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에 걸쳐 몽골 3만여㎞를 돌아본 기록

오문수 2023. 4. 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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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 출간 후기... 암각화 조사하다 국경경비대에 불려가기도

[오문수 기자]

 필자가 몽골 4계절과 동서남북 3만여 킬로미터를 돌아보고 쓴 책인 <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 표지 모습
ⓒ 오문수
   
몽골에 관한 책이 나왔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다섯 번에 걸쳐 몽골 동서남북과 사계절을 돌아본 후 쓴 책이다. 멋진 사진을 배경으로 글을 배치하기 위해 최고급 프리미엄 아트지(가로 220mm 세로 280mm)를 사용했다. 책은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몽골 관련 글을 부문별로 정리하고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배경으로 해 읽기가 편하다.

필자가 몽골에 푹 빠진 이유

내게 방랑벽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낭만적 역마살? 목표 했던 방향으로 꾸준히 나가던 길을 180도 선회하게 한 일이 있었다. 그렇게 50대 후반 시작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은 나를 한 자리에 안주하도록 가만두지 않았다.
  
 영하 40도에서도 초원에서 자며 풀을 뜯는 몽골말들.
ⓒ 오문수
   
 몽골에서 가장 아름다운 홉스골 호수는 영하 40도 겨울철 추위가 오면 1미터 이상 얼어붙어 자동차가 다닌다. 홉스골 호수에 배가 얼어붙어 있고 사람들이 말썰매를 타고 있다.
ⓒ 오문수
 
지인으로부터 취재요청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대개는 스스로 취재원을 찾아 나섰다. 세상에 지지 않겠다는 결기로 5대양 6대주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버킷리스트에 올랐던 명소들을 답사했다.

나는 연속극을 거의 보지 않는다. 9시 뉴스를 보거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디스커버리> 채널을 선호한다. 호기심 많은 나는 아프리카 동물들에 관심이 많다. 해서 봉사활동을 겸해 지인과 함께 세계 최빈국 말라위로 떠났다.

현장에서 본 아프리카 모습은 영상매체에서 본 모습과는 현저하게 달랐다. 말라위 수도 릴롱궤로부터 잠비아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까지 다녀오는 2000킬로미터의 여정 동안 도로변에서 본 동물은 하이에나 한 마리가 전부였다.

사자나 치타 코끼리 같은 야생동물 구경은 사파리에서만 가능했다. 순박한 모습의 현지인과 원시의 모습으로 순수하기만 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독도에서 일주일을 동고동락하던 고조선유적답사회 안동립 단장이 "선생님 우리 함께 몽골 가요" 라는 제안에 "몽골에 칭기스칸 말고 뭘 볼 게 있다고 그래요?"라며 거절했지만 못 이기는 척하고 한 번만 따라가 보기로 했다.

몽골 칭기스칸 공항에 내려 초원을 달리는 동안 차는 덜컹거렸지만 탁 트인 시야와 수천 마리의 동물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다. 끝없는 초원과 평화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동안 사람에 실망하고 지쳤는데 거짓이라고는 관심 두지 않는 동물들에게서 위안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에 팽이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게르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몽골 유목민들. 가축과 함께 초원을 유랑하는 유목민들은 몽골을 유랑하는 여행자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몽골 서쪽 끝 알타이지방에 있는 암각화 모습으로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암각화다. 몽골 중국 러시아 3국 국경지대에 있는 암각화 사진을 찍다가 국경경비대에 불려가 조사받았다.
ⓒ 오문수
           
 제주도 돌하르방은 어디서 왔을까가 궁금해 떠난 동몽골 여행 중에 만난 석인상에 대한 설명 페이지 모습. 국경경비대에 불려가 한 시간 이상 조사받은 후 혐의가 없자 풀려났다.
ⓒ 오문수
수많은 고분과 사슴돌 사진을 찍고 귀국해 공부하며 한국과 몽골의 문화적 연대에 관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호사다마라던가? 몽골문화유적에 관심이 많아 암각화와 석인상을 조사하던 중 국경경비대에 두 번이나 잡혀가 조사를 받았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고비사막에서 길을 잃어 한 자리를 세 번이나 빙빙 돌기도 했다.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홉스골 호수 인근에서 길을 잃어 야영을 준비하다가 만난 유목민 가족의 따뜻한 환대는 몽골 여행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지구 둘레가 4만 킬로미터라는데 2018년부터 몽골 여행에 나선 이래 다섯 번에 걸쳐 3만 킬로미터를 돌았다. 몽골 행정구역 명칭은 '아이막'이다. 21개 아이막 중 19개 아이막을 답사했으니 많이 돌아본 셈이다. 그들의 삶을 몸속 깊숙이 체험해보기 위해 몽골의 동서남북과 4계절을 경험했다.
 
한국과 닮은 몽골 문화

무엇보다 더 내 눈길을 끈 것은 시골 고갯길에서 수없이 보았던 서낭당 닯은 어워였다. 길 인근에 흩어져 있던 돌을 쌓아 올리고 맨 위에 나무를 세워 하닥을 묶어 놓은 모습에 흥미가 생겼다.
 영하 40도 추위에 순록을 키우는 차탕족 마을을 찾아가던 중 만난 어워 모습. 나무 꼭대기 위에 세워진 새는 한국의 '솟대'와 똑같다. 차탕족들은 새가 인간과 하늘 땅을 연결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 오문수
       
 하늘을 숭상하는 유목민들은 곳곳에 사슴돌을 세웠다. 초원에 사는 유목민들은 사슴이 인간과 하늘을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사진에 보이는 문양은 천마도로 사슴돌과 마찬가지로 예우한다고 한다. 세상에 두 개 밖에 없다는 글을 읽고 밥도 안먹고 밤10시까지 탁본을 떴지만 흥분되어 배고픈 줄도 몰랐다.
ⓒ 오문수
귀국해 몽골 서적 30여 권을 읽은 후 깨달은 것은 한국 문화의 원류가 바로 이곳이구나! 몽골에서 비롯된 수많은 문화가 한반도에 뿌리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몽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몽골까지 가려면 '한참' 걸린다. '한참'은 칭기스칸이 몽골제국을 건설한 후 통치 수단으로 만든 '역참제도'에서 나온 것으로 40㎞를 의미한다. 한국인들은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마렵다'라고 말한다. 이 '마렵다'도 게르에 살던 몽골 여인들이 화장실을 가려고 할 때 '말 보러 간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한국의 많은 문양이 몽골에서 전래됐다.
ⓒ 오문수
   
 몽골의 축제에 관한 안내글과 사진
ⓒ 오문수
   
책 제목 <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의 '텡게르'는 몽골인들이 숭상하는 하늘을 말한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요즈음 현대인들은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다. 아니!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요즈음 뉴스를 보면 천벌 받을 짓을 하고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쓰는 말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라는 표현도 기실은 몽골에서 왔다. 필자가 쓴 <텡게르가 손짓하는 몽골>은 우리와 닮은 꼴인 몽골 문화를 확인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이 준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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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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