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줄 서" 한국…"아이는 프리패스" 일본
기시다 총리 "어린이 시점에서 생각할 것"
한국은 돈 내면 줄 안 서는 '매직패스' 논란
저출산 대책을 고민 중인 일본 정부가 올여름 시행을 목표로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어린이 동반 가족과 임산부가 박물관, 미술관 등 공공시설에 들어갈 때 줄을 서지 않고 우선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일본에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파격 대책을 내놓자 우리나라 또한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 패스트트랙' 추진하는 日…"어린이 중심 사회 실현할 것"
20일 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8일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었다. 이 제도는 일본 정부가 올해 중요한 정책으로 꼽은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민원 창구와 공원, 그 외 민간 시설로도 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스포츠 경기 입장 시에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오구라 마사노부 어린이 정책 담당상은 "행정상 편한 곳이 아니라 아이나 가족 동반이 정말 가고 싶은 곳에 초점을 맞춰 도입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저출생 문제를 오랫동안 고심해온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총리 직속 조직인 '어린이가정청'을 출범시켰다. 지난달 31일에는 ▲아동수당 고등학생까지 확대 ▲출산 비용의 의료보험 적용 ▲등록금 후불제 신설 등을 뼈대로 하는 저출생 대책 기본방안을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와 관련해 "항상 어린이나 젊은이의 시점에서, 어린이나 젊은이의 최선의 이익을 제일로 생각하는, 어린이 중심 사회를 실현해 가겠다"고 밝혔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 韓…양육 환경 문제도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은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1.3명으로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선보이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육 환경 문제가 여전하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이 법으로 보장돼있음에도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용하더라도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승진 불이익 등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30대 여성 개발자의 경우,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족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나 어린아이를 기르는 엄마를 '맘충'이라고 비난하는 혐오 표현으로 인해 양육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키즈존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업장을 뜻한다. 2015년 식당에서 화상을 입은 아이에게 식당 측이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난 후 노키즈존이 하나둘 생겨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17년 노키즈존 운영이 아동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으나,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노키즈존의 지정은 업장 주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어린이와 어린이 동반 손님을 차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만 현재로선 노키즈존 허용에 대한 여론이 더 우세하다. 지난 2월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남녀 응답자의 73%가 노키즈존에 동의했다.
최근에는 노키즈존이 출산 및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노키즈존'을 '케어키즈존'이나 '노배드패런츠존'으로 바꾸는 경우도 나온다. '케어키즈존'은 아이에 대한 적극적인 보살핌을 요구하며, '노배드패런츠존'은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누리꾼들 "우리도 어린이 중심 사회돼야"
한편 최근 국내에서는 '패스권 논란'이 화제 됐다. 패스권은 놀이공원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이용권이다. 일반 이용권보다 비싸지만, 패스권 소지자들은 일반 대기 고객보다 더 빠르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패스권이 자본주의 논리에 의한 정당한 권리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이들이 패스권으로 인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과학과 교수는 지난 2일 SBS '집사부일체'를 통해 "우리 사회에는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많다. 놀이공원은 아이들이 주로 줄을 서지 않나. 아이들이 어릴 때 그걸 보고 어떤 가치를 배우게 되는가. 먼저 선 사람들이 서비스를 받는 건 당연한 건데, 이 경우에는 돈을 더 낸 사람이 새치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어린이 중심 사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리꾼들은 "우리나라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의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는 크게 돈 드는 사업도 아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른들보다 지금 아이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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