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강릉에서 컬링 세계선수권 열린다
[박장식 기자]
▲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을 위해 단장을 마친 강릉하키센터의 모습. |
ⓒ 대한컬링연맹 제공. |
세계컬링연맹이 주관하는 세계선수권급 대회가 국내에서 개최되는 것은 2009년 역시 강릉에서 열린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4년 만이다. 휠체어 컬링, 주니어 컬링선수권 등 다른 국제대회로 확대해 보더라도 2018년 강릉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컬링 선수권대회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으로는 믹스더블에서 서울시청 김지윤·정병진 듀오가 나선다. 정병진 선수는 두 시즌 동안 남자 4인조 국가대표를 역임했고, 김지윤은 지난 2021년 믹스더블 세계선수권에 나섰던 바 있다. 시니어 남자부에서는 동호인 팀인 강릉솔향 컬링팀(최종경·천인선·함영우·신만호·허정욱)이 나선다.
올림픽 컬링보다도 크다... 국내 컬링대회 최대 규모
대한민국에서도 높아진 컬링의 위상에 반해 국제대회를 개최한 적이 많지 않았다. 2009년 강릉에서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이 열렸고, 2017년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를 명목으로 휠체어 세계선수권과 주니어 세계선수권이 열린 정도가 전부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보다 참가 선수·참가 국가 규모가 크다.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선수는 남·녀·믹스더블에서 각각 10개국 정도이지만, 이번 대회는 믹스더블에서 20개국이, 시니어에서 26개국 40팀이 출전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컬링 대회 중 역대 최대 규모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경기장도 두 곳을 사용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상시 컬링장으로 쓰여왔던 강릉컬링센터는 시트 한 개를 늘리는 리모델링을 거쳐 5개 시트로 변모했고, 강릉컬링센터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강릉하키센터가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6개 시트를 갖춘 컬링장으로 바뀌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믹스더블 컬링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강릉컬링센터에서는 믹스더블 컬링 세계선수권이 열리고, 더욱 많은 시트가 배치되어 동시에 많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강릉하키센터에서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이 개최되는 등 상징성과 필요에 따른 경기장 배분이 이루어졌다.
▲ 캐나다 컬링의 '리빙 레전드' 제니퍼 존스가 5년 만에 강릉을 찾는다. |
ⓒ 세계컬링연맹 제공 |
믹스더블 세계선수권에는 반가운 선수들이 많이 찾는다. 캐나다에서는 부부 선수인 브렌트 랭과 제니퍼 존스가 온다. 그중 제니퍼 존스 선수는 40년 가까이 컬링 선수로 지내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등, '리빙 레전드'라는 칭호가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그렇기에 한국 컬링 팬들에게는 '존스 이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선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팀 킴'과 함께 출전해 일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스킵 김은정 선수가 인터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롤 모델'임을 밝히기도 했던 바로 그 선수가 강릉에 온다. 특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믹스더블 선수로 찾았던 만큼, 5년 만의 '강릉 복귀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브루스 모왓이 '행차'한다. 브루스 모왓은 2주 전 열렸던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에 팀의 스킵으로 참가해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브루스 모왓은 믹스더블 컬링 파트너이자,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제니퍼 도즈와 함께 강릉에 찾아온다.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을 저지한 선수들도 강릉을 찾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한국의 김민지·이기정 조를 물리치고 마지막 남은 출전권을 따낸 호주의 탈리 길·딘 휴이트 조가 이번 대회에 나서는데, 공교롭게도 한국 선수들과 같은 A조에 소속된다.
한국과 뜻밖의 연이 있는 선수는 또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그리고 지난 2023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팀을 '격침'하는 이변을 벌였던 튀르키예의 여자 컬링 대표팀의 스킵, 일디즈 딜사트가 빌랄 오메르 차키르와 짝을 이뤄 한국을 찾는다. 한국과는 다른 조에 속한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관련 기사 : 한국·일본도 꺾었다... '컬링 강국' 판독기 튀르키예)
시니어 컬링에서도 '리빙 레전드'가 눈에 띈다. 스코틀랜드 여자 대표팀을 이끄는 재키 록하트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재키 록하트는 1985년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컬링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명승부 끝 4강 신화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BBC의 올림픽 컬링 해설위원이기도 한 재키 록하트는 5년 전 마이크를 잡았던 강릉에 이번에는 브룸을 잡고 방문한다.
▲ 시니어 컬링 국가대표팀인 '강릉솔향 팀'. |
ⓒ 박장식 |
이번 대회에 나서는 남자 시니어 대표팀은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띈다. 바로 동호인 출신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나선다는 점이다. 학원강사·자영업 등 본업이 있는 선수들이 지난 2022년 11월 열린 동호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대한민국에서는 동호인 팀이 다른 국가의 엘리트 선수들과 맞붙게 되었다.
시니어 대회는 만 50세가 넘어야 출전할 수 있는데, 한국의 컬링 상황상 1세대 컬링 선수들이 전무하다시피한 데다 여러 사유로 인해 그나마도 나올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동호인 선수들을 상대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했고, 이에 '강릉솔향 팀'이 출전할 수 있게 된 것.
반면 믹스더블 대표팀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대회에서의 잔뼈가 굵은 선수들인 서울시청 소속의 김지윤·정병진 듀오가 나선다. 김지윤 선수는 2년 전 믹스더블 컬링 세계선수권에 나선 바 있고, 정병진 선수는 불과 2주 전 캐나다에서 열렸던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에 다녀왔다.
컬링을 하게 된 나이, 그리고 대회 경험 등이 다르지만 두 팀은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개최국 선수로 나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릉솔향 팀이 펼칠 유쾌한 반란이, 그리고 김지윤·정병진 듀오의 선전이 기대를 모은다.
21일 개막식으로 시작되는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 22일 10시 경기로 시작되는 믹스더블 컬링 세계선수권은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열려 누구나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믹스더블 세계선수권의 대한민국 경기는 SkySports를 통해, 일부 믹스더블 경기와 시니어 대회 경기는 유료 플랫폼인 Recast를 통해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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