠다.
사회서비스원이라면 법인을 위해 최소한 '돈'으로 장난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더 신뢰가 갔다.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지면 되는 일임에도 민간에 사회복지를 맡겨 공공성이 훼손되는 사례를 직접 경험해봤기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문제가 있는 복지시설들을 위탁운영해 나가면서 공공성을 확보하길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뒤집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보도자료에서 발췌 |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
우선 작년 연말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삭감 사태가 컸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경영상의 위기가 닥쳤다. 서울시의회의 예산 삭감 당시인 지난해 11월, 사측인 서사원 황정일 대표조차 언론에 "'어떤 사업이 적절하지 않으니 삭감한다', 이게 아니고 다짜고짜 100억원 삭감이다.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할 정도였다(서울시는 출삭감 사유로 "사회서비스원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매년 발생하는 잉여금 추이, 2022년 예산집행률, 사업의 시급성 및 중복성 등을 감안해 2023년 사회서비스원의 출연금을 조정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예산삭감으로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서울시사회서비원이 내놓은 자구책은 아쉽기만 하다. 이들은 지난 17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요양보호사 정규직 채용 더 이상 안 한다'라는 제목 보도자료와 함께 직접 서비스 종료, 어린이집 등 위수탁 운영 종료를 알렸다. 이어 '중증치매, 와상, 정신질환 등 3대 틈새돌봄 한시적 운영'을 알리면서, 이게 "자체혁신 방안 발표"라고도 주장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측은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자구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거의 사회복지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이를 두고 '공공성 강화 노력'이라니, 사회복지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끄러웠다.
후폭풍은 거셌다. 공공운수노조,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등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무력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공공 돌봄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의 억지로 (서사원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며 논평을 냈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민간기관과의 서비스 차별이 거의 없다며 굳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운영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위탁시설 운영 종료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어린이집 등 서울시민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인 서비스 운영을 중단하고 다시 민간으로 보내는 게 과연 공공성 강화인지, 서울시민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알 수 없었다.
서사원 스스로 차별화가 미비하다고 했지만,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현장 근무 경험도 있는 필자가 느낀 가장 큰 차별화 지점은 바로 '공공성'이다.
사회복지 서비스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공공성이다. 대한민국 사회복지현장은 대부분 민간법인, 종교법인에 위탁돼 있는 탓에 이것이 담보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다르다. 직접 서울시의 공공기관이 법인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전공자, 학부모, 노동자 그 누구도 이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시설 운영 중단을 반기지 않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앞선 예삭삭감 소식이 알려지자 이용자인 학부모들조차 반대에 나섰다. 학부모들은 국회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어린이집 운영중단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여해 서사원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과 대책을 논의 중에 있다(관련 기사: "이용자도, 보호자도 요구한다... 삭감 예산 돌려놔라").
이용자도, 내부구성원도 반대하는데... 국힘 의원이 말하는 '공적돌봄 정상화' 뭔가
지난 3월 13일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의 '개선 없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공적돌봄, 정상화 더 늦어서는 안돼'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공적 돌봄서비스 강화", "서사원의 공적 돌봄 기능의 회복은 시민의 명령", "돌봄 공백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서사원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때까지 끝까지 지켜볼 것"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서사원의 방만한 예산 운용"을 주장하면서, "틈새 돌봄, 긴급돌봄, 주말·야간 돌봄"과 같은 공적 돌봄 기능을 회복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닥친 공공돌봄 후퇴 사태에 대한 여론의 전체적인 평가는 서울시, 서울시의회의 예산삭감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일방적인 돌봄사업 중단으로 시민과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데 대한 비판이다. 그동안 서울시의회 전반을 모니터링을 하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에게 공식적으로 하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생각하는 '공적 돌봄의 정상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말이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공적돌봄 정상화'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삭감된 예산을 회복시키고 지금의 어린이집과 데이케어센터 운영중단 계획이 철회되는 것이다(즉, 운영을 계속하는 것이다). '공적 돌봄서비스 강화'란 공공돌봄을 제공할 돌봄노동자들을 확충해서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더 많은 사회복지시설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책임지고 운영하여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공적돌봄기관이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돌봄노동자 충원을 중단하는 사태는 그 주장이 무엇이건 분명 공적돌봄의 정상화·강화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는 것이다.
▲ 서울시청 앞에서 보육교사들이 서울시를 규탄하고 있다 지난 4월6일 비오는 거리로 보육교사들이 뛰쳐나왔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의 위수탁 폐지를 막기 위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 여미애 |
공적돌봄 후퇴로 노동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런 상황을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공적돌봄 말살과 확대 사이, 서로 다른 가치관들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공적돌봄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상황을 너무 절망적으로 보지만은 않으려한다. 공적돌봄에 대한 가치관의 충돌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공적돌봄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접하게 되길 바란다. 학부모들도 이번 어린이집 운영중단 선언 사태에 직접 대응하면서 공적돌봄에 대한 정의와 필요성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상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학계에서 쓰는 단어들은 어렵다. 공적돌봄, 공공성 등 이런 단어들이 시민들에게 쉽사리 퍼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시민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나'의 돌봄, '우리 아이'의 돌봄, '우리 가족'의 돌봄을 민간업자, 국가(공공) 중 누가 책임지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사태를 통해 돌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생산적으로 확장시켜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논의는 정치권과 정부의 입장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도 믿는다.
▲ 지난 4월 6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운영지속 및 보육노동자 고용보장 촉구 기자회견 |
ⓒ 공공운수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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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호세아씨는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직쟁의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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