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대우조선 '군함전쟁‘...주도권 잡은 한화 [방산인사이드]
[한국경제TV 고영욱 기자]
<앵커> 한화의 인수를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이 HD현대와 군함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HD현대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군함을 불공정하게 수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화 편에선 대우조선은 불공정행위는 HD현대가 저질렀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방산 인사이드 고영욱 기자 나와있습니다. 고 기자, 최근에 대우조선이 2020년 HD현대 군함 수주를 놓고 국민감사를 청구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 당시 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구축함 KDDX 사업을 수주한 것에 대한 국민감사를 지난 19일 청구했습니다.
한화와 대우조선의 합병을 두고 현대중공업 측이 4차례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군함 무기를 독과점 공급하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합병하면 기술정보나 가격을 차별해 다른 조선사의 군함 수주를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거든요.
그러자 대우조선 측에서 과거 현대중공업 직원이 군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꺼내든 겁니다. 이로 인해서 2020년 KDDX 수주가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앵커> 군사기밀을 빼돌렸다. 큰 문제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이제 와서 다시 문제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이 부분은 시간 순으로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요약하면 이겁니다.
2012년에 대우조선이 KDDX 개념설계를 했습니다. 총 3단계 설계 중에 1단계 설계입니다. 해군에서 관리하는 군사기밀이고요.
그런데 이걸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의 직원 9명이 해군본부에 방문했다가 불법 촬영해 간 다음 회사 내부 서버에 올렸습니다.
이 문제로 2018년 기소 됐습니다. 이후 2020년 KDDX 사업자를 선정했는데 방위사업청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현대중공업을 감점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였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을 통해 재판 결과가 알려졌어요. 전원 유죄였습니다.
<앵커> 이 판결은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대우조선이 수주할 수 있었다는 겁니까.
<기자> 그렇다고도 볼 수 있는 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점수 차이가 불과 0.05점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판결로 현대중공업은 불공정행위 1.8점 감점을 받게 됐습니다.
결과가 뒤집히고도 남는 점수죠. 그러니까 대우조선에서는 방사청을 감사해야 한다고 하는거고요.
<앵커> 여기에 대해서 현대중공업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설계도를 찍어간 건 맞지만 KDDX 사업제안서에는 활용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 판단을 받았다는 겁니다.
<앵커> 앞으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하고 있는 KDDX 사업이 대우조선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감사 청구를 통해 KDDX 사업을 가져오는게 목표이긴 하지만 안되더라도 이런 일로 다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선도함 그러니까 1호함 기본설계가 끝나가는 마당에 사업을 넘겨받는다고 해봐야 이익이 크지 않다고도 설명했고요.
무려 7조8천억원대 사업을 놓친 것에 대우조선 특수선 사업부 직원들이 많이 억울했다는 후문이고요. 이번 방사청 감사 청구를 주도한 것도 그들입니다.
<앵커> 방사청은 어떻게 보면 방산업계에서 갑의 위치인데 많이 억울하긴 한 모양입니다.
<기자> 그동안 억울해도 말 못할 상황이었던 게 법원 판단도 나오지 않았긴 했지만 2020년에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에 인수될 처지였거든요.
식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유럽에서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했고 이제는 한화로 넘어가게 됐으니 할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한화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현대중공업이 한화-대우조선 합병에 대해 군함 독과점 문제를 제기했을 때 한화는 군함 독과점은 현대가 해왔다고 대응했는데요.
그렇다고 이번에 대우조선 직원들을 부추겨서 감사청구를 한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말하자면 손 안대고 코 풀었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죠. 군함 시장은 사실상 한화-대우조선과 HD현대 양강 체제로 재편될 텐데 일단 한화가 주도권을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앞으로 3년간은 방산분야에서 현대중공업에 대한 감점이 유지되고요.
물론 이 모든 건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도 된다는 공정위 승인이 전제인데요. 결과는 오는 26일 나올 예정입니다.
승인 자체는 확실시 되고 조건이 붙을지 여부가 관건인데요. 한화가 경쟁조선사에 가격이나 기술정보를 차별하지 말라는 수준의 조건이 달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 기자 yyk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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