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중앙도서관이 그대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송경진 기자]
▲ 서울 마포구 성산로 마포중앙도서관 열람석 |
ⓒ 연합뉴스 |
지난 4월 12일은 대한민국 최초의 '도서관의 날'이었다. 개정된 '도서관법'은 매년 4월 12일을 도서관의 날로, 그리고 그 날로부터 1주간을 '도서관 주간'으로 정해서 도서관의 가치와 사회적 공헌을 기념하도록 하고 있다.
한 세기가 넘는 대한민국 도서관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이제야 도서관의 기능과 가치를 생각해보는 날이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쉬운 감이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곳도 있다. 서울 마포구다.
필자는 2017년 5월에 마포중앙도서관장으로 임용되어 마포중앙도서관과 소금나루도서관을 개관하고, 작은도서관을 포함한 15개 구립도서관의 운영과 정책을 총괄했던 직무에서 배제된 채 현재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출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에 관한 것은 이후 인사위원회와 그에 따른 절차를 통해 소명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다시 직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아닐지는 필자도 알 수 없다. 다만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그동안의 정책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고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 동안 마포중앙도서관과 마포구의 도서관이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그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알리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개관 초기부터 언론 관심 받은 마포중앙도서관
마포중앙도서관은 개관 초기부터 공공도서관으로서는 드물게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것은 당시 자치구 단일 도서관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고, 카페나 식당, 서점처럼 기존에 없던 편의시설을 도서관 지하에 입점 시킨 점, 그리고 공교육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이 가능한 시설과 장비를 구비한 청소년교육센터를 도서관 내에 두고 한 팀으로 운영하면서 도서관 서비스와 연계하여 예체능 교육 및 리터러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시도한 점 등이 그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 이러한 혁신적인 측면을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 마포중앙도서관의 가장 큰 미션은 마포구라는 지역의 곳곳에 도서관서비스가 가 닿을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마포중앙도서관이 설립되기 전 마포구에는 서강주민자치센터에 있는 서강도서관을 중심으로 9개의 작은도서관과 2개의 어린이영어도서관이 위탁 운영되고 있었고, 각각의 도서관은 자관을 통한 대출반납과 프로그램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각각의 도서관을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주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마포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15개 도서관을 묶어 주민이 이용하기 편리한 도서관에서 다른 도서관의 책도 편하게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게 하는 상호대차서비스였다. 이제는 합정역 6번 출구에 설치한 무인대출반납기계를 통한 스마트도서관 서비스까지 포함하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의 기능이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마포중앙도서관처럼 큰 도서관은 비효율적이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서관은 그 규모와 역할에 따라 기능이 다르다. 마포중앙도서관은 각각의 단말 도서관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도록 시스템을 연결하고,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계약과 입찰 등의 굵직한 업무를 수행한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전자책, 오디오북, 데이터베이스 등도 중앙도서관이 공동의 라이센스를 사서 전체 도서관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소박하고 친밀한 도서관 공동체
올해는 예산이 삭감되어 개최할 수 없는 마포동네책축제도 마포중앙도서관이 마포구의 도서관과 서점, 동아리 등과 협력해서 운영했던 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한 계획, 예산편성, 계약 등의 모든 업무는 마포중앙도서관이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포중앙도서관에는 일반적인 도서관 서비스 외에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직원과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나 서울시 등이 요구하는 협력사업이나 통계, 평가 등을 위해서도 도서관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서인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 마포중앙도서관의 인력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반면 서강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은 나름의 서비스를 통해 주민들에게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모임들을 지원하면서 공동체 형성을 지원하는 그 지역의 서비스 포인트가 된다. 바로 내 이웃의 안부를 나누면서 같이 책을 읽고 일상의 문제를 논의하는 장소가 이런 소박하고 친밀한 도서관 공동체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도서관이라도 도서관의 업무와 운영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마포구에는 작은도서관에도 사서가 한 명씩은 배치되어 있다.
마포구는 그동안 이런 도서관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저 공간이 있고 책이 있다고 해서 도서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도서관은 책과 사람이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오고가는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의 본질적인 기능을 오해하거나 호도하고 있는지를 느끼면서 마음이 아팠다.
많은 문호들, 지식인들이 도서관의 중요성을 설파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앞으로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와 기술의 급변은 직업의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인류의 존속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때에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며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모임을 자유롭게 열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열려 있는 '모두를 위한 곳'이며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온전한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걱정되는 필자의 미욱함을 탓하며 인류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준 칼 세이건의 말로 마음을 대신하고 싶다.
"우리가 키워 온 문명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냐는, 우리 각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공공도서관을 지원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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