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째 역성장 앞둔 수출에 41억달러 적자…에너지 수입만 '맑음'
이달 들어 수출이 또 줄면서 7개월 연속 역성장이 유력해졌다. 무역적자도 41억 달러 더 쌓였지만, 에너지 수입이 감소하면서 적자가 심해지는 걸 막았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2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수입액은 같은 기간 11.8% 줄어든 365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율이 더 크긴 했지만 20일 동안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가 41억4000만 달러 추가로 쌓였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65억8000만 달러(약 35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적자(477억8000만 달러)의 56% 수준으로 차올랐다. 이달 말까지 무역수지 ‘마이너스(-)’가 이어지면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극심한 수출 한파는 2분기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달에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내면서 지난해 10월(-5.8%) 이후 7개월 연속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40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3% 줄었다. 글로벌 수요 부진, 메모리 가격 하락 등의 여파가 여전하다. 이달 말까지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9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게 된다. 10대 품목 가운데 철강·무선통신기기 등 8개 품목의 수출도 감소했다. 승용차(58.1%), 선박(101.9%)만 그나마 호조를 보이면서 위태로운 수출 전선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대(對) 중국 수출액도 6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6.8% 감소했다. 1~10일 미국에 최대 시장 지위를 내줬지만, 20일 기준 4억 달러 차이로 힘겹게 1위를 되찾았다. 주요 수출 대상 10개국 가운데 베트남·일본 등 7곳의 수출이 역성장했다. 미국(1.4%)과 유럽연합(EU·13.9%)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5%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대중 수출이 11개월째 줄어들 위기에, 이달 1~20일에만 2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무역수지 개선 기약도 없다. 한국은행은 17일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엔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국 경제가 서비스 등 내수 중심으로 회복함에 따라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수출 전선이 흔들리는데도 이달 들어 무역적자가 대폭으로 늘지 않는 건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이 감소한 덕분이다. 3대 에너지원 가운데 원유(-37.2%), 석탄(-20.2%)의 수입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이 지났다는 계절적 요인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발표, 글로벌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유가 불안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경기 등이 살아나면서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뚜렷한 수출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21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추가 대책을 내놨다. 수출 기업 애로 해소 등을 위해 다음 달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출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원스톱 수출 119’를 가동키로 했다. 수출 지원 제도 등 각종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수출 기업의 어려움을 상시 접수하는 온라인 채널도 6월부터 운영한다. 해외 건설과 녹색 산업,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수출 동력도 적극 찾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수출과 설비투자는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조속한 수출 반등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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