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0억 동해 개발도 손댔다…野정치인 뒷배 의혹 터진 '건축왕'

박진호 2023. 4. 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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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는 주범인 '건축왕' 첫 공판 전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 보증금 사기 사건을 일으켜 20~30대 피해자 3명이 극단 선택하게 한 ‘건축왕’ 남모(61)씨가 과거 강원도 동해지역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에 손 댄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사업자 선정과정이 석연치 않아 배후에 현 야권 유력 정치인이 있는 것 아니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강원도는 21일 긴급 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1일 강원도와 동해시 등에 따르면 인천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남씨는 2017년 6월 19일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동해 망상1지구(340만㎡)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남씨가 대표인 상진종합건설이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에 투자의향서를 접수한 시점이다.

망상1지구 개발은 사계절 명품ㆍ해양ㆍ복합 관광도시 건설이라는 목표로 추진된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역점 사업이었다. 2015년 2월 캐나다의 던디그룹이 개발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이듬해 12월 자금확보 등 이유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초엔 완전히 철수하기에 이른다. 이후 상진종합건설이 등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대한변협 전세사기사건 피해자지원 긴급 대책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남씨 2017년 동해 망상지구 개발 뛰어들어


상진종합건설은 동자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동자청에 제출된 투자의향서를 보면, 상진종합건설은 직원 2521명(간접고용 포함), 총자산 1조2000억원, 총 사업매출 4조5000억원라고 기재돼 있다. 동자청은 이를 근거로 도의회에 상진을 “송도에 투자해 성공한 믿을 만한 회사”로 설명했다.

남씨는 그해 8월 특수목적법인(SPC) 동해이씨티를 설립하고 망상1지구 부지의 절반이 조금 넘는 178만㎡를 143억원에 낙찰받았다. 자금은 제2금융권 등에서 끌어다 마련했다고 한다.

동해시는 관련 토지의 경우 총 10회에 걸쳐 제2금융권에 근저당 및 지상권이 설정된 것을 확인했다. 확인된 대출 규모만 160억원이다. 표면적으론 인천 사건 보증금이 흘러들어온 건 없다. 이후 동해이씨티는 2018년 11월 사업비 6674억원 규모의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로 최종 선정되기에 이른다.

지난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30대)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과거 강원도의 석연치 않은 감사


하지만 당초 국제해양관광도시로 계획된 망상1지구는 산업ㆍ관광시설, 외자유치 등이 빠진 9200여세대의 부동산 주택개발을 주 사업으로 하는 쪽으로 확 바뀐다. 동해지역에선 그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상진종합건설의 투자의향서가 거짓이나 허위로 작성됐다“며 “개발사업자 지정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동해시가 투자의향서를 검토한 결과 상진종합건설은 직원 9명, 자본금 5억1000만원, 2019년 매출액은 24억2000만원으로 확인됐다. 매출만해도 1860분의 1수준으로 확 쪼그라들었다. 동해시는 망상1지구 관련 강원도에 해당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특별감사가 아닌 정기종합감사를 진행해 “문제 없다” 취지로 결론냈다고 한다.

동해시 관계자는 “강원도에 망상지구 개발 관련 검토 의견을 제출했지만, 극히 일부만 반영됐다”며 “동자청에 개발사업자 의혹 관련 자료공개도 요청했는데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창수 동해시의원은 “강원도는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정작 의혹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는데 사실상 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30대)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남씨 서류 조작 혐의 재판 넘거져


하지만 남씨가 지난해 11월 동해 망상지구 개발 사업자 선정 때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문제가 터졌다. 동해이씨티 측은 토지 수용재결 공탁금 200억여원을 지난해 기한까지 예치하지 못했다. 해당 토지에 대해선 현재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강원도는 망상1지구 사업시행자 선정과 관련해 긴급 감사를 하기로 했다. 김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은 21일 긴급 기자간담회 열고 “김진태 지사는 도 감사위원회에 망상 1지구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가 어떻게 망상1지구 사업과 같은 큰 사업을 맡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원점에서부터 짚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를 위해 21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과 인천지부에 전세사기 피해 종합금융지원센터를 개소했다. [뉴스1]


강원도 긴급 감사 진행하기로


정치권에선 뒷배 의혹도 나오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남씨가 다른 지역(강원도)에 가서 투자 사업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고위 정치인들이 청탁과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가 있기 때문에 특별수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 힘 이철규 사무총장까지 “남씨 배후에 인천 지역 유력 정치인이 관련돼 있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문순 전 지사 "유감...법적 조치할 것"


이와 관련 최 전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인천 전세사기 사건과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전혀 무관하다”며 “관련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업이 전임지사 재임 기간에 진행된 이유로 전세사기 사건과 마치 관련성 있다는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동해=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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