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연기 짤'도 괜찮아요" 이하늬가 '병맛' 코미디 빠진 이유
나원정 2023. 4. 21. 17:08
14일 개봉 코미디 영화 '킬링 로맨스'
일주일간 관객 10만인데 N차·팬덤…왜?
일주일간 관객 10만인데 N차·팬덤…왜?
“연대보증 같은 작품이었어요. 배우들도 ‘개봉하면 콸라섬으로 동반 이민 가야 할지 모른다’고 얘기했죠.”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로 개봉 당일(1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하늬(40)의 미소엔 가벼운 긴장감이 스쳤다. 근래 이렇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킬링 로맨스’는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2013)로 데뷔한 이원석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줄거리부터 예측불허다. 콸라섬의 부동산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결혼 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톱배우 여래(이하늬)가 자신의 팬클럽 멤버인 4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탈출을 꾀한다. 이런 내용이 ‘이미지의 마술사’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부터 디즈니 공주 만화, 할리우드 SF ‘스타트렉’, 저우싱츠(周星馳‧주성치)표 코미디 등 다채로운 패러디와 그룹 H.O.T. 대표곡 ‘행복’, 들국화의 ‘제발’, 비의 ‘레이니즘’ 같은 히트 가요를 대사처럼 활용한 B급 정서의 뮤지컬 장면들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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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예매 앱마다 이 영화의 관람 평점이 10점 만점부터 1점까지 극과 극이다. “한국영화가 퇴보했다” “콘셉트 유지 실패”라는 혹평과 “이전에 없던 한국영화” “배꼽 빠지게 웃었다”는 호평이 공존한다.
“내가 뭘 본 건지 몰라서 또 봤다”는 N차 관람객, 극중 여래 팬클럽인 ‘여래바래’ 4기를 자처한 팬덤도 나온다. 흥행에 일찌감치 실패해 ‘망작’ 낙인이 찍힌 작품들과 다른 양상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킬링 로맨스'는 일주일째 간신히 관객 10만명을 넘겼지만, 평점은 차츰 역주행하는 추세다.
관객수 10만…혹평 vs N차 "뭘 본건지 몰라 또 봐"
극장 예매 앱마다 이 영화의 관람 평점이 10점 만점부터 1점까지 극과 극이다. “한국영화가 퇴보했다” “콘셉트 유지 실패”라는 혹평과 “이전에 없던 한국영화” “배꼽 빠지게 웃었다”는 호평이 공존한다.
“내가 뭘 본 건지 몰라서 또 봤다”는 N차 관람객, 극중 여래 팬클럽인 ‘여래바래’ 4기를 자처한 팬덤도 나온다. 흥행에 일찌감치 실패해 ‘망작’ 낙인이 찍힌 작품들과 다른 양상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킬링 로맨스'는 일주일째 간신히 관객 10만명을 넘겼지만, 평점은 차츰 역주행하는 추세다.
남자 악당들을 때려잡는 형사(영화 ‘극한직업’)‧독립투사(영화 ‘유령’)부터 기행을 일삼는 기억상실 캐릭터(영화 ‘부라더’), 재벌가에 ‘사이다’ 일격을 가하는 검사(드라마 ‘원 더 우먼’ ‘열혈사제’)까지….
국악인 집안의 서울대‧미스코리아 출신이란 꼬리표를 지워내듯 틀을 깨는 역할을 도맡아온 이하늬에게도 ‘킬링 로맨스’는 전작을 뛰어넘는 일탈이자 도전이었다.
“극 중 여래 얼굴에 발이 달린 ‘발연기’ 짤(패러디 이미지) 쯤은 아무 타격감도 없었”단다. “그 전에 받아들여야 했던 게 하도 많아서”다.
국악인 집안의 서울대‧미스코리아 출신이란 꼬리표를 지워내듯 틀을 깨는 역할을 도맡아온 이하늬에게도 ‘킬링 로맨스’는 전작을 뛰어넘는 일탈이자 도전이었다.
“극 중 여래 얼굴에 발이 달린 ‘발연기’ 짤(패러디 이미지) 쯤은 아무 타격감도 없었”단다. “그 전에 받아들여야 했던 게 하도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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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미지보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기꺼이 하고 싶었다”는 그는 ‘킬링 로맨스’를 “한국영화사에 남을 영화”라고 표현했다.
“이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처럼 전에 못 본 다양성이 좋았다”면서 “한국영화의 원동력이었던 다양성이 위축됐는데, ‘킬링 로맨스’가 MZ세대 창작자들이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만드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드라마 ‘파스타’(2010)에서 연인으로 호흡 맞춘 이선균과 3년 전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축하 파티에서 '킬링 로맨스' 동반 출연을 약속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이하늬 "이 영화 나온다면 '발연기' 짤쯤이야"
“제 이미지보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기꺼이 하고 싶었다”는 그는 ‘킬링 로맨스’를 “한국영화사에 남을 영화”라고 표현했다.
“이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처럼 전에 못 본 다양성이 좋았다”면서 “한국영화의 원동력이었던 다양성이 위축됐는데, ‘킬링 로맨스’가 MZ세대 창작자들이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만드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드라마 ‘파스타’(2010)에서 연인으로 호흡 맞춘 이선균과 3년 전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축하 파티에서 '킬링 로맨스' 동반 출연을 약속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몸도 만들었다. 촬영 현장마다 ‘고봉밥’ 먹기로 유명했다는 이하늬는 성에 갇힌 공주 같은 여래를 표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식단 관리를 했다고 한다. “이 감독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신축성 없는 불편한 의상 입는 게 고역이었지만, 영화에 보이는 디테일, 옷의 색감, 동화 속 성에 갇힌 듯한 여래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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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로로 부러져봐…여래 이해갔죠"
찜질방‧청국장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남편 제거 작전을 펼치고, ‘휙확훅’ '푹쉭확쿵' 같은 의성어 줄임말을 한자성어처럼 남발하고, 타조와 소통하는 기상천외한 장면 속에서도 연기의 중심축이 된 건 ‘진정성’이었단다.
“코미디일수록 장난치면 안 된다. 뮤지컬 장면도 노래를 잘하려 하기보단 힘들 때 중얼거리게 되는 노래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돌이켰다.
2006년 미스코리아 진 선발 이후 대중 앞에 선 이하늬에게 여래는 남 같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삶을 살면서, 연기라는 감정 노동을 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이 있다. 저도 과로로 한번 부러져본 뒤론 일주일 또는 한달씩 쉴 수 있을 때는 꼭 휴식하는 편”이라면서 2017년 영화 ‘부라더’, 드라마 ‘역적’, TV 뷰티 예능 ‘겟 잇 뷰티’와 잡지‧CF 촬영을 병행하며 “한 달에 하루 쉬는 게 감지덕지했던 시절”을 돌이켰다.
그는 “현대 사회에선 왜 달려야 하는지 모르면서 달리는, 자기 삶인데도 전혀 자기가 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여래는 먹는 것까지 (매니저‧남편에게) 제재받고 살면서 심신미약 직전 상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조나단이 ‘넌 발연기여서 돌아가도 조롱거리만 돼. 어차피 못 해. 실패할 거야’라며 가스라이팅할 때 깔린 감정선 등 전체적인 에너지와 흐름을 신경쓰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코미디일수록 장난치면 안 된다. 뮤지컬 장면도 노래를 잘하려 하기보단 힘들 때 중얼거리게 되는 노래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돌이켰다.
2006년 미스코리아 진 선발 이후 대중 앞에 선 이하늬에게 여래는 남 같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삶을 살면서, 연기라는 감정 노동을 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이 있다. 저도 과로로 한번 부러져본 뒤론 일주일 또는 한달씩 쉴 수 있을 때는 꼭 휴식하는 편”이라면서 2017년 영화 ‘부라더’, 드라마 ‘역적’, TV 뷰티 예능 ‘겟 잇 뷰티’와 잡지‧CF 촬영을 병행하며 “한 달에 하루 쉬는 게 감지덕지했던 시절”을 돌이켰다.
그는 “현대 사회에선 왜 달려야 하는지 모르면서 달리는, 자기 삶인데도 전혀 자기가 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여래는 먹는 것까지 (매니저‧남편에게) 제재받고 살면서 심신미약 직전 상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조나단이 ‘넌 발연기여서 돌아가도 조롱거리만 돼. 어차피 못 해. 실패할 거야’라며 가스라이팅할 때 깔린 감정선 등 전체적인 에너지와 흐름을 신경쓰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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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에너지로 핵심 담은 영화죠"
자기 비하에 빠져있던 여래와 범우가 힘을 합쳐 ‘악의 축’ 조나단을 응징하는 영화지만, 정작 조나단의 악행을 그리는 대목마다 주춤거린다. 코미디 영화의 톤을 잃지 않기 위한 고민이 읽힌다. 그러다 보니 유쾌한 분위기에 휩쓸려 인물들의 감정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넘어가는 대목도 적지 않다. 여래가 당하는 가정폭력이 한 예다.
거실 구석에 몰린 여래에게 조나단이 센 조명을 비춘 채 귤을 마구 던지는 장면인데, 원래 오렌지였던 걸 타격감이 덜한 귤로 바꿨단다. 이 감독은 개봉 전 기자간담회에서 “그 장면을 찍고 집에 가서 토했다. 관객이 불편해 할까 봐 수위 조절을 했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킬링 로맨스’가 직설적인 영화지만 세상에 없던 에너지와 방식으로 핵심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죽음, 슬픔을 담은 내용이 훨씬 깊어 보일 수 있지만 세상에 정작 필요한 에너지는 용기‧희망‧믿음이라고 생각해요. ‘킬링 로맨스’가 그런 영화죠. 영화를 네다섯 번 보니 인물들의 새로운 ‘겹’이 보이더라고요. 여래, 조나단으로 출발해 마지막엔 범우가 보이는 거죠.”
거실 구석에 몰린 여래에게 조나단이 센 조명을 비춘 채 귤을 마구 던지는 장면인데, 원래 오렌지였던 걸 타격감이 덜한 귤로 바꿨단다. 이 감독은 개봉 전 기자간담회에서 “그 장면을 찍고 집에 가서 토했다. 관객이 불편해 할까 봐 수위 조절을 했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킬링 로맨스’가 직설적인 영화지만 세상에 없던 에너지와 방식으로 핵심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죽음, 슬픔을 담은 내용이 훨씬 깊어 보일 수 있지만 세상에 정작 필요한 에너지는 용기‧희망‧믿음이라고 생각해요. ‘킬링 로맨스’가 그런 영화죠. 영화를 네다섯 번 보니 인물들의 새로운 ‘겹’이 보이더라고요. 여래, 조나단으로 출발해 마지막엔 범우가 보이는 거죠.”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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