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틀에 갇힌 완벽주의자 벽을 깨고 나와라
선택적 칭찬 받은 어린 시절 보내
우울·강박·불안장애 등 시달려
논리로 무장, 마음 건강에 도움 안돼
원칙 어겨 불편한 감정 마주하라
- ‘있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 못하는 상황에 불안, 스트레스, 걱정을 느끼는 사람
- 나는 부족하고, 쓸모없는 존재이며,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마음속 깊이 믿는 사람
- 대체 왜 집착을 버릴 수 없는지 궁금한 사람
이 책은 이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서다. 심리학자인 두 저자는 이러한 증상을 ‘완벽주의’의 통증으로 간주하고 이를 바로 잡을 심리학 기술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대개 어린 시절 성장환경에 기인한다. 기대 수준이 높은 어른들 사이에서 성장하며, 기대에 부응할 때만 선택적 칭찬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실수나 단점은 날카롭게 지적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실수하지 않아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완벽주의자 대다수의 의식 기저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꿈틀거린다.
책에서는 완벽주의의 다양한 면모를 아우른다. 물론 완벽주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성과를 낳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명 ‘적응적’ 완벽주의는 보람있고 의미있는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유형으로 그들에게 완벽주의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행복, 삶의 만족, 성실성과 같은 긍정적 결과물과 연결된다. 생산성이 높으면서도 탈진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다만 이 책은 반대 사례인 ‘부적응적’ 완벽주의에 초점을 맞춘다. ‘부정응적’ 완벽주의자는 과도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우울, 강박, 불안장애 등을 앓는다. 존재 그대로 사랑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 대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성취하고 만족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실패를 피하고 비난받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해,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정의 의미를 삭제한다. 과정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결과는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성취는 늘 불안정 상태에 자리한다.
사실 성취를 얻는 과정에서 완벽주의자는 늘 패배자다. 저자가 마주했던 대다수 완벽주의자는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았으며, 그마저도 지극히 주관적인 경우가 많았다. 주위 칭찬 역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완벽주의자에게 타인의 칭찬은 뻔한 인사치레로 여겨지기에 간과되기 마련이다. 오히려 자신의 기준치 도달 여부가 중요한데, 목표 달성도 어렵지만 설령 이뤘다 해도 그들은 이를 성공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이룰 수 있다면) 애초에 너무 쉬운 목표였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완벽주의자의 특징 중 하나는 논리로 무장한 원칙주의다. 대다수 완벽주의자의 삶은 크고 작은 원칙으로 점철됐다. ‘~하면 안 돼, 대신 ~해야 해’ 등의 원칙은 완벽주의자의 삶을 제한한다. 여기에 논리가 더해져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생각하는 원칙이 왜 합리적인가, 왜 실수하면 안 되는가 등의 답변으로 자기 주장의 공백을 메워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자신만의 철옹성을 쌓는다. 저자는 "이런 원칙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긴 것이지만 완벽주의자들은 원칙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런 논리가 사실 여부를 떠나 마음 건강한 생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논리가 유독 마음 영역에서만큼은 문제해결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상작용이 그 예다. 만일 ‘분홍색 거북이’를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했을 때 대다수는 오히려 생각하지 않던 거북이를 떠올린다. 마찬가지로 ‘~해도 자신을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여기지 말자’는 생각은 오히려 부정적 생각을 키울 수 있다. 저자는 "논리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추울 때 난방장치를 켜거나 배고플 때 음식을 먹는 것처럼 힘들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어도 생각과 느낌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이와 관련한 여러 해결책과 생각거리, 실천팁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는 느낌을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원칙을 어겼을 때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그 느낌이 사라질 때까지 안달하는 대신 느낌이 존재할 공간을 주고 그동안 다른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자신에게 친절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자기비판은 고통을 유발할뿐더러 그 효과가 장기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극도의 피로감 속에 자신을 향한 비판을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만든다고 우려한다. 아울러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것들에 스스로가 자격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짓눌러왔던 무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중략) 자신을 좋아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그토록 피하고 싶은 위협적인 일"이라며 그 두려움의 벽을 걷어내라고 권면한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 마이클 투히그·클라리사 옹 | 232쪽 | 수오서재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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