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동규 "김만배가 '너네 대장 이재명과 통화했다' 자랑"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너네 대장하고 통화했다’고 말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칭하는 말이다.
21일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유 전 본부장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만배씨가 2014년 6월 의형제를 맺은 사실에 대해 “내가 직접 보고한 적은 없지만, 정진상이 이재명에게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 후에 김만배와 이재명이 통화도 여러번 한 것으로 알고 있고, 김만배도 나에게 ‘너네 대장(이재명 대표)하고 통화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다만 검찰은 아직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 김만배씨가 이 대표와 직접 통화했다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추가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한 상태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된 직후인 2014년 8월 “이재명 앞에서 수용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지금까지 공사 설립이나 재선에 공이 큰 민간업자들도 반발이 있을 것이라 걱정을 했다”고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어 “그러나 이재명이 ‘수용방식으로 하면 김만배도 공모에 참여하면 되는 것 아니냐. 누가 하지 말래냐. 누구든지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 대표의 임기 내 개발 추진을 위해 ‘수용 방식’을 선호했지만 남욱 등 대장동 일당은 ‘환지(換地·도시개발구역 토지 대신 다른 곳 토지로 바꿔주는 것) 방식’의 사업 추진을 원했다. 환지 방식이 속도는 느리지만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서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김만배가 공모에 지원하면 선정시켜주겠다는 말”이라고 검찰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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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김문기 덤벙댄다고 농담”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초 이 대표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의 친분에 대해서도 검찰에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에 “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재직 중 이재명이 나에게 ‘김문기 좀 덤벙덤벙하지 않아?’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며 “나무라는 말투는 아니었고,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이재명이 김문기를 편하게 생각했고, 좋아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내가 이재명에게 ‘김문기가 영어도 못한다. 호주에서도 그랬지만 필리핀에 같이 간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영어 못하더라’고 말해, 함께 웃으면서 김문기에 대해 말한 사실도 있다”고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은 아울러 “이 대표의 비서 김모씨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실무적인 부분은 항상 김문기와 상의를 했고, 자료도 김문기로부터 받았다. 경기도에서 공사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김문기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자료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18년 5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이 사건에서 이 대표는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그 재판 과정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대표는 이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실무자인) 김 처장을 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또 다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발언 직전인 2021년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1월에는 대장동 민간업자에게서 현금이 아닌 지분 형태로 이권을 받게 된 경위에 대해 “당시 김만배가 인허가 등을 위해 저희에게 현금을 주려면 사업규모를 감안했을 때 100억원 이상은 줘야 했을 텐데, 현금없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시작한 김만배 등 민간업자 입장에선 현금 100억원을 다른 곳에서 조달해 주는 것 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지분권을 주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박현준·김민중·허정원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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