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윤 정부 교육자율특구, 공교육 더 파괴한다"

박석철 2023. 4. 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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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울산시교육감 "청렴행정-교육복지 신뢰로 울산 공교육 강화하겠다"

[박석철 기자]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21일 교육청 접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울산시교육청 제공
 
지난 4.5 울산광역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61.94%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천창수 교육감의 기치는 '고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 철학을 이어가겠다'와 더불어 '한 발 더'였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의 배우자인 고 노옥희 교육감은 울산 교육을 청렴 최하위에서 청렴 최상위로, 복지 최하위에서 최상위로 끌어올리면서 시민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 교육감의 당선 배경엔 이와 같은 '노옥희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또한 공교육 강화에 대한 천 교육감의 의지도 당선에 영향을 줬다. 그는 선거기간 중 "울산 교육을 공교육의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었다. 

천 교육감은 서울대학교 사범대 졸업 20년 만에 교사 발령을 받아 19년간 평교사로 '질문이 꽃 피는 교실'을 가꿔나가며 대안모색을 위한 연구활동, 북유럽교육복지연구회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만2000건에 달하는 수업일지가 교육자로서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보여준다. 지난 21일 울산시교육청 접견실에서 그를 만났다. 

19년 교사의 '1만2000건 수업일지'의 의미
 
 접견실 탁자 위엔 19년 동안 노트 40권 분량으로 쓴 수업일지가 놓여 있었다.
ⓒ 울산시교육청 제공
 
- 울산시교육감에 취임한 지 약 보름이 지났다. 교육감 직무엔 적응했나.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보다 훨씬 편해진 것 같다. 취임 후 당분간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업무가 몰려 조금 어지럽기도 했다. 지금은 적절하게 잘 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

- 대학 졸업 20년 만에 교사 발령을 받아 아이들 곁에 머무르며 수업을 했다. 19년간 수업일지를 1만2000건 썼다고 했다. 이렇게 수업일지를 쓴 까닭은?

"(직접 수업일지를 보여주며) 교사가 수업을 하는 데 있어서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수업을 계속 잘 이어가기 위해 수업일지 작성을 시작했다. 수업 마치고 나면 쉬는 시간에 5분 정도, 그 수업시간 중에 있었던 수업 내용, 내가 했던 특별한 모둠 활동, 아이들의 반응을 메모한 것이다."

- 수업일지는 어떤 효과가 있었나.

"수업시간 조별로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급하게 넘어가면서 혹시 어떤 발표가 부족했는지 등을 파악해 다음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었다. 또는 어떤 친구는 수업 시간에 딴 짓을 했다던가 결석했다든가, 이런 것을 메모해 다음 수업에 들어갈 때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생활기록부를 적을 때도 도움이 됐다."

- 1만2000건 수업일지라 양이 방대한데, 보관은 어떻게 했나.

"본래 수업일지는 아이들의 세세한 일상을 적는 것이라 분량이 더 많겠지만, 내가 한 것은 메모 형식이었다. 주로 다음 시간에 이어갈 수업 내용이나 짤막한 소감을 메모한 것이라 일반적인 수업일지하고는 좀 다르다. 수업일지를 버리기 아까워서 그냥 책장에 꽂아놨다가 '학교 다닐 때 어떻게 수업했냐'는 질문들이 있어 이번 선거 때 꺼내봤다."

"교육자유특구 추진? 공교육 더 파괴된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 울산시교육청 제공
 
- 정책적인 부분을 먼저 질의하겠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자유특구'를 어떻게 평가하나. 특정 지역을 선정해 공교육 규칙을 풀어주는 게 교육자유특구 정책인데,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주요하게 내세웠지 않나.

"교육자유특구를 추진하면 공교육이 더 파괴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 과정을 자유화하고 신입생을 자유롭게 선발한다는 것은 우수한 아이들을 먼저 뽑아가서 결국 입시 중심의 수업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공교육에는 특별하게 좋을 게 없다.

교육자유특구 정책은 전문가, 학부모, 교원 등 당사자와의 의견수렴 과정이 없고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따라서 정책이 추진되기에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 현 정부가 내세운 교육개혁으로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사교육업계의 학교 진출 보장'이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나.

"전체를 파악하지는 못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건 아마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얘기인 것 같은데, 보통 초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입찰을 통해서 전체 방과후 과정을 다 맡긴 후 업체가 들어와 학교 방과후를 맡게 되는 수순이다. 물론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한다는 의미는 있는 것 같고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현재 초등에서는 업체에 맡기는데 다만 제한 조건을 달아 금액의 한도를 정하고 있고 과목도 학교와 협의하는 등 제한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학교에 사교육업계를 안 들이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방과후 수요가 있지 않나. 교사들이 그걸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업무량이 가중돼 정규 수업 시간에 피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 일각에서 거론되는 '교육감 러닝메이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유는 이렇다. 교육감 직선제 이후 정권 교체 또는 시·도지사의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독립적이면서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이 추진됐는데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그에 반한다.

러닝메이트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자치의 원리인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교육감 선거 시 주민의 참여 보장 목적에 위배된다. 또 하나, 정당이 있는 시·도지사와 정당이 없는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할 경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불가피하다.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울 경우 교육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할 것으로 우려한다."

- 취임 직후 학폭 관련 전담기구를 띄웠다. 이 기구의 역할은 무엇이고 기구 구성과 향후 운영 방안을 설명해달라.

"학생, 학부모 등 학교현장 당사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교육감 직속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해 실질적인 피해학생 보호방안과 가해학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학교폭력 예방정책과 사안처리 방안을 협의하고, 학교현장 실제 당사자의 현장 의견을 청취해 실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설치 시기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지만, 대략 전담기구 설치 전담팀 운영이 끝나는 7월쯤으로 예상한다. 참여 대상으로 교육청, 경찰청, 교육지원청과 함께 단위학교 교사·학생·학부모 대표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학생, 학부모 등 현장 당사자가 참여하는 교육감과 함께하는 학교폭력 정책제안 원탁토론'도 반기 1회 개최할 예정이다."
 
 2022년 3월 21일, 고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첫 등교를 맞아 학생들과 함께 등굣길에 나섰다.
ⓒ 노옥희 교육감 페이스북
 
- 지난해 아프간 난민 가족과 아이들이 울산 동구에 와서 정착 중이다. 노옥희 교육감이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아는데, 현황을 파악하고 있나?

"지난해 2월 아프간을 탈출해 우리나라로 입국한 아프간인 157명이 울산 동구 지역으로 이주했다. 자녀 85명 모두 3월 21일 동구 지역 학교 17곳에 취학했다.

이주 초기에는 지역 학부모들의 일부 반대도 있었으나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공무원들이 직접 만나 소통해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 나갔다. 현재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고 한국어 실력도 늘었다. 특히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7명 중 6명은 지역 대학에 입학했고, 1명은 취업했다."

- 아프간 학생들이 울산이라는 사회 공동체에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울산시교육청은 아프간 학생들이 학교와 울산이라는 공동체에 더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학생교육, 학부모교육, 소통협력, 지역사회 관심과 지원 유도 등 4개 영역으로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언어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간어가 가능한 통역자 1명을 배치해 학생교육을 지원하고 특별학급 운영과 학생급식에 대해서도 교육청 담당부서에서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 모두에 대한 다문화이해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프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성평등, 한국문화 등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재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슬람 문화 이해교육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아프간 학생 배치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 공공기관, 비영리민간단체, 시민단체 등 유관기관과도 소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기초학력 3단계 안전망 지속 지원"

- 공약과 관련된 질의들을 하겠다. 공교육 강화가 주된 기치다. 근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방과후에 학원에 보내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학부모들의 돌봄 공백 우려와 일부의 선행학습에 대한 걱정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인데, 해소 방안이 있나.

"초등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오후돌봄교실을 확대하겠다. 그러면 돌봄학생 수용률이 높아질 것이다. 아파트 밀집지역, 과밀학교 등 수요가 증가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협의회를 열어 확충을 유도하겠다. 방학 기간은 돌봄교실 운영시간과 참여 학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 후 조정하겠다.

선행학습의 걱정을 말씀하셨는데, 학교에서의 선행교육과 시험 등으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는 공교육정상화법에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따라서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학교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해 선행학습 관행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에서는 정보공시의 교과 진도 운영계획과 평가계획 점검을 통해 선행교육과 선행학습 유발 사항을 학기별 1회 점검·컨설팅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 맞춤형 학습지원 체제 확립을 약속했다. 초1, 초3, 중1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교실-학교-학교 밖으로 이어지는 기초학력 3단계 안전망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 1단계로 1수업 2교사제(협력강사)를 운영해 수업 중 학습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협력 수업을 운영하겠다.

2단계는 학교 내 맞춤 지원이다. 학습지원대상학생의 학습지도 뿐만 아니라 학생의 결손을 채워줄 수 있는 심리·정서·사회성 프로그램, 문화체험 등의 맞춤형 지원 사업인 두드림학교를 운영하겠다.

마지막 3단계로 학교 밖과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이다. 학교 내 사업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복합 요인의 학생들, 난독, 경계선지능 학생들은 기초학력지원센터,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통해 전문 검사와 치료 상담 등 중재 지원을 하겠다."

- 관계기관이나 협력강사를 연결하는 데엔 예산이 든다. 구체적인 예산 확충 방안이 있나?

"교육부 특별교부금으로 예산을 확보하겠다. 올해 1수업2교사제 사업은 특별교부금 8억 원, 자체 6000만 원으로 운영했다.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특별교부금을 신청해 운영하고 추가 소요되는 자체 예산이 있다면 시의회와 협의해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하겠다."

"노옥희 교육감의 청렴행정 교육복지 신뢰 덕분에 당선됐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 울산시교육청 제공
-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선거 결과에 대해 묻겠다. 예상 외의 큰 표차로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이유와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은?

"제가 교육감에 당선된 것은, 딱 그것 같다. 전임 노옥희 교육감이 펼쳐왔던 청렴한 행정, 교육복지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았던 것이다. 또한 아이 한 명 한 명을 세세하게 살피는 그런 교육 정책에 대해서 시민들은 계속 이어가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저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던 것이다.

처음에는 '천창수라는 인간이 노옥희의 남편이긴 한데 과연 능력이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지고 보셨는데 상대 후보에 비해서 현장 경험도 더 풍부하고 사범대 출신이라는 전문성도 가지고 있고, 여기다 개인 이익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살아온 경력을 시민들께서 봐 주신 것 같다. 사회 정의라는 측면에서는 천창수가 그 부분에 활동해 왔기 때문에 시민들은 '충분히 맡겨도 될 만한 인물'이라고 보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노옥희 교육감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교육행정과 아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 그런 정책들을 좀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공론이다. 그 중요한 포인트에서 천창수를 믿고 배려하신 것 같다. 그런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 '한 발 더' 앞서나가는 울산시교육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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