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급증" 날 따뜻한데 왜?…마스크 벗자 돌아온 불청객

황수연 2023. 4. 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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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도 독감이 기승 부릴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A씨는 최근 열이 나는 딸을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가 뜻밖의 진단에 놀랐다. A씨는 “요즘 감기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단순 감기인 줄로 알았다”라며 “고열이 시작되고 이상하다 싶어 독감 검사를 해보니 두 줄이더라”라고 말했다. 40도까지 오른 열은 타미플루(독감 치료제)를 두 번 먹고 나서야 내렸다.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인터넷 맘 카페에는 자녀가 독감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올라온다. B씨 아이도 최근 A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학교에 독감 걸린 친구들이 몇몇 생기더니 우리 아이도 피하지 못했다”라며 “고열에 기침, 두통이 심해 코로나19 자가 키트를 해봤는데 음성이라 병원에 가서 독감 검사를 했더니 A형 독감이더라”라고 했다. B씨는 “의사 선생님이 4~5월이면 비염 환자가 많은데 요즘엔 학생 독감 환자가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196개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통해 집계한 최근 일주일간(4월 9~1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과 기침 등 보이는 것)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18.5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4.9명과 비교해 3.8배 높다.

최근 3주간 보면 1000명당 13.2명(3월 19~25일)에서 14.5명(3월 26일~4월 1일), 15.2명(4월 2~8일) 등 소폭씩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5~31일) 60.7명까지 치솟은 뒤 하락해 올해 2월(19~25일)에는 11.6명까지 내려갔다가 잠잠했는데 최근 다시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초등학생 환자가 많다. 지난주 7~12세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38.2명으로 가장 높다. 평균의 2배 이상이며, 직전 주(25.8명)와 비교해 50% 가까이 환자가 급증했다. 이외 중·고교생(13~18세 21.8명)과 영·유아(0세 17.7명, 1~6세 21.0명)뿐 아니라 성인(19~49세 20.0명) 환자도 많다.

이런 봄철 독감 유행을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거리두기, 마스크 등의 덕으로 몇 년간 봄철 유행이 없었을 뿐 통상 독감은 겨울(12~2월)과 봄(3~5월) 두 차례 피크를 찍는 쌍봉낙타형 유행 곡선이 나타난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3년 만에 봄철 증가세가 다시 확인되고 있다”라며 “이례적인 건 아니고 그간 많이 봐왔던 전형적 패턴”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8~2019 절기에도 겨울철(12월 1000명당 73.3명)과 봄철(4월 44.2명) 두 번 정점을 찍었다.

특히 최근 전파 차단 역할을 해왔던 조치들이 풀리면서 집단 생활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독감 유행이 잠잠했던 탓에 전체적인 면역 수준이 떨어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김윤경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그간 인플루엔자 유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없었고 군집 면역이 많이 저하된 영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자연면역 상태가 떨어지다 보니 접종으로 얻은 면역에 의존해야 하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항체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지속 기간도 짧아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인플루엔자는 갑자기 발생하는 고열, 근육통이 특징적이다. 인후통, 기침, 코막힘, 두통 등을 동반한다. 보통 증상 발생 후 4~5일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 그러나 65세 이상 성인과 5세 미만 소아,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폐렴, 심근염, 뇌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진단된 환자의 약 0.1%에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질병청에 따르면 리노 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환자도 최근 늘고 있다. 지난주에만 2201명이 이런 호흡기감염증으로 입원했다. 전년 같은 기간(123명)과 비교하면 18배에 가깝다.

질병청은 외출 전후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지키고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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